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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에 어버이날 카네이션도 부담…상인들도 "매출 줄어"
기사 작성일 : 2024-05-08 12:00:30

이틀 앞으로 다가온 어버이날


김인철 기자 = 어버이날을 이틀 앞둔 6일 서울 서초구 양재꽃시장에서 시민들이 카네이션을 고르고 있다. 2024.5.6

박형빈 이율립 기자 = "용돈 봉투만 건네드리면 너무 휑할 거 같아서 샀는데 가격이 부담은 되네요. 효도도 돈이 있어야…"

어버이날인 8일 서울 영등포구 한 꽃가게 앞에서 만난 주부 이모(37)씨는 방금 사 들고 나온 카네이션 바구니를 들어 보이며 볼멘소리를 냈다.

카네이션 10송이에 작은 꽃 몇 송이가 군데군데 껴있는 이 바구니는 5만원이었다. 이씨는 친정 부모님 댁을 찾아 용돈 20만원과 이날 산 꽃바구니를 선물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처럼 고물가에 얇아진 지갑 사정에 어버이날 카네이션 선물에 부담을 느끼는 시민들이 적지 않다.

이날 둘러본 이 일대 꽃가게는 대부분 구성에 따라 3만원대, 5만원대, 8만원대 등으로 카네이션 꽃바구니를 판매했다.

구성이 단출하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카네이션 꽃다발은 5천원에서 5만원까지 다양했다.

서초구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지하 화훼상가에도 꽃을 한 아름 안고 가는 손님들로 북적였지만, 시민들의 시름은 같았다.

강남구 일원동에 사는 김모(64)씨는 "카네이션 스무송이에 2만8천원을 달라고 하더라"며 "생각보다 너무 비싸서 카네이션 말고 해바라기를 샀다"고 말했다.

자녀의 경제 상황을 뻔히 아는 부모들의 마음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결혼한 두 아들을 둔 윤모(67)씨는 "신혼집 대출금 상환에 자기들 살기도 빠듯한데 어버이날에 꽃을 받으면 고마우면서도 자식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식당에 장식할 꽃을 사기 위해 시장을 찾은 자영업자 박명희(67)씨도 "아들이 결혼하고 나서 며느리에게 처음으로 카네이션 꽃다발을 받아 정말 고마웠다"며 "물가가 비싸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고, 경제가 빨리 좋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촬영 이율립]

꽃을 판매하는 상인들도 어려움을 토로했다.

30년 넘게 화훼상가에서 장사했다는 김모(69)씨는 "올해 카네이션을 도매로 가져가는 손님은 작년보다 30% 정도 줄었다"며 "손님이 많아 보이지만 원래대로면 지금쯤 꽃이 몇 송이 안 남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지 않느냐"고 했다.

영등포구 신길동의 한 꽃가게 사장도 "동네 장사라 특별히 가격을 높여 받을 수는 없고, 떼오는 가격이 올라 값은 유지하고 꽃송이를 줄이는 식으로 준비했다"고 털어놨다.

다른 가게 주인 한모(32)씨는 "같은 치수를 작년보다 5천원 올렸다"며 "따져보지는 않았지만, 물가 오른 걸 생각하면 마진에는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직접 저렴하게 꽃다발을 만들어 선물하거나 꽃 선물을 생략하겠다는 시민들도 있다.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는 카네이션 생화를 사고파는 게시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용산구에 사는 염혜진(33)씨는 "카네이션 꽃다발은 최소 5만원부터 시작해 직접 만들어보려고 한다"며 "한 단에 2만원을 주고 샀는데, 다른 선물은 준비하지 못해 부모님과 외식하며 드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 시민은 "부모님에게 꽃을 드리려고 했는데 차라리 저녁을 사드리는 게 나을 것 같다"며 "물가도 비싸 부모님께 (꽃을) 해드리기도 어렵고 자식한테 기대하기도 어려운 것 같다"고 울상지었다.

한국농수산물유통공사(aT) 화훼공판장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4일까지 거래된 국산 절화(자른 꽃) 카네이션은 3만5천528속(1속=20송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만6천366속)과 비교해 37.0% 감소했다.



[촬영 이율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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