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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로 공무원 사지마비…출장기록 없더라도 보훈 대상
기사 작성일 : 2024-05-09 10:00:01

제설 차량


사진은 기사 본문과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 자료사진]

(인천= 손현규 기자 = 1990년대 후반부터 서울 한 구청에서 운전직 공무원으로 20년 넘게 일한 A(64)씨는 6년 전인 2018년 11월 끔찍한 일을 겪었다. 점심시간을 갓 지나 제설작업용 차량의 조수석에 올라탄 날이었다.

유효기간 만료일까지 사흘밖에 남지 않은 차량 종합검사를 받으려고 경기 부천 검사소에 가던 중 큰 교통사고가 났다.

운전기사가 몰던 차량이 경인고속도로에서 방음벽을 들이받았고,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A씨는 깨진 조수석 앞 유리창에 몸통이 끼었다.

이 사고로 A씨는 저산소성 뇌 손상과 함께 사지가 마비됐다. 계속 병원 치료를 받다가 결국 2020년 퇴직한 그는 2년 뒤 "국가유공자와 보훈 보상 대상자로 등록해 달라"고 인천보훈지청에 신청했다.

공무원이 직무수행 등을 하다가 다치면 국가유공자법에 따라 '공상 공무원'이 되거나 보훈 보상법에 따라 '재해부상 공무원'이 돼 국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사고 당시 수행한 직무가 국민 생명이나 재산 보호와 직접 관련이 있었다면 국가유공자가 되고 그렇지 않았다면 보훈 보상 대상자가 된다.

그러나 인천보훈지청은 보훈심사위원회 의결을 거쳐 A씨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가 근무지에서 가장 가까운 검사소로 가지 않고 부천까지 가려다가 사고가 난데다 당일 오후 출장 기록도 없다는 이유였다.

지난해 6월 A씨는 "공무로 인한 출장 중 사고로 상해를 입었다고 볼 만한 객관적인 자료가 없다"는 인천보훈지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다.

그는 소송에서 "다목적차량의 종합검사를 하는 지정 검사소는 없다"며 "사고 당일 오후에 길이 막혀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게 나아 부천 검사소까지 갔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운전직 공무원은 상시 출장이 많지만 예산 문제로 하루 4시간만 출장 기록을 썼다"며 "출장 명령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국가유공자와 보훈 보상 대상자 등록 신청을 기각한 것은 너무 가혹하다"고 덧붙였다.

법원은 A씨가 국가 유공자는 아니지만 보훈 보상 대상자에는 해당한다며 지난해 3월 인천보훈지청의 기각 결정을 취소했다.

인천지법 행정2단독 최영각 판사는 A씨가 인천보훈지청장을 상대로 낸 공상·재해 부상 공무원 요건 비해당 결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고 9일 밝혔다.

최 판사는 "A씨가 직무수행 과정에서 출장 처리 등 일부 미흡한 부분이 있었더라도 직무수행 전체를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며 "안전벨트 미착용도 사고 원인은 아니어서 보훈 보상 대상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정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당시 교통사고가 국민의 생명이나 재산 보호와 직접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 중에 일어났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며 "국가유공자가 아니라는 결정은 적법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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