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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1억 넘는 거수기' 금융지주 사외이사 72%, 연임 눈앞
기사 작성일 : 2023-03-12 08:00:20

신호경 박대한 민선희 기자 = 국내 주요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가운데 70% 이상이 다시 추천돼 연임을 앞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 가운데 상당수가 라임펀드·DLF(파생결합펀드) 사태, 채용 비리 와중에 경영진을 제대로 견제·감시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는 점에서 유임 자격 논란이 커지고 있다.

최근 금융지주 회장들이 사외이사들까지 장악한 채 '셀프 연임' 등을 추진하는 문제가 불거지고, 금융당국도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을 촉구했는데도 개선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KB금융지주의 경우 이번 주총을 통해 회장 등 이사에 대한 특별퇴직금 규정도 마련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윤종규 회장이 과연 김정태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처럼 오는 11월 임기가 끝난 뒤 거액의 특별퇴직금을 받을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4대 금융지주 2023년 3월 정기 주총 주요 안건주총일자사외이사 선임이외 특이 안건KB사외이사 6명 선임안(연임 3명)이사 퇴직금 규정(특별퇴직금 포함)신한사외이사 8명 선임안(전원 연임)배당기준일 3월 주총 이후 가능 규정하나사외이사 8명 선임안(연임 6명)분기배당 가능 규정배당기준일 3월 주총 이후 가능 규정우리사외이사 3명 선임안(연임 1명)배당기준일 3월 주총 이후 가능 규정

◇ 4대 금융지주 23∼24일 주총…사외이사 후보 10명 중 7명 '연임'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KB·신한·하나·우리) 금융지주는 이달 23∼24일 일제히 정기 주주총회를 연다.

주총 세부 안건을 보면, 선임 후보에 오른 사외이사 25명 가운데 18명(72%)이 이미 현직 사외이사로서 주총 표결 결과에 따라 연임이 확정될 예정이다. 하지만 과거 사례로 미뤄 주총에서 연임이 무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KB금융지주의 경우 사외이사로 추천된 6명 중 3명(권선주·오규택·김경중)이 기존 사외이사다.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는 김성용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여정성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 조화준 메르세데스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상근감사 3명이 추천됐다.

신한금융지주에서는 8명(곽수근·배훈·성재호·이용국·이윤재·진현덕·최재붕·윤재원)이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됐는데, 모두 연임 대상이다.

하나금융지주에서도 6명의 현 사외이사(김홍진·허윤·이정원·박동문·이강원·양동훈)가 재추천됐다. 신임 사외이사 후보는 원숙연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와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2명뿐이다.

우리금융지주는 기존 정찬형 사외이사를 포함한 3명을 후보로 추천했다. 선임 안건이 주총을 통과하면 윤수영 전 키움자산운용 대표, 지성배 IMM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새로 사외이사진에 합류한다.

신한금융지주 8명 사외이사 연임 비판한 ISS 보고서


[ISS 보고서 캡쳐. 재판매 및 DB 금지]

◇ ISS "신한·하나·우리 사외이사 연임에 반대…지배구조·위험관리 실패"

이처럼 국내 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이 '장수'하며 연임을 거듭하는 데 대한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는 최근 발표한 4대 금융지주 주총 안건 관련 보고서에서 주주들에게 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 연임 후보들의 선임에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라임·DLF 사태, 채용 비리 등 각 금융지주의 대형 사고와 관련해 법적 위험이 있는 임원에 대해 집단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넘어간 만큼(collective inaction) 유임의 자격이 없다는 주장이다.

신한금융 보고서에서 ISS는 "조용병 회장이 채용비리 혐의에 대해 최종 무죄판결을 받기는 했지만, 이사회가 첫 기소와 1심 유죄판결 당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하나금융 보고서에서는 함영주 회장의 DLF 사태 관련 법률 리스크가 언급됐다. 함 회장은 DLF 불완전 판매로 중징계(문책경고)를 받고 징계 취소 소송을 냈지만 1심에서 패소했다.

ISS는 "기존 사외이사들은 함 회장의 법률적 우려에도 불구, 함 회장이 계속 이사회 구성원으로 남는 데 찬성했다"고 지적했다.

