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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해상서 구조 요청은 어떻게" 묻자 50년 경력 선장도 '갸웃'
기사 작성일 : 2024-05-14 16:00:34

캠페인 벌이는 해경


[촬영 박성제]

(부산= 박성제 기자 = "선박이 침몰하거나 바다 한가운데서 불이 났을 경우 어떻게 대처하시겠습니까?"

14일 오전 부산 영도구 앞바다.

이날 부산해양경찰서 영도파출소 경찰관이 혼자서 조업 중이던 70대 선장 A씨의 선박에 올라타 이렇게 물었다.

바다를 누빈 세월만 50년이 넘는 A씨의 대답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옆에 조업하고 있는 배에 전화로 도와달라고 하면 되지 않을까요"라고 말했다.

수십년간 한솥밥을 먹고 지낸 선장들에게 직접 휴대전화로 연락하거나 소리를 질러 구조 요청을 한다는 것이었다.


선박에 설치된 V-PASS


[촬영 박성제]

그러나 이 방법으로는 '구조 골든타임'을 지킬 수 없다.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은 선박마다 설치된 V-PASS(어선 위치 발신장치) 장치의 조난 버튼을 3초가량, VHF(초단파 무선통신장비) 조난 버튼을 5초가량 누르는 것이다.

바다내비게이션이나 중단파 무선통신장비(D-MF/HF)에 있는 구조 버튼을 3초 이상 눌러도 된다.

그런데 아쉽게도 평소 이 버튼을 누를 일이 없어 익숙지 않은 데다가 이를 이용한 신고 방법조차 모르는 이들이 많다.

실제 지난해 발생한 전국 어선 사고 2천205건 가운데 신호를 보내 구조된 사례는 2.5%인 56건에 불과하다.

이렇다 보니 해경에서 현장에 있는 선장들의 구조 대응 능력을 기르기 위해 직접 바다에 나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일호 부산해경 해양안전과장은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해경이 빠르게 사고 여부를 확인하고 사고 위치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런데 선장들 대부분 나이가 많다 보니 이것이 익숙하지 않거나 잊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몸이 기억하도록 위급 상황이라고 가정하고 실제 버튼을 눌러보는 캠페인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도 인근에 뜬 어선들


[촬영 박성제]

특히 부산의 경우 낚시객을 태운 다중 이용 선박이 많은데, 한 배 안에 여러 명이 타기 때문에 제때 구조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대형 인명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이날 생도 인근으로 나가자 참돔과 전갱이를 잡으러 온 10여척의 어선이 둥둥 떠 있었다.

낚시객 8명을 태운 한 선박에 올라타 선장 B씨에게 경찰관이 "위급 상황 시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자, "V-PASS 조난 버튼을 3초 이상 누르겠다"고 말했다.

다만 5초 이상 눌러야 조난 신호가 작동하는 VHF 버튼도 3초가량만 누르겠다고 답했다.

이에 경찰관은 B씨가 한 대답의 오류를 바로잡은 뒤 "해당 조난 버튼을 누르면 부산해경 상황실과 파출소로 바로 전달돼 인근에 있는 경비정이나 연안정이 출동하니 위급 상황 시 꼭 눌러달라"고 당부했다.


구조 요청 캠페인 벌이는 해경


[촬영 박성제]

부산해경은 해당 버튼을 직접 누르는 'SOS 구조 버튼 직접 누르기 캠페인'을 집중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지난 7일부터 이틀 동안에는 부산지역 4개 수협을 방문해 휴어기에 돌입한 어민을 대상으로 캠페인 홍보 활동을 펼쳤다.

김형민 부산해양경찰서장은 "레저 활동이 많은 부산지역 특성을 고려해 어민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도 해로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한 SOS 버튼 누르기 홍보도 병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순찰하는 부산해경 영도파출소 경찰관


[촬영 박성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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