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미나 김철선 기자 = 김기현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가 13일 단행한 주요 당직 인선은 친윤(친윤석열)계 전진 배치를 통한 '윤석열 친정 체제' 공고화로 요약된다.
이날 사무총장에 임명된 재선 이철규 의원은 당내 친윤계 핵심 인사다.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4인방' 중 한 명으로도 알려져 있다.
사무총장은 당의 자금과 조직을 총괄하며, 내년 총선 공천 실무를 책임지는 막강한 자리이다. 친윤 핵심인 장제원 의원이 '백의종군'을 선언하며 맡지 않겠다고 언급했던 임명직일 만큼, 총선 공천을 앞두고 가장 상징적인 당직이다.
사무총장을 보좌하는 부총장에도 박성민(전략기획)·배현진(조직) 등 친윤계 초선 의원들이 임명됐다.
박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 시절부터 가까이 교류해온 사이로 알려졌으며, 배 의원은 친윤계 핵심그룹이 주도하는 의원모임 '국민공감'의 간사를 맡고 있다.
당의 '입'이 되어줄 대변인단도 친윤 일색이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초선그룹 내 친윤 핵심으로 꼽히며, 윤희석·김예령 대변인은 윤석열 대선 후보 캠프·선대위 출신이다.
김 대표 측근으로 알려진 강민국 수석대변인이나, 나경원 전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 준비를 도왔던 김민수 대변인 역시 친윤계와 가까이 묶인다.
이외에 총선 공천 여론조사를 관장하는 여의도연구원장에 초선인 박수영 의원, 당 홍보본부장에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했던 민영삼 사회통합전략연구원장이 사실상 내정 단계에서 인선을 조율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김기현호(號) 첫 당직 인선인 사무총장·대변인단 면면까지 보면 새 지도부는 윤석열 정부의 '중간평가' 성격이 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윤 대통령 '친정 체제'가 공고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도부 상당수가 윤 대통령과 '직통' 연락이 가능한 관계로도 알려졌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에 '친정 체제'를 넘어서 '직할 체제'가 꾸려지는 신호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출근하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때 모습
사진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3월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당선인 집무실로 출근하며 당시 이철규 총괄보좌역, 장제원 비서실장 등과 인사하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BBS 라디오에서 이 사무총장 인선과 관련해 "사실 대선 과정에서도 사무부총장으로서 당의 전반적인 운영을 담당했다"면서 "총선 국면에서는 당의 살림살이를 맡고 당의 내부 정리를 할 수 있는 최고 적임자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당내 일각에서는 친윤계가 핵심 당직을 독식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선출직 최고위원들 역시 친윤계 일색인 만큼, 지도부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가로막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친윤계인 김병민 최고위원은 SBS 라디오에서 "안정이 기본이 된 다음에 혁신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질서 있는 다양성"을 인선 원칙으로 제시했다.
대표가 지명할 수 있는 지명직 최고위원에 당내 비주류이자 '유승민계'로 분류되는 초선 강대식 의원을 앉힌 것은 '친윤 일색 지도부'라는 비판적 시각을 희석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이에 대해선 "당의 화합을 위해 '연포탕(연대·포용·탕평)' 정신을 실천했다"는 게 김 대표 측 설명이다.
강 의원은 그러나 이번 전당대회 국면에서 나 전 의원의 불출마를 압박하는 초선 연판장에 이름을 올리며 사실상 친윤 주류와 결을 같이 해왔다는 점에서 '구색 맞추기' 인선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 비주류 의원은 통화에서 "한때 다 같은 유승민계로 묶였을지언정, 공개적으로 각을 세워온 김웅 의원 등과 같은 '비윤' 인사로 보기는 어렵지 않겠나. 그나마 설득할만한 한 명을 고르고 고른 것"이라고 평했다.
애초 이 자리는 3선 유의동 의원에게 제안했으나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당대회 국면에서 김 대표나 친윤계와 격렬하게 맞붙었던 안철수 의원이나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 또는 이준석 전 대표 측 인사들은 아직 새 지도부에 합류한 인사가 없다.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는 김기현 대표
이정훈 기자 =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