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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찐명' 원내대표 세운 巨野, 오만 심판한 민심 되새겨야
기사 작성일 : 2024-05-03 18:00:06

큰절하는 더불어민주당 새 원내대표 박찬대 의원


김주형 기자 = 더불어민주당 새 원내대표에 선출된 박찬대 의원이 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2대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선자 총회에서 큰절하고 있다. 왼쪽은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 오른쪽은 김용민 정책수석부대표. 2024.5.3

22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원내대표로 대표적인 친명(이재명)계인 박찬대 의원이 3일 선출됐다. 박 의원은 경선에 단독 입후보해 찬반 투표를 통해 원내 지휘봉을 잡았다. 원내대표 경선은 여야 할 것 없이 당권파의 안정론과 비주류의 견제론이 맞부닥치며 치열하게 전개되는 게 보통이다. 때론 비주류의 반란이 국민에게 정당 혁신의 기대감을 불러일으켰고, 그것이 외연 확장의 동력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민주당 경선은 사실상 추대식으로 진행돼 아무런 감동을 주지 못했다. 원내대표 후보가 차고 넘치는데도 추대식이 전개된 것은 이 대표의 의중, '명심(明心)'이 작동한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이 대표의 입 역할을 해온 '찐명' 박 의원이 출마하자 그것을 이 대표의 뜻으로 보고 잠재적 주자들이 알아서 출마 뜻을 접었다는 것이다. 이미 차기 국회의장 후보 경선을 앞두고 하나같이 친명 색깔의 인사들이 사실상 '명심'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정당이 내부 다양성을 잃고 일사불란한 모습으로 나서면 독주, 독단, 독선으로 흘러 민심과 괴리되기 마련이다. 4·10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이후 민주당의 모습을 보면 그런 우려를 낳을 만하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취임 일성으로 국회 법사위와 운영위를 민주당 몫으로 확보하겠다고 약속했다. "책임 있는 국회 운영"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여당과 입장이 맞서는 쟁점 법안을 의석수로 밀어붙이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앞서 민주당은 전날 본회의에서 여야 합의로 이태원참사특별법을 처리한 직후 '채상병 순직사건 특검법'을 야당 단독으로 처리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 대표의 용산 회동을 계기로 모처럼 조성된 협치 무드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총선 결과가 아무리 윤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한 심판이었다 쳐도 입법권 행사의 도가 지나치면 여론과 멀어지게 된다. 더구나 지난 대선 후 이어진 민주당의 입법 독주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정쟁에 대한 국민 피로도가 한계를 넘어선 상태다. 윤 대통령의 국정기조 변화 못지않게 민주당이 건전한 수권정당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것이 총선 민심이었음을 박 원내대표는 명심해야 한다.

박 원내대표는 공인 회계사로 금융감독원에서 근무하고 회계법인에서 오랫동안 활동해 실물경제에 밝다. 인천에서 어렵게 3선에 성공해 수도권 민심 흐름에도 정통하다고 한다. 경제 전문성과 남다른 균형감각이 3선의 원동력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협치는 아름다운 이름"이라면서도 성과 내는 국회 운영을 강조했고, "일하면서 싸우는 민주당을 만들겠다"고도 했다. 국민이 가장 바라는 것은 민생을 살리는 '일'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여권을 상대로 싸울 건 싸우되 민생에 도움 된다면 협조할 건 협조하는 대승적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 정쟁의 악순환을 끊고 환골탈태한 공당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집권의 첩경임을 잊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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