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aily

금융당국, 가상자산거래소 '지방·인터넷은행 쏠림' 우려
기사 작성일 : 2023-03-13 08:00:19
금융당국, 가상자산거래소 '지방·인터넷은행 쏠림' 우려


[ 자료사진]

박대한 민선희 기자 = 최근 가상자산거래소들이 실명 계좌 발급과 관련해 지방은행과 인터넷은행 쏠림 현상을 보이면서 금융당국이 우려의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시중은행에 비해 자금세탁방지(AML) 리스크 관리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금융사고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올해 새로 은행 실명 계좌 발급 계약을 추진하는 코인마켓 거래소는 물론 원화마켓 거래소의 자금세탁 위험 부문에 대한 중점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 금융당국 "은행, 수익성만 보고 실명 계좌 발급 안 돼"

13일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은행의 실명 계정 발급 문제는 은행과 가상자산거래소 간 사적계약 영역"이라면서도 "은행이 단순히 수익성 측면에서만 판단해서는 안 되며, 가상자산 연계사업으로 인해 늘어나는 리스크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실명 계좌를 발급했거나, 발급을 검토 중인 은행은 가상자산거래소의 자금세탁 문제, 대주주 리스크 등을 면밀히 살피고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최근 전북은행을 둘러싼 상황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현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에 따라 국내에서 원화로 가상화폐를 매매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거래소는 은행의 실명 입출금 계정(실명계좌)을 확보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 가상화폐 간 거래 서비스(코인마켓)만 제공할 수 있다.

국내 원화마켓 거래소


[각 거래소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전북은행은 현재 원화마켓 거래소인 고팍스와 제휴, 실명계좌를 발급해주고 있다.

그런데 고팍스는 유동성 위기가 발생해 지난 2월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로부터 도움을 받았다.

이후 바이낸스는 아예 고팍스 지분 인수를 통해 경영권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팍스는 최근 창업자인 이준행 대표 등이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대신 레온 싱 바이낸스 아시아태평양 총괄을 대표이사이자 이사회 의장에, 스티브 영 김 이사와 지유 자오 이사를 사내이사에 새로 선임한 뒤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에 가상자산사업자(VASP) 변경신고서를 제출했다.

이들의 금융업법 위반 등 특별한 문제 사항이 없으면 FIU는 변경신고서를 수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팍스, 바이낸스 투자 유치 공지


[고팍스 홈페이지 캡처]

문제는 전북은행의 입장이다.

고팍스를 인수한 바이낸스는 본사 위치와 매출, 이익, 보유 현금 등 기본적인 재무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서류상 본사 주소는 조세회피처인 케이맨제도로 돼 있다.

미국 검찰이 바이낸스와 경영진의 돈세탁 혐의 등을 수사하고 있으며, 바이낸스 운영이 파산에 들어간 미국의 거래소인 FTX보다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전북은행이 실명 계좌를 내주기 위해 주주 리스크를 평가할 당시는 이준행 대표 시절로, 지금은 바이낸스 측 외국인이 등기임원으로 변경돼 자금세탁 관련 우려가 더 커진 만큼 새로운 평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전북은행은 이미 고팍스 등과 협의를 거쳐 실명계좌 발급 계약을 유지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전북은행과 제휴를 추진 중인 페이코인도 마찬가지다.

앞서 FIU는 페이코인의 서비스 구조가 '매매'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 서비스를 지속하려면 가상자산거래소처럼 은행 실명 확인 계좌를 확보해 사업자 변경 신고를 하라고 지시했다.

FIU가 제시한 기한 내에 페이코인이 실명 계좌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지난달부터 페이코인 서비스는 종료됐지만 업비트와 빗썸 등 5대 원화 거래소가 속한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닥사·DAXA)는 페이코인의 '투자유의 종목' 지정기간을 이달 말까지로 연장했다.

페이코인의 운영사인 황용택 다날핀테크 대표는 실명 계좌 확보 진행 상황에 대해 "지금 사업성 평가, 위험성 평가는 지나갔고 마지막으로 전북은행 집행위원회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면서 "은행 내부 상황을 명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이달 말 안에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페이코인은 현재 유통량 중 7억개가 제3자에게 넘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페이코인은 해당 물량 배정이 백서(초기 사업계획서)에 명시돼 있으며, 대상자 이름을 가린 이른바 '마스킹'한 계약서를 FIU에 제출한 만큼 떳떳하다고 해명했다.

반면 FIU는 누가 페이코인을 갖고 있는지를 알 수 없는 형태의 계약서만으로는 의혹 해소에 불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전북은행은 실명 계좌 발급 여부를 결정할 때 페이코인 7억개의 행방에 관한 소명을 받고 문제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 은행 자금세탁 리스크↑…금융당국 중점 점검 예정

고팍스, 페이코인 외에도 가상자산거래소들은 지방은행과 인터넷 은행에 잇단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코인원은 당초 NH농협은행과 원화 입출금 서비스 계약을 유지하다가 지난해 11월 카카오뱅크[323410] 계좌로 갈아탔다.

코인원, 카카오뱅크 원화 입출금 서비스 시작


[코인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여기에 오는 24일 NH농협은행과 제휴가 끝나는 빗썸 역시 카카오뱅크로 눈을 돌렸지만, 최종적으로는 NH농협은행과 재계약하는 방향으로 사실상 결론 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최대 거래소인 업비트는 당초 IBK기업은행과 계약 관계를 유지하다가 인터넷 은행인 케이뱅크로 갈아탔다.

5대 원화 거래소 외에 코인마켓거래소인 한빗코가 원화마켓 진입을 위해 지방은행인 광주은행과 실명 계좌 계약을 꾸준히 추진했지만 아직 성사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들 지방은행과 인터넷 은행이 시중은행에 비해 AML 인력이나 인프라 등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은행이 가상자산거래소에 실명 계좌를 내주면 불법 송금과 같은 AML 리스크가 크게 올라가게 된다"면서 "그 부분을 충분히 살펴보기 위해서는 인력을 늘리고 의심거래 보고 관련 시스템을 확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올해 자금세탁 위험이 높은 부문을 중심으로 가상자산거래소에 대한 중점 점검에 나선다

특히 올해 원화마켓으로 전환하는 코인마켓 사업자의 자금 세탁행위 체계에 대해 우선 점검을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원화마켓 사업자에 대해서는 차명, 비정상적 거래 등 자금세탁 위험이 높은 부문을 선별해 중점 점검하고, 지난해 검사 결과 지적 사항과 동일한 사항을 위반한 경우 가중제재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

가상자산 시장 긴급점검 당정간담회


이정훈 기자 = 지난해 6월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가상자산 시장의 공정성 회복과 투자자 보호대책 긴급점검 당정간담회'에 참석한 가상화폐거래소 대표들이 정부 측 관계자의 발표를 듣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