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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뛰는 경남농업] ⑮ 조선 고종황제도 반한 그 맛…함양 곶감
기사 작성일 : 2023-06-04 10:00:36

[※ 편집자 주 = 우리나라 농업은 농업인구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 등에 직면하면서 지역을 불문하고 녹록지 않은 실정입니다. 경남에서도 농업인력과 경지면적이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지만, 신선 농산물의 수출 실적은 국내 최상위권에 속하는 등 농업을 육성하기 위한 지자체와 농협, 농가들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는 농가를 살리고 지역을 대표하는 주요 작물을 소개하고, 재도약을 준비하는 농업 현장의 모습을 매주 한 차례 소개합니다.]

함양 고종시


[경남 함양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함양= 박정헌 기자 = "화개연곡(구례군) 큰애기는 / 알밤 주시로 다 나가고 동구(함양) 마천 큰애기는 / 꼬감(곶감) 접으로 다 나간다."

조선시대 말 경복궁 중건 때 일꾼들이 불렀다는 유행가인 '문경 아리랑'의 한 대목이다.

19세기 후반 민중들 사이에서 노래 한 소절로 통용될 만큼 경남 함양에서 나는 곶감의 우수성은 오래전부터 인정받았다.

함양군 곶감은 조선 고종황제 진상품으로 잘 알려진 고종시다.

이전까지 함양 곶감의 품종은 고동시라 불렸다.

그러다 함양군 백전면에서 고종황제에게 특산물이라며 곶감을 진상한 적 있는데 이를 맛본 고종황제가 탄복했다고 한다.

이후 함양군 곶감에 고종시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구전이 전해진다.

이밖에 '세종실록지리지', 1497년 함양군수를 역임한 김종직이 집필한 문집 '점필재집', 조선 중기 문인 허균의 '도문대작' 등 다양한 자료에 함양 곶감의 우수성이 기록돼 있다.

이처럼 함양 곶감은 청정한 바람으로 건조를 시키고 일교차가 큰 덕유산과 지리산 지락에서 재배하기 때문에 고품질로 생산하기 최적이 조건을 갖추고 있다.

게다가 함양 일대에 게르마늄 광맥대가 형성돼 인근 지역에 비해 토양에 4∼5배 많은 게르마늄이 분포했다.

곶감뿐만이 아니라 함양에서 나는 감, 양파, 산삼 등 과실의 향과 맛이 타지역 작물에 비해 탁월하기로 유명한 이유도 여기 있다.

생김새는 까마귀 머리처럼 뾰족한 삼각형 형태에 색도 검붉어서 오시(烏枾)라고도 불린다.

잘 익어가는 함양곶감


[ 자료사진]

씨가 없으며 껍질이 얇아 육질이 부드럽고 당도가 높아 소비자 선호도가 높다.

효능으로는 '비타민의 보고'라고 할 만큼 비타민 A·B·C 등이 풍부해 면역력 증진에 효과적이다.

특히 기관지 및 폐 세포 손상을 막아주는 비타민 E 함유량이 많아 호흡기 건강관리에 좋으며 펙틴과 카로티노이드 성분도 있어 성인병 예방에 좋다.

현재 함양에서는 매년 약 500개 농가에서 23만접의 곶감을 생산해 23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렇게 생산된 곶감은 농협과 산림조합 등 경매를 거쳐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곶감 농사는 날씨가 서늘해지는 10월께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한번 언 감은 곶감으로 쓸 수 없기 때문에 농가에서는 서리가 내리기 전인 10월이 되자마자 본격적인 감 따기에 들어간다.

이후 벌어지거나 상처가 난 감은 골라내고 잘생긴 감만 골라내 깎는다.

지금이야 깎는 작업을 기계가 다 알아서 해주지만 예전엔 사람이 하나하나 손으로 깎아 이 작업만 해도 겨우내 진행해야 했다.

'함양 큰애기는 꼬감(곶감) 접으로(깎으러) 다 나간다'는 노랫말도 바로 여기에서 나왔다.

깎아놓은 감은 실로 감꼭지를 묶어 거는 감타래를 한 뒤 맑고 찬 공기 쐬면 붉게 물든 뺨처럼 발갛게 익기 시작한다.

이렇게 감 하나가 건조와 숙성 작업을 거쳐 곶감이 되기까지 약 60일의 시간이 필요하다.

날이 습하고 비가 많이 오거나 강풍과 눈보라가 매섭게 몰아치면 곰팡이가 피기 십상이라 이 기간에도 정성 들여 돌봐야 한다.

함양 고종시


[경남 함양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전통은 깊지만, 군에서 본격적으로 곶감 육성에 나선 것은 2000년대 초반부터이다.

이때부터 '함양 고종시'를 브랜드화해 지금은 산청이나 경북 상주 등 국내 유명 곶감과 견줘도 품질에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와 같은 노력에 힘입어 2011년에는 산청, 상주, 영동에 이어 전국 네 번째로 산림청 '지리적 표시등록 임산물'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는 확실한 원산지와 안전한 생산 이력은 물론 지역성과 역사성·문화성을 갖춘 지역 명품 특산품임을 인증하는 제도다.

현재는 초매식을 시작으로 매년 12월 함양 상림공원에서 '고종시 곶감 축제'를 개최하고 서울에서 곶감 특판 행사를 하는 등 홍보를 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기후변화에 따른 시설 현대화 및 생산이력제 구축 등 품질 유지를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기 때문에 여전히 믿고 먹을 수 있는 명품이 바로 함양 고종시"라며 "앞으로도 고종시 가치를 증대시켜 농가소득 증대에 도움이 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제7회 함양고종시 곶감축제


[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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