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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서 배우는 도시재생] ③낙후지역 회생까지 일석이조 올림픽
기사 작성일 : 2023-03-08 07:00:20

[※ 편집자 주 = 세월이 흐르면서 도시가 쇠퇴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그러나 도시가 쇠퇴했다고 그냥 버려둘 수는 없다. 그래서 도시재생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정부가 한해 10조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도시재생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도시재생의 역사는 일천하다. 곳곳에서 문제점이 나타날 수밖에 없고, 앞으로의 갈 길도 멀고 험하다. 도시재생의 선진지인 영국 런던의 사례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는 이유다. 는 세계적으로 도시재생이 가장 앞서 시작된 런던의 사례를 통해 우리나라 도시재생의 길을 모색하는 기사를 매일 1편씩 6편으로 내보낸다.]

도시재생 속도 내는 퀸 엘리자베스 올림픽 공원 일대


(런던= 백도인 기자 = 2012년 런던올림픽이 열리며 조성된 퀸 엘리자베스 올림픽 공원 일원에 들어서는 각종 시설물. 이 일대는 런던 동부의 대표적인 빈곤 지역이었으나 런던올림픽 덕분에 도시재생사업이 속도를 내며 새롭게 변모하고 있다.

(런던= 백도인 기자 = 올림픽을 치른 세계 각 나라와 도시의 한결같은 고민은 관련 시설물들을 올림픽 이후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이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만든 경기장과 부대시설은 올림픽이 끝나면 애물단지로 전락하기 일쑤다. 올림픽 이후를 내다보는 전략적 고민 없이, 오로지 올림픽 유치에만 골몰했던 탓이다.

런던올림픽은 이와 반대로 올림픽이 도시문제까지 해결하는 일석이조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올림픽을 도시재생에 정교하게 접목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둔 것이다.

2012년 런던올림픽이 열렸던 스트랫퍼드(Stratford)와 해크니 위크(Hackney Wick) 일대는 런던 동부의 대표적인 빈곤 지역이다. 공장으로 가득 찬 제조업지구로 성장하다 1960∼1970년대에 탈산업화 바람이 불며 지역경제가 무너져내렸다. 특히 스트랫퍼드는 폐공장과 산업 폐기물이 덮여있는 쓰레기 매립장으로 변하며 골칫거리가 됐다. 그러나 런던 도심과 가까운 만큼 날로 인구가 느는 런던의 확장에 대비해 개발이 필요한 전략적 요충지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1990년대 들어 재생사업이 꾸준히 논의돼왔고 2004년 재생사업의 윤곽이 드러났다.

빈곤 지역 회생시킨 런던 최대 규모의 쇼핑물


(런던= 백도인 기자 = 런던 동부의 대표적 빈곤 지역이었던 스트랫퍼드(Stratford)와 해크니 위크((Hackney Wick) 일대에 들어선 유럽 최대 규모의 웨스트필드 쇼핑몰. 2012년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문을 열어 지역경제 활성화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스트랫퍼드는 철도 용지 125만㎡를 7개 구역으로 구분해 신도시로 개발하고, 예술인들이 모여 사는 인근의 해크니 위크는 기반 시설을 강화해 살기 좋은 주거공간으로 만들기로 했다. 하지만 막대한 예산을 확보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 사업은 지지부진했다.

이때 영국 정부가 꺼내든 카드가 2012년 런던올림픽 개최였다. 올림픽을 통해 기반시설을 확충하고, 올림픽 이후에는 경기장 등 관련 시설을 도시재생에 활용하겠다는 주도면밀한 계획의 산물이었다. 2005년 스트랫퍼드 일원이 올림픽 개최지로 확정되면서 이 일대의 재생사업은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먼저 2011년에 유럽 최대 규모로 일컬어지는 웨스트필드 쇼핑몰이 문을 열었다. 14억 파운드를 투입해 300개 상업시설과 70개 레스토랑, 14개 상영관의 극장, 3개 호텔, 카지노를 갖춘 17만㎡ 크기의 쇼핑몰은 2014년 4천300만명이 찾을 만큼 인기를 끌었고 지역경제 활성화의 핵심 역할을 했다.

