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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사라질 공룡이 아닙니다" 한국전쟁 참전용사 사진전
기사 작성일 : 2023-06-06 08:00:01
한국전쟁 참전용사들


[박희진 교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부산= 김재홍 기자 = "이런다고 누가 알아주는교(알아줍니까)?"

2019년 10월 어느 날 아침 부산역 대합실.

열차를 기다리던 박희진 부산보건대 교수는 가슴에 훈장을 단 한국전쟁 참전용사를 보고 말을 걸었다가 이런 답변을 들었다.

당시 30년 가까이 부산에서 영정 촬영 봉사활동을 해오던 박 교수는 평소 고령의 참전용사들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두고 있었다.

박 교수는 "(참전용사들이) 자부심에 가득 찬 대답이 아니라 자조 섞인 답변을 해 충격을 받았다"면서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참전용사들을 직접 찾아뵙고 그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이후 코로나19로 잠시 미뤄왔던 참전용사 촬영 작업은 올해 3월 다시 시작해 두 달 가까이 이어졌다.

그동안 박 교수는 부산 곳곳에 생존한 참전용사들을 찾아다닌 끝에 78명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이렇게 찍은 노병들의 사진은 전시회로 이어지게 됐다.

박 교수는 오는 13일부터 30일까지 부산 수영구에 위치한 문화매개공간 '쌈'에서 한국전쟁 참전유공자 사진전인 '이런다고 누가 알아주는교'를 연다.

전시 기간 중인 17일 오후 2시에는 유튜브 '박희진TV'를 통한 라이브 중계도 예정돼 있다.

라이브 중계에서는 토크 콘서트도 마련되는데 참전용사가 출연해 '내가 겪은 한국전쟁, 그리고 70년 세월'을 주제로 생생한 증언을 들려준다.

이번 촬영이 이어지는 동안 박 교수는 노병들의 씁쓸한 한마디에 울컥하기도 했다.

"우리는 나이 90이 넘은 한국전쟁 참전용사지. 우리는 공룡과 같아. 곧 사라질 공룡 말이야. 이제 살아봐야 몇 년 더 살겠어?"

박 교수는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70년이 지나다 보니 이제 대학생들도 모르는 전쟁이 돼 가고 있다"며 "참전용사들을 소개하고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카메라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부산에는 거동이 가능하신 참전용사들이 900여분 정도 된다"며 "내년 6월까지 그분들을 모두 촬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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