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 신씨 종친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부안= 정경재 기자 = 조선 말기 전북 부안지역의 명승을 세세히 기록한 문집이 발견돼 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 문집은 외지인이 아닌 지역 토박이가 경치 좋은 곳을 직접 돌아보고 기록한 귀중한 사료여서 국역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0일 영월 신씨 종친회는 일옹공파 문중에서 '초은집'(樵隱集) 3책(6권)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초은집은 부안 출신인 신관열(1849∼1906)씨가 국가 명승 문화재로 지정된 명소를 탐방하고 그 감상을 시와 글로 엮은 작품집이다.

이후 저자가 쓴 원고를 아우인 신제열씨가 정리한 뒤 목활자를 이용해 간행했다.

제열씨는 우리나라 대표 서정시인인 신석정(1907∼1974)씨의 조부다.

신 시인의 큰할아버지가 초은집의 저자인 것이다.

초은집에는 시 317편과 글 115편이 수록돼 있으며, 쓰인 한자는 약 9만자에 달한다.

이 문집은 외지인이 짧은 기간 지역을 탐방하고 기록한 유람기와는 구별된다.

예를 들어 부안지역 대표 사찰인 내소사를 소재로 지은 시가 9편이나 되는데 계절에 따라 풍광이 달리 묘사돼 있다.

이와 함께 상소산과 금강연, 우금암, 개암사, 어수대, 직소폭포, 격포진 등 다양한 지역 풍광이 저자의 글을 통해 문집에 스며 있다.

검포모와 구암사, 영은사, 용각대 등 외지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명소도 적지 않게 담겨 있다.

문집을 검토한 홍순석 강남대학교 교수는 "초은집에 남겨진 부안의 모습은 향토 사료로써 큰 의미가 있다"며 "조속히 국문으로 번역해 지역 문화유산 콘텐츠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이영 영월 신씨 일옹공파 종친회장은 "토박이 어른이 깊은 애향심으로 명소 곳곳을 돌아보고 뛰어난 문장으로 엮은 초은집은 지역의 자랑이자 자부심"이라며 "종친회에서도 국역 작업을 물심양면으로 돕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