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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로켓에 참호 파던 러시아 노동자 80여명 사망"
기사 작성일 : 2023-01-12 17:01:05
우크라 전선 참호 시찰하는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


[AP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황철환 기자 = 러시아군이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참호 공사를 하던 러시아 출신 민간인 노동자 80여명이 지난달 우크라이나군의 로켓 공격에 사망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주(州) 란트라티우카 마을의 한 학교가 지난달 16일 우크라이나군의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공격을 받았다.

이 지역을 장악한 친러 분리주의 세력이 세운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의 수장 레오니트 파세치니크는 당시 8명이 숨지고 23명이 다쳤다고 밝혔지만, 사상자의 신원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친러 성향으로 논란을 빚다 해외로 망명한 우크라이나 유튜버 겸 정치인 아나톨리 샤리는 지난주 관련 영상을 공개하면서 사망자들이 러시아에서 넘어 온 민간인들이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군이 사용할 참호를 파기 위해 러시아 본토 각지에서 동원된 노동자들이 란트라티우카 마을 학교 체육관에 머물다가 목숨을 잃었다는 이야기다.

실제, 해당 영상에 찍힌 노동자들은 모두 사복이나 작업복 차림으로 러시아군과 관련이 있다고 볼 지점이 전혀 없었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생존자들은 사상자가 30여명이었다는 LPR측 발표와 달리 해당 공격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의 수가 최소 84명에 이른다고 말했다.

익명으로 미국 자유유럽방송(RFE)과의 인터뷰에 응한 한 남성은 "오전 3시께 로켓 3발이 떨어졌고, 5초쯤 뒤에 두발이 더 떨어졌다"면서 "노동자들이 머물던 방이 산산조각이 났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우크라이나군의 HIMARS 발사 장면


[EPA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지난달 구인광고에 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러시아 서부 벨고로드를 거쳐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시베리아 출신의 남성들로 구성된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일과 숙식을 함께 하는 동안 본인이 속한 노동자 무리는 국경 바로 너머에 머물렀다면서 "국경을 다시 넘고 싶지 않다. 또 목표물이 되면 어떻게 하냐"고 두려움을 토로했다.

샤리는 이런 사건이 한번이 아니라 여러 차례 있었다면서 다른 사례들은 공개되지 않았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와 친러 분리주의 세력이 민간인 피해 규모를 축소하거나 은폐하고 있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우크라이나 내 군사시설 공사에 필요한 노동력을 수급하는 데 악영향이 미칠 것을 우려해서일 수 있다.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이 거세지자 지난달부터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군 점령지와 우크라이나 접경지의 러시아 당국자들은 민간인 노동자들을 고용해 전선을 따라 참호를 건설하는 공사에 투입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러한 보도는 새해 전야인 작년 12월 31일 러시아군 점령지인 도네츠크주 마키이우카에서 러시아군 신병 임시숙소로 쓰이던 건물이 우크라이나군의 HIMARS 공격을 받아 러시아군 병사 약 400명이 숨지고 300여명이 다쳤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 약 한 주만에 나왔다.

러시아군이 밝힌 사망자 수는 이보다 훨씬 적은 89명이지만, 피해사실을 대체로 부인하던 과거 행적에 비춰볼 때 러시아 군당국조차 시인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인명 손실이 컸던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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