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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채상병특검법 野 주도 처리…협치 불씨 꺼지진 말아야
기사 작성일 : 2024-05-02 19:00:08

'채상병 특검법' 야당 단독 처리


신준희 기자 = 2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이 야당 단독으로 처리되고 있다. 2024.5.2 [2024.05.02 송고]

이태원참사 진상규명특별법 합의로 모처럼 협치의 첫발을 뗐던 국회가 하루 만에 강대강 대치 모드로 돌아섰다.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 간 첨예한 쟁점 법안의 하나인 '순직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은폐 진상규명특검법안'이 처리됐다. '채상병특검법'으로 불리는 이 법안이 상정되자 여당 의원 전원이 퇴장했고,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단독으로 법안은 통과됐다. 여야 합의를 강조하며 중립을 지켰던 김진표 국회의장은 결국 민주당의 요구에 직권상정을 택했다. 최종 결정은 지켜봐야겠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21대 국회 마지막 임시국회도 거야의 입법 독주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맞서는 대결의 정치로 마무리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채상병특검법안은 지난해 7월 해병대 채모 상병이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사망한 사건을 해병대수사단이 조사해 경찰에 이첩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국방부가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규명하자는 게 핵심이다. 의혹이 제기된 순직 병사의 사망 원인과 수사 과정에 대한 진상을 밝혀내고 그에 따라 엄정하게 책임을 묻는 데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실효성 있고 생산적인 특검이 되려면 여야 간 합의가 기본이 돼야 한다. 더욱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의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이다. 입법부 차원의 예외적이고 비상적인 절차를 동원하려면 여야 모두 끝까지 합의를 위한 협상의 묘를 발휘했어야 했다. 이태원특별법에서 일부를 양보하며 합의를 끌어낸 민주당이 채상병특검법을 놓고는 왜 최종적인 합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는지 의문이다. 지난달 3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 지 한 달이 되도록 이렇다 할 협상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상황을 방관한 여당 책임도 작지 않다.

공은 윤 대통령에게 넘어갔다. 법안이 정부로 이송되면 15일 이내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결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젊은 병사의 순직이라는 사안의 성격에다 대통령실 연루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 총선 참패 후의 여론 지형 등을 고려하면 정치적 부담감이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당인 국민의힘이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면 윤 대통령은 여야가 합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국회에 재의를 요구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민주당도 거부권 행사를 전제로 재표결에 나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가 온다면 여야는 다시 한번 최종적인 합의 노력을 기울이길 바란다. 이태원특별법 합의로 정치복원의 구체적 성과를 보여줬던 여야의 대결 구도를 다시 보는 실망감은 말할 수 없다. 협치하라는 총선 민의를 거스른 채 쟁점 법안을 고리로 정국주도권 다툼만 하고 있는 꼴이다. 어렵게 마련된 정치복원과 협치의 불씨를 살려야 한다. 여야 모두 총선 결과에 담긴 표심의 의미를 복기해볼 때다. 21대 국회가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씻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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