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A 자료사진]

이지헌 기자 = 미국 연방의원이 반도체 생산용 첨단장비의 대(對)중국 수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제조사에 적용 중인 한시적 규제적용 유예 조치를 문제 삼았다.

공화당 소속인 마르코 루비오 연방 상원의원(플로리다) 의원실에 따르면 루비오 의원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미국 정부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국내외 기업이 중국에 대한 반도체 장비 수출 금지 규제를 우회하고 있다"며 규제 강화를 촉구했다.

루비오 의원은 서한에서 "기업들은 수출 규제를 약화하거나 우회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며 "일례로 엔비디아는 규제를 피하기 위해 중국 시장을 겨냥한 저사양 버전의 제품을 만들고 팔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삼성전자와 같은 다른 반도체 제조사들은 로비를 통해 수출 통제에 대한 1년간의 특별 적용유예를 받아내고 중국 내 시설에서 생산을 이어가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루비오 의원은 러몬도 장관에게 한국 반도체 제조사들의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 최종 규제 방안에 대한 발표를 미루고 있는 것인지, 한국 기업에 대한 적용 유예를 연장할 것인지에 대해 답변해 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미국 상무부는 미국 기업이 중국의 반도체 생산기업에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는 것을 사실상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수출 통제 방안을 발표했다.

상무부는 당시 외국 기업에 대해서는 개별 심사 방침을 밝혔으나 이후 한국 측의 반발이 이어지자 삼성·SK에 수출 통제를 1년간 한시적으로 유예하는 조치를 내놓았다.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해 중국 공장으로 장비를 수출, 반입할 수 있는 기간을 1년 추가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1년 유예 조치 종료를 앞두고 미국 정부가 중국에서 생산활동을 하는 한국 기업에 대해선 별도의 장비반입 기준을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루비오 의원의 서한은 이같은 움직임에 대한 반발로 해석된다.

루비오 의원은 또 상무부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 내 가동을 축소하고 수출 규제를 준수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그 현황을 파악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미국 의원이 대중 반도체 규제와 관련해 한국의 반도체 제조사를 견제하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미국 하원의 마이크 갤러거 미중전략경쟁특위 위원장은 지난달 23일 성명을 내고 최근 중국 내 활동이 막힌 자국의 마이크론과 중국 시장에서 경쟁 관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향해 경고장을 날렸다.

갤러거 위원장은 "상무부는 중국에서 활동하는 외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수출 허가가 마이크론의 빈자리를 채우는 데 활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면서 "최근 몇 년간 중국의 경제적 강압을 직접 경험한 동맹국인 한국도 동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