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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하는 청춘] ⑥ '누에 테마파크' 잠사박물관 운영 정찬우씨
기사 작성일 : 2023-03-13 08:01:11

[※ 편집자 주 = 좁아진 취업문과 불투명한 미래 때문에 청년들의 고민이 깊습니다. 치열하게 경쟁하지 않으면 낙오되기 십상이라는 위기의식도 팽배합니다. 그러나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모험을 택하는 젊은이들도 많습니다. 숱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현장서 답을 구하는 이들입니다. 는 열정과 아이디어로 똘똘 뭉쳐 꿈을 실현해가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총 20회에 걸쳐 매주 월요일 송고합니다.]

(청주= 박재천 기자 = 현대인에게 잠업, 양잠, 잠사, 잠사업 등의 단어는 익숙하지 않다.

누에나방의 애벌레인 누에 관련 단어들이다.

누에를 치고 명주실의 원료인 누에고치를 생산하는 잠업은 우리 전통산업으로 과거 농가소득 증대와 외화 획득에 한몫했다.

1980년대 이후 사양길로 접어들었지만, 1976년에 40여만 양잠 농가가 4만1천700여t의 고치를 생산했다는 기록도 있다.

인터뷰하는 정찬우 대표


[천경환 기자]

요즘은 농촌에서도 보기 쉽지 않은 누에를 내세워 충북 최고 수준의 테마파크 운영을 꿈꾸는 당찬 20대 청년이 있다.

정찬우(26) 한국잠사플레이팜 농업회사법인 대표는 지난 8일 오후 인터뷰를 위해 헐레벌떡 한국잠사박물관에 도착했다.

누에의 먹이인 뽕잎과 뽕나무 열매인 오디에 대한 교육프로그램 운영을 위해 충북도농업기술원에서 농촌교육농장 운영자 교육을 받고 막 돌아오는 길이었다.

그는 사단법인 대한잠사회가 2004년 청주시 흥덕구 강내면에 지은 한국잠사박물관의 수탁운영자이다.

뽕밭과 잔디광장, 온실 하우스, 잣나무숲 등 1만여평은 임차해 운영하고 있다.

정 대표는 "다음 달 야간 개장을 목표로 리뉴얼공사를 하고 있어 지금은 주말만 운영한다. 가족 단위 방문객이 바비큐를 먹으면서 힐링할 수 있도록 바비큐존 등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 토박이인 그가 청주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20년 12월 31일부터다.

모 아쿠아리움의 마케팅 부서에서 일하면서 알게 된 단체영업 대행사 대표를 통해 잠사박물관 얘기를 들었다.

사업계획서가 통과돼 계약서에 도장을 찍자마자 직원 2명과 함께 잠사박물관으로 향했다.

그는 "누에가 뭔지도 몰랐을 뿐 아니라 꽃인지 풀인지도 구분 못 하는 도시 사람이 와서 운영하려니 너무 막막했다. 당장은 (박물관 상시 콘텐츠였던) 눈썰매장을 운영해야 할지부터 결정해야 했다"고 회상했다.

법인 설립 업무와 함께 우여곡절을 겪으며 2주간의 짧은 준비를 거쳐 눈썰매장을 개장했는데 예상보다 반응이 좋았다.

누에 살피는 아이들


[정찬우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가 박물관 운영에 중점을 둔 것은 '재미'였다.

그는 "주로 유아와 초등학생들이 찾는데 눈썰매장과 수영장을 제외하고 놀거리가 부족했다. 박물관을 모르는 청주시민들도 많아 고민이 컸다"고 회상했다.

잠사박물관은 교육공간으로 활용하고 더 다양한 놀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사계절 썰매장, 양떼 정원, 디지털키즈카페 등을 만들었던 배경이다.

아이들이 박물관에 오래 머물 수 있도록 오디 수확 등 계절 콘텐츠 외에 젤리양초만들기, 누에고치목걸이 만들기, 실뽑기 체험, 누에고치 공예, 다육화분만들기, 오디·뽕입비누 만들기 등 체험프로그램을 선보였다.

물론 누에를 주제로 한 박물관이다 보니 살아 있는 누에 전시에도 신경을 쓴다.

학생들이 교과서에서 그림으로만 봤던 누에의 생태를 관찰할 수 있도록 뽕잎이 나오는 5월부터 박물관 내 잠상미래관과 양떼정원에 누에를 전시한다.

뽕잎 먹는 누에


[정찬우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정 대표는 "처음에는 누에가 징그러워서 만지지도 못했는데 어떻게든 하게 되더라. 아이들이 질문하면 설명을 해 줘야 해서 자연스럽게 누에를 알게 됐다"고 웃음을 지었다.

그러면서 "알에서 막 깨어난 것을 개미누에라고 하는데 개미누에 상태에서 전시한다. 누에는 온도 25∼26도, 습도 60∼70%를 맞춰줘야 잘 산다"고 덧붙였다.

인근 잠업진흥원과 마을 주민들의 도움을 받아 하나씩 농사를 배워 이제 트랙터를 직접 운전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

누에를 볼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잠사박물관이라는 홍보 전략이 먹히고, 잠사 산물이 기능성식품 등으로 주목받고 있어서인지 법인의 매출도 오르고 있다.

그동안 어림잡아 4억원가량 투자했는데 지난해의 경우 7만명가량 입장해 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정 대표는 "박물관이어서 정부 지원사업이 많고, 특히 청년대표여서 지원금을 많이 받는다"며 "아직 돈을 빌린 적은 없다"고도 했다.

박물관 내부 소개하는 정찬우 대표


[천경환 기자]

한국잠사플레이팜은 지난해 10월 충북형 예비사회적기업으로도 지정됐다.

법인 측은 사회적기업 지정 목적에 맞게 마을 주민 등 취약계층에 일자리를 제공하고, 취약계층 무상 입장 등 방법으로 이익을 환원할 예정이다.

정 대표는 "박물관 위탁 운영 기간은 기본이 5년이고, 연장할 수 있다"며 "제가 맡는 동안 잠사박물관을 충북을 대표하는 박물관으로 키우고 싶고, 가족들이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장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정 대표는 "홍보를 강화해 연간 30만명 이상 유치가 목표"라며 "새로운 일에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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