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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의림지 기원은?…다시 제기된 삼한시대 축조설
기사 작성일 : 2023-03-19 10:01:18
의림지 전경


제천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제천= 권정상 기자 = 김제 벽골제, 밀양 수산제와 더불어 우리나라 3대 고대 저수지이자 지금도 유일하게 관개 기능을 유지하는 충북 제천 의림지의 삼한시대 축조설을 뒷받침하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19일 제천문화원이 최근 발간한 학술 연구서 '제천 의림지의 인문지리학'은 그 기원을 놓고 논란이 분분한 의림지의 축조 시점을 인문지리학적 분석을 토대로 삼한시대(기원전 300년∼서기 300년)로 특정했다.

이 책은 제천 출신 사대부인 박수검(1629∼1698)의 저서 '임호집'에 수록된 칠언율시를 그 근거로 들었다.

'깊은 하천에 넘실거리는 푸른 물은 곧 관개를 시작할 것이요....중략....영구(靈區)는 저 멀리 삼한부터 열렸으니 수승한 경개(勝槩)가 인하여 사군(四郡)에 겸하여 울리네'

17세기 중반 의림지의 모습을 묘사한 이 시의 구절 중 영험하고 신비한 구역이라는 의미의 '영구'가 곧 의림지를 지칭한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의림지가 삼한시대 때 시축 됐다'는 의미라는 설명이다.

연구서는 역사학자이기도 한 박수검이 이같이 기록한 데 대해 "제천 지역에서 오래도록 구전된 진섭 설화를 소싯적부터 접한 이래로, 해박한 역사적 지식에 입각해 자기 나름의 시기 설정을 가한 결과가 아닐까 추정한다"고 밝혔다.

진섭 설화는 의림지 축조에 동원된 부역자들이 진섭산(용추폭포 옆 산)에서 신발에 달라붙은 '진흙을 털어냈다'(진섭·振屧)는 내용으로, 제천 출신 학자이자 시인인 오상렴(1680∼1707)의 시집 '연초재유고'에 등장한다.

오상렴은 진섭산에 대해 '세상에서 이르기를, 맨 처음 (의림지) 제방을 쌓을 때 고을에서 부역한 사람들이 짚신에 달라붙은 진흙 티끌을 털면서 조성된 것이라고들 한다'라고 기록하고 있는데, '맨 처음 제방을 쌓을 때'의 시점을 박수검이 '삼한시대'로 특정한 것이라는 주장인 셈이다.

10여년에 걸친 연구 끝에 이 책을 저술한 김종수 세명대 외래교수는 "유서 깊은 역사를 간직한 의림지는 그 연륜에 상응하는 다양한 구비전승 혹은 설화를 파생한 민중 친화적인 공간이기도 했다"며 "의림지 축조와 관련한 고문헌 자료가 매우 희귀한 상황에서는 구전설화 또한 아주 유익한 간접 자료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의림지의 기원을 삼한시대로 못 박은 고문헌 상의 기록은 박수검의 시구가 유일하다는 점에서 매우 특별한 가치를 지닌다"고 강조했다.

제천 의림지의 인문지리학


제천문화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의림지의 기원을 삼한시대로 처음 제시한 이는 역사학자 이병도(1896∼1989)로, 그의 학문적 권위를 기반으로 삼한시대 축조설이 정설로 굳어지면서 중·고교 국사 교과서에까지 이 내용이 실렸다.

그러나 실증적 근거가 없다는 한계로 인해 다수의 이의가 제기되면서 1997년 제7차 교육과정 개편 때 국사 교과서에서 삼한시대 축조설이 누락되고 말았다.

이후 제방 토양의 유기질 퇴적물에 대한 방사성탄소 연대값 측정 등 과학적 접근법이 동원되기도 했지만 삼한시대 축조설과 삼국시대 축조설이 충돌하며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한편 이 연구서는 여러 고문헌을 토대로 의림지 북단의 순주섬이 1696년(숙종 22년)께 의림지 수리시설의 일부였던 자지(子池)와 손지(孫池)를 복원한 제천 현감 홍중우의 공로를 기리기 위해 관리이자 학자였던 김봉지(1649∼1713)가 만든 인공섬이라고 주장했다.

또 순주(蓴洲)라는 명칭은 의림지에 자생했던 식물 순채(蓴菜)와 섬 주(洲)를 합쳐 만든 조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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