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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레이더] '다국적 일손' 없으면 농사 엄두도 못 내
기사 작성일 : 2024-05-05 08:00:32

(전국종합= "양파밭에 일하는 30명 중 25명 이상은 외국인 마씸.(입니다) 이분들 없으면 농사 못 짓습니다."


베트남 남딩성에서 제주 감귤 수확하러 온 계절근로자


[ 자료 사진]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양파 재배 농가 고순자(75)씨는 "제주 사람들은 구하기 어렵고, 그나마 농촌에 있는 사람들마저도 고령이라서 외국 인력 아니면 농사를 지을 수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귀포시 남원읍에서 감귤 농사를 하는 고경만(80)씨도 "농촌 인구가 줄어 농사 일할 사람은 없는데 농사일은 그대로니, 봄철 거름 뿌리기부터 가을·겨울 감귤 수확 작업까지 외국 인력이 없으면 농사지을 엄두도 못 낸다"고 전했다.

제주 농촌 인구(읍면)는 지난해 연말 기준 19만3천340명으로 도내 전체 인구(67만5천252명)의 28.6%에 불과하다. 농촌 인구는 전년도 19만3천610명 보다 0.14% 감소하는 등 지속해 줄고 있다.


양구군 찾은 필리핀 계절근로자


[양구군 제공.재판매 및 DB

◇ 매년 외국인 4만명 이상 '한국 농촌으로'

농촌 인구 감소가 인력 수급의 한계로 이어지고 이에 따라 외국인에게 전적으로 농사를 의존하는 현상은 단지 제주에서만의 일이 아니다.

경북은 올해 상반기 20개 시군에 8천873명의 외국인 노동자를 법무부로부터 배정받았다. 지난 한 해 배정받은 7천42명과 비교해 크게 늘어났다.

올해 외국인 계절노동자는 경남 약 6천명, 전남 5천818명, 전북 5천809명, 충남 5천명, 충북 3천412명, 강원 3천251명, 경기 350명 이상, 제주 300명 안팎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계절노동자 국적은 필리핀, 베트남, 캄보디아, 네팔, 중국, 라오스, 몽골 등이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모셔 오기' 위해 각 국가 지자체와 업무협약 등 다양한 정책도 펼치고 있다.

충북 영동군은 필리핀 자매도시, 경기 연천군은 베트남 지자체, 제주도는 베트남 남딩성, 충남도 각 시군은 라오스 및 몽골, 경북 고령군은 베트남 푸옌성 등과 계절 근로자 수급에 관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충북 보은군 삼승면 주민자치위원회는 3월부터 베트남어 야간 강좌도 마련하고 있다.

강좌에 참여한 농민 김모(58)씨는 "외국인 농부와 일하다 보면 언어장벽 때문에 여간 답답한 게 아니다"며 "의사소통을 위해 간단한 단어라도 배우려고 애쓰는 중"이라고 말했다.

경남도와 포천시 등에서는 외국인 노동자와 소통하기 위해 통역관을 고용했다.

경남도의 경우 질병보험과 산재보험 가입 등도 지원한다.

함양군과 거창군, 하동군, 밀양시, 산청군, 해남군, 무안군, 담양군, 영암군, 홍천군, 횡성군, 양구군, 정선군, 당진시 등에서는 외국인 계절노동자들을 위해 기숙사를 짓고 있거나 이미 완공해 운영하고 있다.


외국인 계절노동자들이 나선 제주산 조생 양파 수확


[ 자료 사진]

◇ 무단이탈·인권침해 문제 골머리

각 지자체는 농촌 인력 수급 한계로 외국인 노동자 유입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자, 이들의 무단이탈이나 인권침해 등을 막기 위한 관리도 강화하고 있다.

전남도는 올 상반기 외국인 계절노동자들의 임금 착취 등 생활·근무 실태 조사를 벌여 임금 착취 59건, 임금체불, 폭언, 통장 압수 등 30건을 적발해 현장 조치했다.

경남도는 외국인 계절근로자 인권 보호를 위해 각 시군 등이 직접 인력을 선발해 불법 중개인 개입과 임금 착취 등의 문제를 차단하고 있다.

지난해 계절근로자 무단이탈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보은군은 이후 송출국에서 관리인력을 동행하도록 조건을 강화했다.

보은군은 지난해 5월 베트남에서 공공형 계절근로자 35명을 데려왔으나 50여일 동안 4차례에 걸쳐 14명(28.6%)이 종적을 감추는 바람에 전원 조기 출국시킨 바 있다.

연천군은 계절노동자 이탈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2주마다 해당 국가 지자체와 실무자간 화상회의를 열어 정보를 교류하고 있다.

또 계절노동자의 체류 여건 등을 고려해 농가 선정 때 숙소 점검을 까다롭게 진행해 문제가 없는 농가만 계절노동자를 받도록 하고 있다.

전북도는 외국인 계절노동자를 현지에서 직접 면접하고 채용하는 방식을 통해 무단이탈을 줄이고 영농 현장 적응력도 높이도록 유도하고 있다.

전북의 경우 2022년 1천6명 기운데 31.9%인 321명이 이탈하는 일이 있었지만, 지난해에는 2천826명 중 6.6%인 187명으로 무단이탈자가 줄었다.

충북 영동군은 필리핀 자매도시인 두마게티시와 계절노동자 운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상호 보증하는 협약을 맺었다.

영동군 관계자는 "필리핀 정부의 계절근로자 파견 중단 조치에도 협약을 통해 올해 173명이 예정대로 들어왔다"며 "두마게티시에서 공무원 2명도 따라 들어와 계절근로자 관리를 돕고 있다"고 말했다.

(박병기 이해용 우영식 최해민 최은지 정종호 전승현 김소연 김동철 허광무 이승형 고성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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