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8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교육부 주최로 열린 '학교폭력 예방 및 대응정책 토론회' [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 김수현 기자 = 정부가 이달 말 학교폭력(학폭) 근절 대책을 발표하기로 한 가운데 학폭 예방 교육 강화 등 예방 대책의 효과가 미미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또래 관계를 활용해 학생 간 갈등을 해결하려는 대책은 오히려 학폭 증가로 이어지는 부작용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학습자중심 교과 교육 연구에 실린 '학교급별 학교폭력 예방 교육의 효과 분석'이라는 논문에 따르면 2016∼2017학년도 학교 현장에서 이뤄진 여러 유형의 학폭 예방 대책이 실제 학폭 감소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학생 정규교과 수업 내외의 학폭 예방 교육, 교원 대상 학폭 예방 교육, 학부모 대상 학폭 예방 교육, 또래 조정·또래 상담·자치법정 등 학폭 예방 대책과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현 학교폭력대책심의위·학폭위) 심의 결과 사이의 상관성을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내놨다.

논문에 따르면 학생 정규교과 수업 내에서 학폭 예방 교육 시간이 많을수록, 학부모 대상 학폭 예방 교육 참여율이 높을수록 학폭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그 효과는 미미한 수준에 불과했다.

나머지 예방 대책은 학폭을 줄이는 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정규수업 외 학폭 예방 교육 시간을 확충하거나 교원 대상 학폭 예방 교육 횟수를 증가시키는 것은 학폭을 줄이지 못했다는 의미다.

학교급별로 보면 학폭 예방 대책은 특히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등학교에서는 그나마 학생 정규교과 수업 내외에서 학폭 예방 교육 시간이 많을수록 학폭이 일부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나머지 학폭 예방 대책은 다른 학교급에서와 마찬가지로 학폭을 줄이지 못했다.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푸른나무재단에서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현장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학폭 예방 대책 가운데 또래 관계를 활용한 일부 프로그램은 학폭을 오히려 증가시키는 부작용을 빚기도 했다.

경미한 교칙 위반이 잦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생들이 직접 재판부를 구성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자치법정 학생참여율이 높을수록, 상담 교육을 받은 청소년이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친구의 고민을 들어주는 또래 상담 학생 참여율이 높을수록 학폭이 증가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학폭 예방 대책의 효과가 크지 않은 것은 학교 현장에서 이뤄지는 예방 교육이 형식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으로 보인다.

검증된 예방 교육 프로그램과 교재, 훈련된 강사진이 부족한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또래 관계를 활용한 예방 대책의 경우 학생들의 행동 성향을 제대로 분석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평도 나온다.

학생들이 또래 관계를 통한 사회화 과정에서 친구의 이타적인 행동뿐 아니라 학폭 행위도 적극적으로 모방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는 것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오희정 공주교대 글로벌인재교육센터 전임연구원은 "학폭에 강한 영향을 미치는 원인을 발견하기 위한 연구들이 선행돼야 하고 이를 학폭 예방 대책에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또래 관계를 활용한 학폭 예방 대책의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해당 학생, 또래의 행동 성향을 면밀히 분석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