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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체코 선발 투수는 야구협회 홍보 직원…아름다운 낭만 야구
기사 작성일 : 2023-03-12 14:00:44
역투하는 체코 선발 에르콜리


(도쿄= 이지은 기자 = 12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본선 1라운드 체코와 한국의 경기. 1회말 체코 선발투수 루카스 에르콜리가 역투하고 있다.

김경윤 기자 =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한 체코 야구대표팀엔 본 직업이 따로 있는 아마추어 선수들이 많다.

12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WBC 본선 1라운드 B조 한국전에 선발 등판한 좌완 투수 루카시 에르콜리(27)가 대표적이다.

에르콜리는 체코 야구대표팀 선수지만, 체코 야구 협회 홍보 및 마케팅 담당자이기도 하다.

에르콜리가 야구에 흠뻑 빠진 건 6살 때다. 그는 체코 프라하 인근 야구장에서 또래 친구들과 매일 야구를 하며 꿈을 키웠다.

두각을 나타낸 에르콜리는 체코 유소년 야구 대표팀 선수로 뽑혀 유러피언 대회 등 국제대회에 출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에르콜리는 야구에만 집중할 수 없었다. 세미 프로리그만 있는 체코에선 야구로 밥벌이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린 시절 에르콜리와 함께 야구했던 마르틴 세벤카는 미국으로 떠나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지만, 이는 특수한 경우였다.

에르콜리는 운동과 학업을 병행했고, 체코 프라하 카렐 대학에 진학해 스포츠 경영학을 전공했다.

대학 졸업 후엔 언론사 홍보 직원으로 일하는 등 직장인으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퇴근 후엔 시간을 쪼개 훈련했다.

홈런에도 웃을 수 없는 분위기


(도쿄= 신준희 기자 = 12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본선 1라운드 한국과 체코의 경기. 2회말 무사 상황에서 한국 김하성이 솔로홈런을 치고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WBC 체코 대표팀에 뽑힌 에르콜리는 12일 꿈의 무대를 밟았으나 현실은 냉혹했다.

에르콜리는 한국의 강타선을 맞아 1회에만 안타 5개의 볼넷 2개를 내주며 5실점 했고, 2회에도 추가 실점한 뒤 강판했다.

그러나 소득도 있었다.

그는 1회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현역 선수인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을 내야 뜬 공으로 잡았고, KBO리그 간판 3루수 최정(SSG 랜더스)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2회엔 KBO리그 최고 타자 이정후(키움 히어로즈)를 스트라이크 아웃 낫 아웃으로 막았다.

에르콜리에겐 평생 기억에 남을 경기였다.

체코 대표팀엔 에르콜리 외에도 다른 직업을 가진 구성원들이 많다.

파벨 하딤 감독의 본업은 뇌외과 전문의다. 외야수 아르노슈트 두보비는 고등학교 지리 교사, 구원투수 마르틴 슈나이더는 소방관, 우완투수 마리크 미나리즈크는 부동산 중개인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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