교통 인프라도 속속 확충됐다. 스트랫퍼드역과 런던 및 남동부 지역이 고속철도로 연결됐고 역의 수용 능력과 이용 접근성도 대폭 개선됐다. 인근의 도크랜드 경전철과의 이용 편리성도 높아졌고 각종 도로망도 확대됐다.

도시재생 통해 주거단지로 변모한 올림픽 공원 일대


(런던= 백도인 기자 = 2012년 런던올림픽이 열리며 조성된 퀸 엘리자베스 올림픽 공원 일원에 들어선 깨끗한 주거단지 모습. 이 일대는 런던 동부의 대표적 빈곤 지역이었으나 런던올림픽 덕분에 도시재생사업이 속도를 내며 새롭게 변모하고 있다.

쓰레기 매립장이었던 곳은 오염된 토양 200만t을 최신 기술로 정화해 올림픽 공원으로 조성했다. 토양이 비옥하게 바뀌며 자취를 감추었던 동·식물이 하나둘 돌아왔고 생태공원으로 재탄생했다.

올림픽이 끝난 후에도 재생사업은 멈추지 않았다. 먼저 주요 경기장과 시설물을 도시재생에 활용하는 계획이 순서대로 진행됐다. 올림픽 주 경기장은 프리미어리그 웨스트햄유나이티드 축구클럽에 장기간 임대했고 다목적경기장과 하키·테니스센터 등은 주민을 위한 스포츠시설로 내놓았다. 미디어센터는 7천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미디어·교육·연구시설로 탈바꿈시켰다. 올림픽 기간에 선수들의 숙소로 쓰였던 선수촌은 놀이터와 공공 휴게시설을 대대적으로 확충한 뒤 임대 주택 단지로 재탄생시켰다. 현재까지 주택 3천여가구가 공급됐으며 다양한 추가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에 덧붙여 영국 정부는 재생사업을 총괄할 런던유산개발회사를 설치하고 지속적인 도시재생 사업계획을 마련했다. 올림픽공원 부지와 인근 지역을 포함한 480㏊ 부지에 주택 2천500가구와 학교 등을 건설하고 복합문화시설을 만드는 등의 사업을 통해 1만3천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올림픽공원 진·출입 및 보안시설로 이용됐던 부지에는 연면적 37만㎡ 규모의 업무시설과 공원, 상업시설, 주택을 공급한다.

도시재생 속도 내는 퀸 엘리자베스 올림픽 공원 일대


(런던= 백도인 기자 = 2012년 런던올림픽이 열리며 조성된 퀸 엘리자베스 올림픽 공원 일원에 들어서는 각종 시설물. 이 일대는 런던 동부의 대표적 빈곤 지역이었으나 런던올림픽 덕분에 도시재생사업이 속도를 내며 새롭게 변모하고 있다.

이 계획은 UCL대학교가 3천여명의 학생과 교수진이 머물 연면적 12만5천㎡ 규모의 캠퍼스를 건설하면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런던유산개발회사는 주요 스포츠 경기를 유치하고 이를 통해 발생하는 이익을 주민에게 돌려주겠다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런던의 가난한 예술인들이 값싼 작업장을 찾기 위해 하나둘 모여들며 형성된 해크니 위크 지역은 이들 예술인의 보호에 초점을 맞춘 재생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런던자산개발회사는 이곳을 3천500가구의 주택과 학교, 미디어센터, 정보기술(IT) 스타트업을 위한 공간으로 꾸미고 있다. 이 과정에서 예술인들이 내몰리지 않도록 민관협력 거버넌스를 구성하고 체계적인 대응책도 마련하고 있다.

영국 중앙정부는 이들 재생사업을 통해 가장 낙후했던 이 일대 거주민의 생활 수준이 2030년에는 런던 전체 평균에 도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막대한 예산을 마련하지 못해 지지부진했던 도시재생이 치밀한 계획 아래 진행된 올림픽 덕분에 속도를 높이고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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