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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택배 노동자, 주 60시간 일하다 협심증으로 사망"
기사 작성일 : 2024-05-08 17:00:35

롯데택배 울주센터 터미널


[화물연대 울산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울산= 장지현 기자 = 롯데택배 울주센터에서 근무하던 택배기사가 협심증과 심부전으로 숨지자, 노조가 과로와 열악한 노동조건 때문이라며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8일 화물연대 울산본부(이하 노조)에 따르면 롯데택배 울주센터 택배기사인 50대 이모씨는 지난 2월 29일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병원에 이송됐다.

병원에서는 이씨를 과로로 추정하고 정확한 병명을 파악하고자 수술과 함께 정밀검사를 제안했지만, 이씨는 검사를 위해 일주일 넘게 휴가를 쓰기가 어려워 통증이 재발하면 다시 내원하기로 했다.

약 두 달 뒤인 지난달 22일 다시금 가슴 통증과 구토 증상을 호소하며 병원으로 옮겨진 이씨는 입원치료 중 26일 사망했다.

사망 원인은 협심증과 상세불명의 심부전으로, 진단서에는 '협심증의 대표적 유발 요인은 정신적 스트레스와 술, 담배, 추위로 알려져 있어 업무 연관성이 의심된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다고 노조는 밝혔다.


택배물 집하 현장.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 자료사진]

노조는 "주 60시간이 넘는 일상적 과로, 난방기구조차 없는 조건에서 지속된 추위가 사망 원인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울주센터가 약속한 휠소터(택배 자동분류기) 설치와 분류도우미 배정이 현재까지 제대로 시행되지 않아 택배 화물노동자들이 고강도의 상차 업무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며 "울주센터 터미널은 천막으로 비만 겨우 피할 수 있어 겨울에는 강추위를, 여름에는 더위를 견디며 업무를 수행한다"고 지적했다.

또 "(센터는) 특히 겨울에 사비로 구입한 전기난로마저 화재 예방을 핑계로 금지해 택배노동자들은 손난로 두 개에 의지해 일해 왔다"며 "추위가 협심증의 주요 요인인 만큼 고인의 죽음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씨가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는 "낮은 수수료 체계와 적은 수입 구조로 인해 하루라도 쉬면 생계에 타격을 입게 된다"며 "일을 쉬고 입원하거나 병원진료를 받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휠소터 설치와 상하차 도우미 배정을 통해 고강도 노동을 줄이는 일이 시급하다"며 "노동자가 생계 걱정 없이 필요한 만큼 치료받은 뒤 업무에 복귀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업무 대체가 필요한 경우 회사 직영 차량이 배정돼 업무 공백을 줄이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롯데택배 서비스를 운영하는 롯데글로벌로지스 측은 "노조와 대리점 협의회 간 교섭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산재 처리 관련 현장 조사 시 해당 대리점에서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확인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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