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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건설현장 불법 무더기 적발…비리근절 대책 시급하다
기사 작성일 : 2023-03-09 17:00:32
건설현장 불법행위 중간 수사결과 발표하는 경찰청


류영석 기자 = 윤승영 경찰청 수사국장이 9일 오전 서울 경찰청 본청 브리핑실에서 건설현장 갈취·폭력 등 조직적 불법행위 특별단속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9일 건설 현장 갈취·폭력 등 조직적 불법행위 특별단속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이 지난 3개월간 진행한 이번 특별단속에서 불법행위 혐의로 모두 2천863명이 적발됐다. 이 중 29명이 구속되고 102명이 검찰에 송치됐다. 건설현장 불법행위 중 월례비나 전임비 등 명목으로 강제로 금품을 가져간 사례가 2천153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건설 현장 출입 방해 등 업무방해가 302명()이다. 채용·장비사용 강요(), 폭행·협박 등 폭력행위(), 건설현장 인근 불법 집회 시위() 등도 적발됐다. 구속 송치된 29명 중에선 금품 갈취가 21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지역 건설노조들이 업무방해나 금품 갈취 등 죄질이 나쁜 불법행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는 게 경찰 측의 설명이다. 국내 건설 현장 곳곳에 불법·비리 행위가 관행적으로 만연해 있는 게 아니냐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경찰에 적발된 인원이 대규모인 데다 전국 각 지역에서 나타난 불법행위 양태는 심각성을 더한다. 조직폭력배가 개입해 금품을 빼앗는가 하면 노조를 빙자한 이익단체가 업무방해를 한 사례까지 등장했다. 인천지역 한 폭력조직원은 지역 건설노조 법률국장으로 활동하면서 노조 전임비 1천1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이 조직원은 건설현장에서 장기간 집회를 하는 방법으로 공사를 방해하며 노조원 채용과 장비 사용을 강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충북지역 폭력조직원 2명은 허위로 노조를 설립하고 외국인 불법 고용을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월례비 명목으로 8천100만원을 받아냈다. 부산·경남지역에선 장애인 노조를 허위로 설립하고 불법 외국인 고용 근절을 명목으로 집회를 열어 총 3천400만원의 월례비를 챙긴 사례가 적발됐다. 건설 현장에 조폭이나 가짜노조 등이 횡행하는 현실을 더이상 방관할 수 없게 됐다.

경찰은 오는 6월까지 특별단속을 지속할 방침이다. 건설 현장 불법행위의 배후와 공모 세력을 규명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경찰의 특별단속 대상에 건설사 측의 불법 행위는 빠져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설사 측의 불법 행위는 불법 하도급이나 외국인 불법 고용 행위 등을 말하는데 경찰의 수사 행보에 따라선 자칫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대목이다. 경찰은 이와 관련해 불법 하도급 등의 불법 행위는 일반적 수사절차에 따라 신고가 들어오면 수사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비리 행위에 대한 수사가 편향돼 있다는 시비를 초래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이번 특별단속이 건설 현장에서 벌어지는 각종 비리나 부조리한 행태를 근본적으로 차단해 나가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선 정부나 관련 업계 공동의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건설 현장 불법행위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과 함께 정책적 차원의 근절 대책을 강구해 나가는 데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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