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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성 주변서 물 분자 확인…성간 구름∼행성 물 연결고리 찾아
기사 작성일 : 2023-03-09 16:00:57
'V883 오리오니스' 원시성 원반계 내 물(박스 안) 상상도


[ESO/L. Calcada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엄남석 기자 = 별로 진화하는 원시성 주변의 원반에서 물 분자가 확인돼 행성들이 가진 물의 기원이 밝혀지게 됐다.

이는 지구의 물이 태양보다 더 오래됐을 수 있다는 가설을 뒷받침하는 것이기도 하다.

유럽남방천문대(ESO)에 따르면 미국 국립전파천문대(NRAO) 천문학자 존 토빈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지구에서 약 1천305광년 떨어진 오리온자리의 행성계 원반인 V883 오리오니스(Orionis)에서 물 분자를 확인한 결과를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에 발표했다.

차갑고 밀도가 높은 성간 먼지와 가스 구름이 중력 수축으로 붕괴하면서 원시성이 생기고 그 주변으로 원시행성계 원반이 형성돼 혜성과 소행성, 행성 등을 만들게 된다.

연구팀은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 있는 대형 전파망원경 '아타카마 대형 밀리미터/서브밀리미터 집합체'(ALMA)를 이용해 V883 오리오니스에서 물 분자를 찾아내 화학적 성분을 측정하고 분포를 확인했다. 또 별을 만든 가스와 먼지 구름에서 행성까지 이어지는 물의 기원도 밝혀냈다.

연구팀은 V883 오리오니스가 지구의 대양이 품은 물의 1천200배가 넘는 물을 가진 것으로 분석했다.

물은 산소 원자에 수소 원자 두 개가 결합해 만들어지는데, 보통 수소보다 질량이 많은 중수소(deuterium) 동위원소의 비율을 분석하면 언제, 어디서 형성된 물인지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예컨대 태양계 일부 혜성은 지구의 물과 중수소 비율이 같아 혜성이 지구에 물을 전달해줬을 것으로 추정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물이 성간 구름에서 젊은 별로, 그리고 나중에는 혜성을 통해 행성으로 전달되는 것은 이전에도 규명됐지만 젊은 별과 혜성 사이에는 연결고리가 확인되지 않았다.

잃어버린 고리였던 셈인데 V883 오리오니스에서 확인된 물의 성분이 태양계의 혜성과 매우 유사한 것으로 확인돼 성간 구름에서 행성까지 고리가 완성됐다.

V883 오리오니스 원시성 행성계 원반


[ALMA (ESO/NAOJ/NRAO), J. Tobin, (NRAO/AUI/NSF)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토빈 박사는 "이는 행성계의 물이 수십억년 전에 성간 우주에서 별이 출현하기 전에 형성됐으며 상대적으로 변하지 않은 상태로 지구와 혜성에 전달됐다는 가설을 확인해주는 것"이라고 했다.

원시성 주변의 행성계 원반에 존재하는 물은 대부분 얼음 형태로 존재해 관측하기가 어렵다.

물 분자가 가스 상태에서 회전하고 진동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방사선으로 포착할 수 있는데 분자의 움직임이 제한된 얼음에서는 그럴 수 없다는 것이다.

가스 상태의 물도 온도가 높은 원반 안쪽 부위에만 존재하는데 원반 자체의 먼지에 가려져 있는데다 너무 적은 영역에 걸쳐있어 관측이 용이하지 않다고 한다.

V883 오리오니스는 다행스럽게도 원시성의 높은 에너지로 물 분자가 가스 형태로 존재하는 영역이 넓게 펼쳐져 있어 이를 감지할 수 있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논문 공동저자인 네덜란드 레이던대학의 천문학자 마르고트 림커는 "성간 매질의 물은 구름 속 작은 먼지 알갱이 표면에 얼음으로 달라붙어 있다가 중력 붕괴 과정을 거치면서 원시성이 형성될 때 주변의 원반으로 옮겨가고 다시 행성이나 혜성이 된다"면서 "우리는 성간 구름에 형성된 물이 이런 경로를 따라 거의 변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줬으며, V883 오리오니스를 통해 태양계의 과거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고 했다.

연구팀은 현재 세계 최대의 광학/근적외선 망원경으로 건설 중인 '극대망원경'(ELT)이 완공되면 원시행성계 원반에서 가스화한 물의 상태를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면서 "이는 행성형성 원반의 얼음과 가스에 관한 훨씬 더 완벽한 관점을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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