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aily

후쿠시마 원전사고 12년…한국에선 사고 없지만 매년 고장 발생
기사 작성일 : 2023-03-13 08:00:30
후쿠시마 원전 내 설치된 오염수 탱크


[ 자료사진]

홍국기 기자 = 2011년 3월 11일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가 발생한 이후 12년이 지났다.

1979년 미국 스리마일 원전 사고, 1986년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 사고에 이어 단 한 번의 사고로 치명적 피해가 발생할 수 있고, 그만큼 안전성 확보가 중요하다는 교훈을 남겼다.

세계에 큰 충격을 던진 대재앙의 후폭풍은 한국을 비롯해 원전을 가동하는 다른 국가들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독일, 러시아발 에너지 위기에 탈원전 '일시 멈춤'(CG)


[TV 제공]

◇ 탈원전 계기였지만…기조 선회해 원전 재조명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점진적인 탈(脫)원전으로 에너지 정책의 무게가 옮겨가는 계기로 작용했다.

그러나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위기에 따른 에너지 안보가 세계적인 문제로 대두됐다.

러시아가 에너지를 무기화해 유럽에 가스를 공급하지 않으면서 유럽 에너지 시장에 불안정이 생겼고 가스가 부족해지자 석유, 석탄(유연탄) 등의 에너지원 가격도 급등하기 시작했다.

치솟는 에너지 가격이 요금 상승으로 이어져 난방비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고, 에너지 가격 부담으로 기업들마저도 생산량 감축, 공장시설 이전에 들어갔다.

아울러 세계적인 기후 위기 문제로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75%를 차지하는 에너지 부문에서의 탄소중립이 무엇보다도 중요해졌다.

이런 가운데 원전은 직접적인 탄소 배출이 거의 없는 무탄소·저탄소 전원으로 탄소중립 달성의 중요한 수단으로 떠올랐다.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이 중요해진 상황에서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가 원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정책 기조로 선회했다.

탈원전을 강하게 추진하던 독일이 현재 운영하는 3기의 원전 가동을 연장했고, 영국은 2050년까지 원전 8기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프랑스도 2035년까지 원전 6기를 건설할 예정이며 2050년까지 8기를 추가 건설할 계획을 검토 중이다.

한국도 지난해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 원전을 국가의 핵심 산업으로 육성하는 것을 국정과제로 추진 중이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와 운영 중인 원전의 계속 운전을 추진해 원전을 다른 발전원과 조화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원전 생태계 복원과 경쟁력 강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원전 해안방벽(왼쪽)과 방수문 설치 사진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더욱 중요해진 원전 안전성 강화

13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에 따르면 1978년 국내 최초의 원전인 고리 1호기가 완공돼 가동에 들어간 이후 한국에서는 단 한 건의 원전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세계적으로 원자력의 안전성을 다시 한번 짚어보는 계기가 됐다.

국내 유일한 원전 운영사인 한수원은 후쿠시마 사고에 따른 정부의 46개 조치와 자체 발굴한 10개 등 모두 56개의 후속 조치를 발굴해 현재까지 54개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비상 발전기 등 안전 설비가 설치된 곳에는 건물 출입문에 내진·방수·방화 시험을 모두 통과한 세계 최고 수준의 방수문을 설치했다.

상대적으로 낮은 위치에 자리를 잡은 고리원전의 해안 방벽은 기존 m에서 10m 높이로 증축했다.

이런 조치에도 비상 발전기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이동형 비상 발전기를 높은 지대에 준비했다가 유사시에 언제라도 전원을 공급할 수 있도록 했다.

노심 냉각을 위한 비상 냉각 시스템도 보강했다. 사용후연료저장조 냉각 계통이 작동하지 못할 때를 대비해서는 이동형 펌프차 등을 활용한 냉각수 보충 방안을 마련했다.

또 모든 냉각기능이 상실돼 원자로 핵연료가 용융(녹아서 섞임)하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전기가 없이도 수소를 제거할 수 있는 피동형 수소 제거설비를 설치하는 등 이중·삼중의 안전장치를 만들었다.

한수원은 국내 모든 원전에 '지진자동정지 설비'를 장착해 리히터 규모 이상의 지진이 감지되면 원자로를 정지시켜 원전을 안전한 상태로 유지할 수 있도록 지진에 대비한 원전 안전성도 높였다.

나아가 설계 기준(지반가속도 g·규모 )을 초과하는 지진에서도 후쿠시마와 같은 안전정지유지계통의 기능 상실이 일어나지 않게 3만8천500여개 기기의 내진성능이 최대 지반가속도 (규모 ) 수준을 확보하도록 조처했다.

한수원은 또 국내 모든 원전을 대상으로 지진, 해일, 강우, 강풍 등 극한 자연재해를 가정한 '원전 스트레스 테스트'를 수행해 안전성을 확인하고 개선하는 조치를 수행했다고 강조했다.

한국과 일본의 지진 발생 비교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쉽게 걷히지 않는 불안…원전 고장 등으로 증폭

한국 등 세계 60여개국이 사용하는 국제원자력사건등급(INES)에 따르면 1∼3등급 사건을 고장(Incident), 4∼7등급 사건을 사고(Accident)로 정의하고 있다.

고장은 원전 종사자나 인근 주민에게 방사선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경우다.

또 안전에 중요하지 않은 사건에 대해서는 등급 이하(0등급)로 '경미한 고장'으로 분류하며 안전과 무관한 사건은 '등급 외 사건'(out of scale)으로 규정한다.

한국에서는 그간 4등급 이상의 사고는 한 건도 없었지만 1∼3등급의 고장은 매년 여러 차례 발생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에서 예기치 못한 고장과 오작동으로 원전이 불시에 멈춘 사례는 53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에는 가동 원전 총 25기에서 4건의 불시정지가 발생했다.

기당 불시 정지 건수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2011년 건에서 지난해 건으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

그러나 작은 고장까지 집계 범위에 포함하면 체감도는 달라진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2011년부터 올해 현재까지 국내 원전에서 총 141건의 크고 작은 고장이 발생했다. 12년간 매달 한 건꼴의 고장이 발생한 셈이다.

산업부와 한수원은 국내 원전의 안전성을 높여나가고 있다고 강조하지만, 단 한 번의 사고가 대형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는 원전 사고에 대한 불안은 여전하다.

여기에다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설치, 일본의 오염수 해양 방류 움직임은 두려움을 증폭시키는 요인이다.

원전 업계의 한 관계자는 "원전 고장의 원인을 철저히 분석하고, 고장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정책적 노력이 불안 해소와 신뢰성 회복을 위한 첫 단추"라고 말했다.

2013년 6월 갑작스러운 고장으로 가동을 멈춘 한빛원전 6호기


[ 자료사진]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