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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안당국, 민주노총 내부 '北 포섭·침투' 파악했나(종합)
기사 작성일 : 2023-01-19 18:00:40
국정원·경찰, '국보법 혐의' 민주노총 본부 압수수색 시도


국가정보원과 경찰청이 18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본부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은 경찰로 둘러싸인 민주노총 입주 건물 모습. [민주노총 트위터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전성훈 기자 = 국가정보원 등 공안당국이 18일 민주노총 본부, 보건의료산업노조 등의 간부급 인사들에 대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잡고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이면서 사건의 실체에 관심에 커지고 있다.

민주노총에 대한 공권력의 압수수색이 최초는 아니지만 국가보안법 혐의로는 처음이다. 공안당국은 이들이 해외에서 북측 공작원에게 포섭돼 공작금을 받아 국내에서 지하조직을 구축하는 데 사용했는지를 추적중이다.

19일 공안당국에 따르면 이들이 국가보안법상 회합·통신 혐의를 두는 민주노총 관련 인사는 현재까지 4명이다.

이 가운데 민주노총 조직국장 A씨는 2016년 8월 중국 베이징, 2017년 9월 캄보디아 프놈펜, 2019년 8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북한 노동당 대남 공작부서인 문화교류국 인사와 접촉한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민주노총 산하 보건의료산업노조 조직실장 B씨와, 금속노조 출신으로 제주도 평화쉼터 운영위원장 C씨는 2017년 9월 프놈펜에서 북한 공작원을 접선한 혐의를 받는다.

A씨와 B씨는 프놈펜에서 같은 호텔에서 며칠 간격으로 각각 북측을 만난 것으로 당국은 의심한다.

금속노조 전 부위원장을 지낸 기아 광주공장 소속 D씨는 2019년 8월 A씨와 하노이에 동행해 북한 공작원을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공안당국은 A씨가 민주노총 본부의 간부급이고 나머지 3명은 산하 조직에 속했던 만큼 이들이 북측에 포섭돼 민주노총 내부에서 조직적으로 움직여 북측의 지령대로 노조의 정책과 활동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의심한다.

이번 압수수색은 최근 공안당국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사 중인 단체 'ㅎㄱㅎ'나 전국 조직 성격의 '자주통일 민중전위'(자통)와는 다른 사안으로 알려졌다.

제주지역 진보인사들이 중심이 된 ㅎㄱㅎ는 조국통일의 한 길을 가겠다는 뜻을 담아 작명된 '한길회'의 초성을 딴 조직이다. 2017년부터 한미군사 훈련 중단 등의 북한 지령을 받아 활동한 이적단체라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당국은 또 자통이 ㅎㄱㅎ을 포함한 각 지역 조직의 상부 조직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실체를 살펴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노총은 윤석열 정부의 근거 없는 '공안몰이', '색깔 공세'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날 서울 중구 본부 건물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수십 년 쌓아온 민주주의가 대통령 한 명에 의해 철저히 유린당했다"고 비판했다.

양경수 위원장은 전국적으로 경찰 등 1천여명이 동원된 전날 압수수색을 두고 "대통령의 사주를 받고 국정원이 메가폰을 잡은 한편의 쇼였다"면서 "무능과 무책임으로 망가진 외교와 민생, 여당의 자중지란을 덮기 위한 것"이라고 규탄했다.

민주노총 압수수색 종료


윤동진 기자 = 국가정보원이 18일 오후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서울 사무실 압수수색을 마친 후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국정원이 주도하는 이번 국가보안법 수사가 더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정원은 지난해 대공 방첩 전담조직을 확대했는데 사실상 신설 수준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수년간 내사 단계에 있었던 이번 사건에 대해 '단서'를 확보하고 대대적인 수사에 대비해 조직을 확대 신설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는 민주노총 관계자들에 대한 공안당국의 압수수색이 동시다발로 이뤄지는 것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국정원이 '기관명칭'을 새긴 유니폼을 입고 압수 수색을 하는 장면이나, 전면에 나서 공개적인 방첩 수사를 한 것은 근래에 보기 드문 일이다.

확대 신설된 것으로 알려진 이 조직은 국정원장 비서실장 직속으로 최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수사의 핵심 역할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 내부 인력뿐 아니라 경찰 등으로부터 수십명의 전문 수사 인력을 파견받아 구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은 법률 개정에 따라 2024년부터 경찰로 이관되지만 이후로도 방첩·대테러 관련 기능은 유지된다.

일각에서는 이 조직이 대공 수사권의 경찰 이관 이후 방첩·대태러 관련 기능을 차질없이 수행하기 위한 목적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겠느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국정원 관계자는 내부 조직 문제 등에 대해서는 "관련법상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노총 '공안탄압 중단하라'


서대연 기자 = 18일 오전 국정원 압수수색이 이루어지고 있는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서울 사무실 앞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압수수색에 항의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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