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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 흑해충돌 책임공방…"러 최상층부 위협비행 승인"
기사 작성일 : 2023-03-16 12:00:59
러시아군 수호이(SU)-27 전투기


[EPA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황철환 기자 = 우크라이나와 가까운 흑해 영공에서 미군 무인기가 러시아 전투기와 충돌해 추락한 사건과 관련해 양측 간에 책임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둘러싸고 팽팽히 대치 중인 양대 핵강국 간의 골은 더욱 깊어지는 모양새다. 미 정부 내에선 러시아 최고위층이 위협비행을 승인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다만, 군함 출입이 통제된 흑해에서 벌어진 사건이어서 미국이 잔해 회수에 나서기 힘든 만큼 양국군이 흑해 해상에서 대치하는 최악의 상황이 전개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 美 "러 공격적 행위 의도적"…러는 충돌 부인, 美에 책임 돌려

앞서 크림반도 서쪽 흑해 상공에서는 14일 감시 임무를 수행하던 미 공군 MQ-9 무인기에 SU-27 2대가 접근해 30∼40분에 걸쳐 위협 비행을 했고, 결국 MQ-9 무인기가 추락했다.

이에 대해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15일(현지시간) 국방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건이 "국제 공역에서 러시아 조종사들이 보여온 공격적이고 위험하며 안전하지 못한 행동 패턴 중 일부"라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는 군용기를 안전하고 전문적인 방식으로 운용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비판했다.

동석한 마크 밀리 합참의장도 "이러한 공격적 행동은 의도적이었다"고 주장했다. 다만, 미 공군의 MQ-9 '리퍼' 무인기 추락의 직접적 원인이 됐던 러시아군 수호이(SU)-27 전투기와의 물리적 접촉도 의도적이었는지는 아직 불투명하다고 덧붙였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NBC 방송 인터뷰에서 "(기체 접촉은) 그저 조종사의 무모함과 기술 부족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기자회견하는 미 국방장관과 합참의장


(알링턴 AFP= 15일(현지시간) 미국 버니지아주 알링턴의 미 국방부 청사에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왼쪽)과 마크 밀리 합참의장(오른쪽)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방일 중인 벤 월러스 영국 국방장관도 "미국인들은 이번 사건이 매우 '프로답지 못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면서 "핵심은 모두가 국제공역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러시아도 그렇게 하길 촉구한다"며 미국의 편을 들었다.

미 ABC 방송은 SU-27이 19차례에 걸쳐 MQ-9에 접근했고, 마지막 3∼4차례에선 항공유를 뿌렸다고 전했다. 마지막에는 뒤에서 급속도로 접근했다가 기체가 부딪혀 MQ-9 후방의 프로펠러를 부러뜨렸다고 전했다.

AP 통신은 작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전에도 러시아 군용기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항공기를 가로막는 사건이 연평균 400건씩 벌어졌지만, 냉전 후 물리적 충돌로 미군기가 추락한 건 이번이 첫 사례라고 지적했다.

러시아 측은 SU-27과 미군 무인기 사이에 물리적 접촉이 있었다는 미국 측 발표를 부인하면서 미국에 책임을 돌렸다.

러시아 국방부는 미군 무인기가 2014년 러시아에 강제병합된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인근에서 러시아 국경 방향으로 비행하고 있었다면서 "(러시아 전투기는) 탑재된 무기를 사용하지 않았고 (무인기와) 직접 접촉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자국 언론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후 러시아가 흑해 연안에 설정한 비행제한 구역을 "미국이 완전히 무시했다"면서 이번 사건의 책임이 미국 측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대결적 접근을 고조하기 위해 일종의 도발을 끊임없이 모색하고 있다"면서 "두 핵 강대국의 충돌을 유발하는 모든 사건에는 언제나 큰 위험이 따른다"고 경고했다.

전날 미 국무부에 초치됐던 아나톨리 안토노프 주미 러시아 대사는 "누구도 러시아 해역을 침범하는 것을 더는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말했다.

미군 MQ-9 '리퍼' 무인기


[AP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러, 추락현장 함대 급파…잔해 인양 성공 가능성은 글쎄

러시아는 추락 현장에 함대를 급파해 잔해 인양을 시도하고 있다.

추락 지점은 크림반도에서 남서쪽으로 약 70마일(112㎞) 떨어진 공해상으로 우크라이나 즈미이니(뱀) 섬 인근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군은 크림반도에 흑해함대를 주둔시키고 있다. 반면, 미국은 작년 튀르키예가 보스포루스 해협의 군사적 이용을 불허한 까닭에 흑해에서 운용 중인 군함이 없는 상황이다.

앞서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는 자국 국영방송에 출연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미국의 직접적 개입이 "또다시 확인됐다"면서 "(잔해를) 찾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할 필요가 있다. 분명히 수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러시아군이 의미 있는 성과를 낼지는 의문이 제기된다.

이 지점의 수심은 1천200∼1천500m에 이른다고 밀리 의장은 전했다. NBC 취재에 응한 미 국방부 및 백악관 당국자들은 러시아군이 활발한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뭔가를 찾아낸 정황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커비 조정관은 CNN에 출연, 만약 러시아군이 잔해를 인양하더라도 러시아가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없도록 이미 조처했다고 밝혔다.

또, 미군 역시 잔해 인양에 나설 것이냐는 질문에는 "시도에 나설 수 있을지 평가 중이지만 없을 수도 있다"고 답했다.

팻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해당 무인기가 기체접촉 이후 "비행 능력과 통제를 잃어서 추락시켰다"고 밝혔는데, 이에 앞서 소프트웨어 삭제 등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흑해에서 우크라이나군을 겨냥해 미사일을 발사하는 러 구축함


[타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미 "러 최고위층 공격행위 승인…푸틴 관여 정황은 없어"

이런 가운데 미 NBC 방송은 관련 정보에 밝은 익명의 미 정부 당국자들을 인용해 '러시아 최고위층'이 미군 무인기에 대한 공격적 행위를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이 당국자들은 러시아군 전투기가 미군 무인기에 항공유를 뿌리는 전례 없는 행위를 한 건 항로 이탈을 유발하거나 탑재된 감시 장비를 망가뜨리려는 의도였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다만, 이 중 한 명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직접 이를 승인했다고 볼 만한 정황은 없다고 말했다. 다른 이들도 러시아 최고위층이 구체적으로 누구를 뜻하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미국은 15일 미-러 국방장관 핫라인을 가동하는 등 이번 사건이 확전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위기관리에 나섰다.

커비 조정관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미국과 러시아 간의 무언가로 확전하는 건 누구도 원치 않아야 할 상황"이라면서 "우리는 확전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이번 분쟁 시작부터 매우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올렉시 다닐로우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서기는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번 사건은) 푸틴이 다른 당사자들을 끌어들임으로써 분쟁 지역을 확대할 준비가 됐다는 신호"라고 주장했다.

AFP 통신은 14일 에스토니아 영공 인근에서도 영국과 독일 전투기가 러시아 군용기의 접근을 막기 위해 출격하는 일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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