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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정원도시 울산] ④자연 다채로움 담아…세계적 히트상품 조성 순항
기사 작성일 : 2023-05-27 08:00:33
태화강 국가정원 전경


[울산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편집자 주 = 울산은 1962년 특정공업지구로 지정된 이후 오직 '산업도시'를 바라보며 앞으로 내달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환경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은 '공해도시'라는 오명을 얻게 했고, 특히 울산을 가로지르는 태화강은 '죽음의 강'으로 불리기까지 했습니다. 그런 수치와 불명예를 벗어던지고자 민관은 각고의 노력을 전개했고, 태화강은 '기적'이라는 수식이 절대 과하지 않을 정도로 환골탈태하며 생태성을 회복했습니다. 태화강 수질 회복은 '친수공간'이라는 뜻밖의 선물을 시민들에게 선사했고, 이제 울산은 그 친수공간을 도약대로 삼아 '정원도시'로 비상하는 꿈을 꿉니다. 는 태화강의 오염과 부활, 정원도시 조성 과정과 성과, 시민이 주도하는 정원문화 확산, 앞으로 청사진과 기대 효과 등을 짚는 특집기사를 매주 토요일 7회에 걸쳐 송고합니다.]

(울산= 허광무 기자 = 한때 환경오염의 대명사였던 울산 태화강은 수질 개선과 친환경 친수공간 조성으로 생태공원으로 변모했고, 마침내 국가정원이라는 위상까지 얻었다.

국내 최초 수변 생태공원인 태화강 국가정원은 까마귀와 백로 등 철새가 모여드는 생태성까지 더해 태화강의 독보적인 자연환경을 대외적으로 증명하는 상징이 됐다.

국내 1호 순천만 국가정원이 다양한 주제와 종류로 구성된 시설 위주의 정원이라면, 태화강 국가정원은 자연 지형인 하천 퇴적지 위에 다양한 정원과 함께 생태성을 간직한 환경이 보존돼 있다는 특징이 있다.

특히 세계적인 정원 디자이너가 조성하는 자연주의 정원은 우리나라를 넘어 전 세계적인 '히트 상품'으로 도약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품게 한다.

태화강 국가정원 십리대숲


[ 자료사진]

◇ 주제별 20개 정원부터 철새 보금자리까지…'환경의 보고'

태화강 국가정원은 총면적이 83만5천452㎡로, 계절별 아름다운 꽃과 향기를 선사하는 태화지구(48만4천998㎡)와 야생 조류의 힘찬 날갯짓을 볼 수 있는 삼호지구(35만454㎡)로 나뉜다.

이 2개 지구는 생태·수생·대나무·참여·계절·무궁화 등 6개 주제에 따라 조성된 20개 정원으로 구성돼 있다.

'생태정원'(23만5천268㎡)은 사계절의 다양한 생태경관을 제공하는 주제정원이다.

은행나무정원, 자연주의 정원, 숲속정원, 조류생태원, 보라정원 등 5개 정원이 속한다.

특히 조류생태원은 자생하는 대나무숲에 새로 복원한 대숲이 어우러진 전국 최대의 도심 속 철새 도래지다.

여름에는 8천여 마리의 백로들이 찾아와 둥지를 트고 겨울에는 월동을 위해 10만여 마리의 떼까마귀가 날아드는 철새 보금자리로, 태화강의 뛰어난 생태성을 상징하는 명소다.

울산관광사진 '십리대숲 은하수길'


2020년 울산관광사진 전국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은 허칠구씨의 '십리대숲 은하수길'[울산시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대나무정원'(16만6199㎡)은 대나무를 주제로 한 다양한 경관을 제공하는 곳으로 십리대숲, 은하수길, 대나무생태원, 대나무 테마정원 등 4개 정원이 해당한다.

'계절정원'(10만500㎡)은 계절에 따라 모습을 바꾸는 형형색색의 초화류로 구성된 주제 정원이다.

초화원, 국화정원, 작약원, 향기정원 등 4개 정원이 조성돼 있다.

'수생정원'(10만2천810㎡)은 관람객들이 직접 동식물 등 생태자원을 관찰하고 즐기며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무지개분수와 모네의 정원 등 2개 정원으로 구성된다.

'참여정원'(5만8천718㎡)은 시민들이 직접 만들고 체험하며 참여할 수 있는 주제정원이다.

시민정원, 작가정원, 울산 5개 구·군을 상징하는 U-5가든, 정원체험장 등 4개 정원이 설치됐다.

마지막으로 '무궁화정원'(2만3천195㎡)은 국화(國花)인 무궁화의 다양한 화종을 심어 조성한 곳으로, 무궁화의 생명력과 우리 민족의 역동적 민족성을 표현했다.

