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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달라도 모두 '친구'"…만 나이 적용 앞두고 학교도 '분주'
기사 작성일 : 2023-06-05 08:00:30
얼굴 보고 반가운 인사


(대전= 김준범 기자 = 코로나19 위기 경보 단계가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 조정된 1일 오전 대전시 서구 둔산동 둔산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마스크를 벗은 채 인사하고 있다.

고유선 기자 = 초등학생과 유치원생 딸을 둔 직장인 서모(40)씨는 최근 아이들을 앉혀놓고 '한국식 나이'와 '만 나이'의 개념을 알려줬다.

특히 1월생인 첫째에게는 친구들 가운데 '만 나이'로 더 어려지는 아이들이 있더라도 굳이 '언니 노릇'을 할 필요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서씨는 "만 3살인 둘째는 아직 잘 이해를 못하지만 첫째는 어느 정도 이해한 것 같다"며 "생일 한두 달 차이로 나이가 갈리는 경직된 문화가 이제부터라도 점차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5일 교육계에 따르면 이달 28일부터 사회적·법적 기준이 '만 나이'로 통일되면서 학교와 가정에서도 이를 대비하는 모습들이 눈에 띈다.

학부모들이 자주 찾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당분간 아이들 사이에서 약간의 혼란이 있을 수 있겠지만 한 번쯤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는 의견이 다수다.

태어나자마자 1살이 되고, 연초에 모든 국민이 함께 나이를 먹는 이른바 'K-나이'는 국제적으로도 비슷한 예를 찾기 어려운 데다 나이를 엄격하게 따지는 경직된 서열문화와 연결돼 있어 다소 불편하더라도 바꿀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학생용 '만 나이' 교육자료


학교 현장에서도 준비가 이뤄지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달 전국 시·도 교육청에 협조공문을 보내 '나이에 관한 혼선을 최소화하고 일상생활에서 만 나이 사용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학생·학부모에게 교육·홍보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각 학교에서는 조회 시간 등을 이용해 만 나이 사용에 대한 영상자료를 틀거나 학교 알림장 애플리케이션에 만 나이 계산기와 자주하는 질문(FAQ) 등이 안내된 QR코드를 게시하고 있다.

교육용 자료를 보면 나이를 세는 방식이 여러 가지이다 보니 일상에서 혼란이 발생해 나이를 통일하게 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면, 법에서는 손님이 시내버스를 탈 때 '6세 미만의 어린아이 1명'을 무료로 데리고 탈 수 있도록 정하고 있는데 이때 '6세'가 한국 나이인지 만 나이인지 헷갈리면서 버스기사와 손님 사이에 다툼이 생기는 경우가 잦다는 것이다.

학생용 '만 나이' 교육자료


또한 자료에는 '만 나이를 사용하면 같은 반 내에서도 생일에 따라 학생들끼리 나이가 달라질 수 있다'며 '처음엔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 친구끼리 호칭을 다르게 쓸 필요는 없다'고 되어 있다.

5살과 4살 자녀를 둔 직장인 이모(43)씨는 "아이들을 처음 어린이집에 보냈을 때 상급반을 '형님반', 상급반 친구들을 '형님'이라고 부르는 것을 보고 엄격한 호칭 문화에 놀랐었다"며 "우리 아이들 세대에는 만 나이가 정착돼서 호칭이나 타인과의 관계가 좀 더 유연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4년 차 초등학교 교사인 김모(39)씨는 "아이들은 작은 것 하나도 자기와 친구가 다른 점이 있다면 비교하거나 놀림거리를 삼는 등 예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모두가 친구'라는 점을 강조해 알려주고 있다"며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아이들이 어른들보다 변화에 빨리 적응하기 때문에 학교에서는 생각보다 빨리 '만 나이'가 정착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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