우리금융 손태승 회장이 DLF·라임펀드 사태로 제재를 받은 사실도 문제로 거론됐다.

손 회장은 DLF 사태로 받은 '문책경고' 징계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지만, 라임사태와 관련해 또 '문책경고'를 받았다.

ISS는 "정찬형(사외이사 연임) 후보는 손 회장의 법적 우려를 알고 적절한 조치를 취할 시간이 있었지만, 이사회 구성원으로 있는 동안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A금융지주 2022년 사외이사 보수 내역


[공시된 A금융지주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 캡쳐.재판매 및 DB 금지]

◇ 작년 29건 결의에 '100% 찬성' 사외이사진…연봉은 1억 넘고 1회 참석에 100만원 수당

ISS의 지적뿐 아니라, 금융지주 이사회가 최고경영자(CEO)를 제대로 감시하지 못하고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문제의식을 가진 것은 정부도 마찬가지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주요 업무계획으로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과 이사회 기능 제고'를 명시했고, 금융사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지배구조법 개정안도 1분기 중 입법 예고할 예정이다.

실제로 A금융지주가 최근 공시한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사외이사 7명이 참석한 이사회는 모두 18차례 열렸다.

하지만 이사회에서 논의된 29건의 결의 안건에 사외이사가 반대표를 던진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이사회 불참자를 제외하면 참석 사외이사의 지난해 1년 활동 내역은 '100% 찬성'으로 요약된다.

감시나 견제가 소홀하다는 지적이 쏟아지지만, 이들 사외이사의 연간 1억원이 넘는 보수를 받고 있다.

A금융지주 7명 사외이사 가운데 지난해 1년 내내 활동한 6명의 연간 보수 총액을 보면 3명이 1억200만원, 나머지 3명이 각 1억원, 9천600만원, 9천200만원을 받았다.

사외이사는 이사회나 각종 위원회에 한 차례 참석할 때마다 100만원의 수당을 받았고, 연 1회 건강검진 혜택도 누렸다.

◇ 새 규정 통과되면 윤종규 KB회장 퇴직금 억원…특별퇴직금도 가능

올해 금융지주 주총 의제 가운데 KB금융지주의 6호 안건(이사퇴직금 규정 제정 승인의 건)도 주목할 부분이다.

현재 KB금융지주의 이사 보수 규정에는 '퇴직금을 이사회의 결의에 따라 지급할 수 있다'고만 돼 있다.

따라서 지금까지 KB금융 이사회는 공무원 연금법을 준용해 '연 기본급의 12분의 1'을 회장 퇴직금으로 지급해왔다.

연봉과 재직 기간에 따라 어윤대 전 회장이 1억5천만원, 임영록 전 회장이 4천700만원, 황영기 전 회장이 5천만원 정도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금융감독원이 "이사 퇴직금 제도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위해 규정을 명확히 하라"고 지적하자, KB금융은 이번에 '퇴임 당시 기본급의 12분의 1에 근속기간에 따른 기준지급률을 곱한 금액을 지급한다' 등의 규정을 새로 만들었다.

KB금융지주의 추산에 따르면, 만약 이 안건이 주총을 통과할 경우 올해 11월 임기 만료 이후 윤종규 회장은 약 3억7천만원의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

더구나 새 규정은 주총 승인을 얻으면 '특별퇴직금'도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따라서 윤 회장은 공로 평가 등에 따라 3억7천만원 외 특별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

앞서 김정태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경우 지난해 주총에서 50억원의 특별퇴직금 지급이 결정된 바 있다.

'윤 회장의 퇴임을 앞둔 규정 개정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KB금융지주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금감원이 규정을 명확히 정비하라고 개선을 권고했기 때문에 제정한 것일 뿐"이라며 "특별퇴직금 부분도 당시 당국이 하나금융지주 것을 참고하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하나금융지주는 이번 주총을 통해 분기 배당이 가능하도록 정관 개정을 추진한다.

신한·우리·하나금융지주 주총에서는 배당 기준일을 현재 12월 말에서 배당 여부와 배당금이 확정되는 3월 정기주총 이후로 정할 수 있도록 정관을 바꾸는 안건도 표결에 부쳐진다. 금융당국이 제시한 배당 제도 개선 방향을 반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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