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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 화재로 나이지리아 국적 네 남매 사망…"멀티탭서 발화"(종합2보)
기사 작성일 : 2023-03-27 16:00:29

(안산= 최종호 권준우 김솔 기자 = 27일 새벽 경기 안산시의 한 빌라주택에서 불이 나 집 안에 있던 나이지리아 국적의 어린 남매 4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당시 집 안에 있던 부모는 불이 난 사실을 알고 다섯 자녀 중 두살배기 막내를 데리고 대피했으나, 나머지 자녀들은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 감식 결과 불은 콘센트와 연결된 멀티탭에서 최초 시작된 것으로 잠정 조사됐다.

안산 빌라 화재로 나이지리아 어린 남매 4명 숨져


(안산= 27일 오전 경기 안산시 단원구 선부동의 한 3층짜리 빌라 2층에서 불이 나 나이지리아 국적 어린 남매 4명이 숨졌다. 사진은 불이 난 빌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새벽 화마에 잠자던 어린이 4명 숨져

불은 이날 오전 3시 28분 안산시 단원구 선부동의 한 3층짜리 빌라 1층에서 일어났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당국은 화재 발생 40여분 만인 오전 4시 16분 진화를 완료하고, 나이지리아 국적의 어린이 4명의 시신을 수습했다.

사망자는 11세·4세 여아와 7세·6세 남아로, 나이지리아 국적의 50대 A씨와 40대 아내 B씨 사이의 자녀들이다.

화재 당시 집 안에는 A씨, B씨와 2살 막내까지 모두 7명이 있었다.

거실에서 치솟는 불길을 발견한 A씨와 B씨는 막내를 대피시켰으나 다른 자녀들은 미처 구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불로 연면적 21㎡의 집 안이 모두 불에 탔다.

안산 빌라 화재로 나이지리아 어린 남매 4명 숨져


(안산= 27일 오전 경기 안산시 단원구 선부동의 한 3층짜리 빌라 2층에서 불이 나 나이지리아 국적 어린 남매 4명이 숨졌다. 사진은 불이 난 빌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또 같은 빌라에 사는 다른 나이지리아인 3명과 우즈베키스탄인 2명, 러시아인 1명 등 6명이 경상을 입었다.

일부는 불길을 피해 옥상으로 대피했다가 소방대원들에 의해 구조되기도 했다.

불이 난 곳은 1994년 사용 승인된 바닥 면적 137㎡의 다세대 주택으로, 총 11세대 41명이 거주하고 있다. 거주자는 주로 외국인이다.

이 건물에는 반지하가 1층으로 분류돼 있어서 사실상 4층 규모이다.

안산시는 화재 건물 인근에 이재민 임시거주시설을 마련한 뒤 구호 물품을 지급하는 등 지원에 나섰다.

◇ "멀티탭서 발화 추정"…정확한 화재 원인 조사 중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및 소방당국 등 관계 기관과 함께 이날 오전 8시 50분부터 3시간가량 화재 현장에 대한 합동 감식을 벌였다.

경찰은 감식 후 취재진과 질의응답에서 "불은 출입문과 인접한 거실 바닥에서 최초 발생했다"고 밝혔다.

불이 난 현관 입구에는 TV와 냉장고가 멀티탭에 연결돼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로선 이들 기기와 전선 중에서 합선 등 전기적 요인으로 불이 났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인화성 물질 등 방화를 의심케 할 만한 증거나 정황은 나오지 않았다.

안산 빌라 화재로 나이지리아 어린 남매 4명 숨져


(안산= 27일 오전 경기 안산시 단원구 선부동의 한 3층짜리 빌라 2층에서 불이 나 나이지리아 국적 어린 남매 4명이 숨졌다. 사진은 불이 난 빌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숨진 남매 4명은 모두 방 안에서 누워 있는 상태로 발견됐다. 특별한 외상은 없으며 질식으로 인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사망자들의 시신을 국과수에 부검 의뢰해 정확한 사인을 밝힐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 훼손이 심해 아이들이 탈출을 시도했는지 등은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

화재 원인을 찾아라


(안산= 홍기원 기자 = 나이지리아 국적 어린이 4명이 숨진 경기도 안산시의 한 빌라 화재 현장에서 27일 오전 경찰과 소방 등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 2년 전에도 화재로 피해…"경제적 어려움 겪어"

A씨 일가족은 2년 전에도 다른 지역 거주지에서 불이 나 큰 피해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2021년 1월 8일 낮 12시 37분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 소재 3층짜리 빌라 건물 A씨의 반지하 집에서 불이 났다.

이 불로 B씨와 작은아들(당시 4세), 작은딸(당시 2세) 등이 연기를 흡입해 치료를 받았다.

또 큰아들인 C(당시 5세)군이 목 부위 등에 2도 화상을 입는 등 크게 부상했다.

화재 원인은 전기적 요인에 의한 것으로 추정됐다.

2021년 화재 당시 모습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소방당국은 나이지리아인 일가족이 화재로 다친 안타까운 사연을 안산제일복지재단에 알려 치료비 등을 지원해 줄 후원자를 찾아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샴푸전문 회사인 'TS트릴리온'이 C군의 화상 치료비 전액(1천500만원)을 후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한국에서 중고물품을 수거해 나이지리아로 수출하는 일을 할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1년 넘게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B씨와 당시 네 자녀를 양육하면서 심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안산제일복지재단 관계자는 "A씨와 B씨는 당시 월세 32만원의 반지하에 거주하면서 C군의 화상 치료비 문제로 걱정이 컸다"고 말했다.

A씨 일가족은 이후 선부동으로 거처를 옮겼으나, 이로부터 2년여가 지난 이날 다시 화재 피해를 보게 된 것이다.

이 화재로 2년 전 화상을 입은 B군을 비롯한 네 자녀가 목숨을 잃었다.

생존자는 A씨와 B씨, 그리고 2021년 태어난 두살배기 막내딸 등 3명이 전부이다.

A씨는 다리 부위에 3도 화상을 입었으며, 심리 상태가 안정되지 않아 제대로 된 진술을 하지 못하고 있다. B씨 역시 조사가 불가능한 상태이다.

경찰은 자세한 화재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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