이 밖에도 태화강 국가정원은 전국 최대 규모의 도심 친수공간답게 다양한 편의 공간과 시설이 조성돼 있다.

2만3천㎡ 규모 잔디정원을 비롯해 시민 피크닉장과 야외무대가 조성된 소풍마당, 강을 건너 국가정원 내 중구와 남구 둔치를 안전하게 오갈 수 있는 보행전용 십리대밭교, 조선시대 '영남 3루'로 불리다가 소실됐으나 2014년 복원된 태화루, 일제강점기 군수물자 창고로 쓰였던 동굴을 정비해 체험공간으로 조성한 동굴피아 등 하나하나가 그 자체로 관광시설로 손색없을 명소들이 태화강 주변에 즐비하다.

자연주의정원 조성 작업


[울산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거장이 선사하는 자연과 계절의 조화…'자연주의 정원' 히트상품 예약

자연과 정원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종합선물 세트 같은 태화강 국가 정원에서도 단연 기대를 모으는 정원이 있다.

세계 최고의 자연주의 정원 디자이너인 피트 아우돌프(Piet Oudolf)가 조성하는 '자연주의 정원'이다.

2019년 태화강 국가정원 지정 당시 '인공적이지 않고 하천 환경에 순응하면서 국가정원의 품격을 높여줄 국제적 명성의 정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산림청과 전문가들 의견으로 제시됐다.

이 소식을 접한 피트 아우돌프는 자신의 아시아 첫 작품을 태화강에 설치하기로 했다.

평소 작품 선택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그는 과거 죽음의 강을 생명의 강으로 되살린 울산시민들 노력에 감동해 태화강을 선택했다고 한다.

1944년 네덜란드 출생의 피트 아우돌프는 식물이 태어나서 죽고 사라지는 모든 과정이 아름답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고자 여러해살이풀을 사용, 자연에 가까운 정원을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 다 자란 식물을 심어 특정 계절에만 화려한 경관을 뽐내는 정원이 아니라, 계절에 따라 피고 지는 다양한 식물들의 조화를 통해 사계절 내내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을 연출하는 것이다.

버려진 철길을 정원으로 바꾼 뉴욕 '하이라인'(High Line)을 비롯해 시카고 밀레니엄 파크 '루리 가든'(Lurie Garden), 영국 서머싯주 '하우저 앤드 워스(Hauser&Wirth) 갤러리', 독일 바일 암 라인 '비트라 캠퍼스'(Vitra Campus) 등의 그의 대표작이다.

전 세계적으로 팬덤을 보유한 거장의 정원 작품이 지금은 울산 태화강에 그 뿌리를 내리는 중이다.


지난 5일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을 방문한 정원 디자이너 피트 아우돌프(Piet Oudolf)와 조경전문가 바트 후스(Bart Hoes)가 자연주의정원에 식재된 식물 생육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울산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자연주의 정원은 과거 국화정원이었던 1만8천㎡에 조성되고 있다.

정원의 아름다움이 최고조에 이르는 가을부터 겨울, 봄, 여름을 거쳐 다시 가을을 맞는 순환 과정을 강조한 '다섯 계절의 정원'이라는 주제로 설계됐다.

지난해 5월 기반 조성공사를 시작한 데 이어 10월 1∼7일에는 국내외 전문가와 시민 등 약 360명이 1차로 식물을 심었고, 올해 4월 2차 식재가 이뤄졌다.

이 정원에는 우리나라 자생식물인 실새풀을 포함한 157종 7만1천289포기의 다양한 숙근 초화류(겨울에 잎과 줄기는 말라 죽지만, 뿌리는 계속 남아 이듬해 생육을 계속하는 식물)가 심어졌다.

피트 아우돌프는 정원을 함께 설계한 파트너이자 조경전문가 바트 후스(Bart Hoes)와 함께 이달 5일 태화강을 방문, 식물 생육상태를 점검했다.

현재 건강한 식물 상태 등을 고려하면 내년 봄에 정원 윤곽이 드러나고, 가을에는 수준 높은 정원의 절정을 직접 체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식물들이 안정적으로 뿌리를 내린 뒤에는 태화강을 배경으로 계절마다 특색 있고 역동적인 자연경관이 연출될 전망이다.

평면적 공간 배치와 동선으로 교통약자도 정원을 만끽할 수 있다.

정원 설계와 식물 심기에 11억원, 산책로와 배수시설 등 기반 시설 조성에 8억원이 투입되는 등 총사업비는 19억원에 달한다.

전 세계 정원 마니아들이 자연주의 정원을 구경하러 태화강 국가정원을 방문하는 날이 머지않았다.

태화강 국가정원 안내도


[울산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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