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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앵커, 더위에 졸도…印 총선, '40도 넘는 폭염'에 비상
기사 작성일 : 2024-05-07 17:00:56

4월 26일 인도 우타르프라데시에서 양산을 쓰고 투표장을 떠나는 여성 유권자들.


[로이터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김영현 기자 = 6주에 걸쳐 유권자 약 10억명이 투표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인도 총선이 이례적인 폭염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세에 나섰던 중진급 정치인이 더위를 못 이겨 졸도했고 투표율마저 낮아지는 등 폭염으로 총선 분위기도 타격을 받는 모양새다.

7일(현지시간) 영국 BBC뉴스와 인도 매체 등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니틴 가드카리 인도 도로교통·고속도로부 장관은 서부 마하라슈트라주에서 총선 유세를 하던 도중 연단 위에서 혼절했다.

여당 인도국민당(BJP)의 핵심 정치인 중 한 명인 그는 이후 "유세장이 붐빈 데다 기온이 높아 몸이 불편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같은 달 18일에는 동북부 콜카타의 한 TV 앵커가 날씨 뉴스를 전하던 도중 기절했다.

당시 콜카타 기온은 섭씨 43도를 넘어섰고 TV 스튜디오는 냉방 장치 고장으로 매우 더운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에서는 지난달 폭염으로 9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인도는 4∼5월이 한여름에 해당해 곳곳 기온이 40도를 넘어서지만 올해는 엘니뇨 현상 등으로 인해 폭염 도래 시기가 이례적으로 더 빨라지고 심해진 것으로 기상 당국은 보고 있다. 일부 지역 기온은 이미 40도 중반을 넘나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흡기내과 의사인 아미트 P. 곤데는 "폭염 속에서 긴 시간을 보내면 전해질 불균형 상태가 발생하고 피로, 어지러움, 실신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합병증 환자는 특히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예년보다 더 빨라지고 강력해진 더위로 선거 당국에는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 19일 막을 올린 인도 총선은 오는 6월 1일까지 전국 각 지역을 돌며 7차례에 걸쳐 투표가 진행되는데 총선 기간이 폭염 시기와 겹치기 때문이다.

인도 기상당국은 이번 달 폭염은 더 길고 심해질 것이라고 예보한 상태다.

이에 선거관리 당국은 투표소를 찾은 유권자에게 물을 제공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중부 텔랑가나주는 땡볕을 피해 저녁에도 투표할 수 있도록 일부 지역 투표 시간을 1시간 더 연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국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 달 19일과 26일 1, 2차 투표에서는 투표율이 2019년에 비해 3% 이상 낮아진 것으로 집계됐다.


폭염 속에서 투표한 후 현기증을 느껴 쉬고 있는 인도 라자스탄주의 유권자.


[로이터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유권자들도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서부 구자라트주에 사는 카란 샤는 더위를 이기기 위해 물병과 과일을 갖고 투표하러 갈 것이라며 "긴 줄을 피하기 위해 투표소에도 일찍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마하라슈트라주 주민 수카다 칸드게는 투표하러 나갈 때 얼굴과 온몸을 옷으로 가릴 것이라고 밝혔다.

폭염에도 불구하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겠다는 열기도 여전히 상당한 편이다.

서부 수라트에 사는 디피카 지가르 툼다왈라는 산업지구인 만큼 더위에 매연까지 더해지면서 투표하기가 더 괴롭다고 호소하면서도 "하지만 선거권은 내 권리이기 때문에 더위를 뚫고 투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당국이 선거 시기를 조금 더 시원한 때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N. 고팔라스와미 전 선거관리위원장은 더 많은 사람이 투표할 수 있도록 (날이 서늘한) 2월이나 3월로 선거 일정을 옮기는 방안을 장기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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