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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원 "첫 수훈 인터뷰…흔들리지 않는 세터 될게요"
기사 작성일 : 2021-11-30 21:30:18

'2년 차 세터' 김지원(20)이 놀라운 속도로 성장한 덕에 차상현(47) GS칼텍스 감독은 매 경기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

차 감독은 30일 서울시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KGC인삼공사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어떤 세터가 선발 출전하는지가 중요하긴 하지만 전부는 아니다"라며 "안혜진(23)과 김지원 중 웜업존에서 경기를 시작하는 세터도 언제든 출전할 수 있다. 웜업존에서 경기를 보며 배우는 점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선발 세터'는 김지원이었다. 안혜진은 교체 출전해 서브를 넣고, 후위에서 짧은 시간을 보내다가 다시 웜업존으로 들어갔다.

그동안 배운 걸 코트 안에서 활용한 김지원의 활약 속에 GS칼텍스는 인삼공사를 세트 스코어 3-0(25-17 25-22 25-15)으로 완파했다.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대표팀 세터 염혜선(인삼공사)과 안혜진이 모두 이날 장충체육관에 있었지만, 가장 돋보인 세터는 김지원이었다.

김지원은 서브와 블로킹 득점까지 한 개씩 했다. 그가 블로킹 득점을 한 건, 프로 입단 후 처음이었다.

경기 뒤 만난 김지원은 "사실 블로킹은 약한 편인데, 블로킹 득점까지 해서 기분 좋다"고 환하게 웃었다.

김지원은 2020-2021시즌을 앞두고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GS칼텍스에 지명된 유망주였다.

하지만 2020년 12월 훈련 중 오른쪽 발목 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을 당했다.

김지원은 프로 첫해 단 8경기만 뛰고, 재활을 시작했다.

그는 "그렇게 크게 다쳐본 게 처음이었다. '내가 재활 훈련을 잘 버틸 수 있을까' 걱정했다"고 털어놓으며 "주위에서 선배들이 '넌 아직 신인이다. 시간이 많다. 액땜했다고 생각하라'며 격려해주셨다. 정말 힘이 됐다"고 떠올렸다.

'주머니 속 송곳'처럼 부상에서 회복하자마자 김지원은 재능을 맘껏 뽐냈다.

차상현 감독은 "어린 선수가 중앙 속공을 정말 잘 활용한다. 오늘(30일)도 중요할 때 속공으로 점수를 뽑아냈다"며 "지난 시즌 부상으로 거의 뛰지 못했고, 이제야 기회를 얻었는데 경기력으로 재능을 보여주고 있다. 정말 고맙다"고 흐뭇해했다.

김지원은 "아직 선발 출전하는 건 부담스럽다. 경기를 시작하기 전에는 걱정을 많이 한다. 그래도 매 경기 후회를 남기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라며 "중앙 공격을 잘 활용하지만, 아직 측면 공격수를 향한 토스는 불안정할 때가 있다"고 냉정하게 자신을 분석했다.

김지원 주위에는 두 명의 '남자 배구인' 차상현 감독과 오빠 김지승(KB손해보험 세터)이 있다.

당연히 둘을 대하는 태도는 다르다.

김지원은 "감독님은 평소에는 아빠같이 다정하다. 운동할 때는 무섭다"고 전한 뒤 "오빠(김지승)와는 배구 얘기를 거의 하지 않는다"라며 웃었다.

재활을 끝내기 전, 김지원은 좀처럼 웃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오빠를 떠올리며 농담을 할 정도로 마음의 키도 자랐다.

김지원에게는 코트를 누빌 시간이 더 많다.

그는 "오늘 처음으로 수훈 선수 인터뷰를 했다"며 "올 시즌을 시작하기 전에는 수훈 선수 인터뷰를 하는 게 목표였다. 이제는 더 큰 꿈을 꾸겠다. 더 노력해서 흔들리지 않는 세터가 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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