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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운 박사 1호'…한국 현대 시 연구 헌신한 김재홍 교수 별세
기사 작성일 : 2023-01-13 15:01:22


[유족 제공]

이충원 기자 = 만해 한용운(1879∼1944)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50여 년간 한국 현대 시 연구에 매진한 문학평론가 산사 김재홍(金載弘) 경희대 명예교수가 13일 오전 2시께 인하대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유족이 전했다. 향년 75세.

충남 천안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대 국어교육과에 다니던 1969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부문에 당선되며 등단했다. 육사, 충북대, 인하대를 거쳐 1988년부터 경희대 강단에 섰다.

1982년 '한용운 문학 연구'로 서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용운 시인에 대한 단독 연구로는 한국 첫 박사학위 논문이자 만해학 연구의 초석을 다진 역작으로 꼽힌다. 고인이 쓴 '만해평전'이 국어 교과서에 실릴 만큼 독보적인 만해 전문가로 인정받았다. 만해학회 창립을 주도했고, 만해사상실천선양회 초대 상임대표, 설악산 백담사 만해마을의 만해문학박물관장과 만해학술원장을 지냈다.

한용운 외에도 이상화(1901∼1943), 나도향(1902∼1926), 이육사(1904∼1944) 등과 카프 시인, 월북 시인을 연구했다. 1986년에 펴낸 '한국 현대 시인 연구'는 문학사회학적 방법론으로 해방 전 주요 시인들의 문학 세계를 분석했다는 평을 받았다.

2008년 한국 현대 시 100주년을 기념해 서울 명륜동 만해학술원에 '한국 시의 집·현대시박물관'을 개관했고, 2013년에는 백석대에 현대시 관련 자료 1만6천점을 기증해 '산사현대시100년관'을 세웠다.

1991년 봄호로 국내 최장수 시 전문 계간지 '시와시학'을 창간했다. 고향 논밭을 팔아서 운영비를 댄 일화가 널리 알려졌다. 2001년 '한국 현대시 시어사전'을 펴냈고, 1998년에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번역하기도 했다. 아들 김가진씨는 "아버지는 한국 시문학을 위해서 삶 전체를 바친 분이셨다"고 말했다.

유족은 부인 호소향씨와 사이에 1남1녀(김가진<DL에너지 기획팀장>·김은빛)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12호실(14일 오전 9시부터 조문 가능), 발인 16일 오전 6시30분, 장지 천안 성남면 선영. ☎ 02-2258-5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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