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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혼돈…시가전 공포 속 휴전협상 진통 지속(종합)
기사 작성일 : 2024-05-08 16:00:59

이스라엘 공격으로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는 가자지구


[AFP=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금지]

신재우 김연숙 기자 =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 국경검문소를 장악, 지상전 수순을 밟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협상을 재개하면서 가자 전쟁이 또다시 중대 국면을 맞았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협상 대표단은 7일(현지시간) 이집트 카이로에서 미국, 이집트, 카타르의 중재 하에 휴전 및 인질 석방 협상을 재개했다.

하마스는 전날 중재국들이 제시한 휴전안을 수용했지만, 여기에는 이스라엘군 전면 철수와 가자지구 봉쇄 해제와 같이 이스라엘이 사전에 양해하지 않은 방안들이 담겨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이스라엘이 라파 국경 검문소를 장악하며 압박을 가하자 하마스는 이스라엘군의 공격이 계속되는 한 인질 석방은 없다고 경고하는 등 양측의 기싸움은 계속되고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 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협상 재개 사실을 공개하며 "양측이 남아있는 간극을 좁혀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우리는 그 과정을 지원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커비 보좌관은 하마스가 수용한 휴전안은 논의되던 협상안에서 파생된 '수정안'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조기타결을 바란다면서도 그러한 예상은 '무모한 일'이 될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협상 난항은 예고된 일이다.

이스라엘은 전날 협상단을 보내면서 "하마스 제안이 이스라엘의 핵심 요구를 충족하기에 크게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이스라엘은 '영구적 휴전'을 일관되게 반대해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하마스의 휴전 제안은 라파 진입 작전을 방해하려는 것"이라며 "이스라엘은 시민들의 안전과 국가의 미래를 위협하는 어떤 제안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도 "라파와 가자지구 전역에서 하마스를 제거하거나 첫 인질이 돌아올 때까지 군사작전을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이스라엘 총리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에 오사마 함단 하마스 대변인은 "라파에서 이스라엘의 군사 공격이 계속된다면 (인질 석방을 위한) 휴전 협상은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스라엘군의 라파 군사 작전이 소풍이 될 수는 없다"며 하마스가 동의한 최근 휴전 제안은 "우리 민족과 저항의 요구에 부응하는 최소한의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카이로에 파견해 이스라엘·하마스 협상을 막후 조율하기로 했다.

번스 국장은 네타냐후 총리와 만나 가자 민간인 보호책을 압박할 예정이다.

이스라엘군은 앞서 가자지구에서 이집트로 통하는 유일한 통로인 라파 검문소를 장악했다.

이스라엘 남부에서 가자지구로 진입할 수 있는 케렘 샬롬 국경검문소까지 폐쇄했다가 구호물자를 막지 말라는 국제사회 압박에 8일 재개했다.

이스라엘의 이 같은 행보는 협상 결렬 시 즉각적으로 광범위한 작전을 펼칠 수 있도록 주요 통로를 확보한 것이다.

그만큼 라파에는 민간인의 대량살상을 초래할 수 있는 시가전 공포가 계속되고 있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국경검문소 장악이 대규모 라파 공세 차원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커비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로 무기와 자금을 밀반입하려는 하마스의 역량을 차단하기 위한 제한된 범위와 규모, 시간의 작전이었다고 설명했다면서 밝혔다.

백악관은 현 수준의 라파 작전이 아직은 바이든 대통령이 설정한 '레드라인'(넘으면 치러야 할 금지선)을 넘었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가 미 당국자 2명을 인용해 보도하기도 했다.

이스라엘 당국자도 전날 네타냐후 총리가 바이든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이번 국경 장악 작전에 대해 미리 전달했고, 바이든 대통령도 이에 제동을 걸지 않았다고 전했다.

미국은 이스라엘로 가는 무기 선적을 일시 중단, 라파 지상전을 막기 위한 정치적 메시지를 보냈다.

외신들은 미국 정부가 4월부터 라파에서 사용될 수 있는 특정 무기를 이스라엘로 이전하는 방안을 주의 깊게 검토하기 시작했으며, 그 결과 지난주 폭탄 선적을 일시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이 선적은 2천파운드 폭탄 1천800개와 500파운드 폭탄 1천700개 등으로 구성됐다.

로이터 통신은 또 합동직격탄(JDAM)과 소구경 정밀유도폭탄(SDB) 등을 포함한 선적이 최소 2주간 지연됐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의 라파 검문소 장악은 휴전·인질 협상과 직접 관련이 있는 전략적 선택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스라엘이 원하는 곳에서 군사작전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짐으로써 협상력을 높이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다만 협상이 결렬되면 라파 지상전은 언제든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군의 대피 명령에 따라 라파를 떠나고 있는 가자 주민들


[EPA=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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