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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기' 거론된 SVB 파산…금융당국 '은행 과점깨기' 동력 잃나
기사 작성일 : 2023-03-13 19:00:15

임수정 기자 =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하면서 금융당국의 '은행권 과점 깨기'를 위한 소규모 특화은행 도입 논의가 힘을 잃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은행권 과점을 흔들 수 있는 특화은행의 대표 사례로 SVB를 제시한 바 있는데, 이번 파산 사태로 건전성 및 소비자 보호 문제가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제1차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 개선 TF 회의


김승두 기자 =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차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 개선 TF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1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2일 금융감독원 등과 '은행권 경영·영업·관행 제도 개선' 실무작업반 1차 회의를 열고 은행권 경쟁 촉진 방안 중 하나로 신규 은행의 추가 인가 방안을 논의했다.

구체적으로 인가 세분화(스몰 라이센스), 소규모 특화은행 도입, 인터넷 전문은행·시중은행의 추가 인가, 저축은행의 지방은행 전환,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등이 언급됐다.

은행권에 새로운 플레이어, 즉 '메기'를 등장시킴으로써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게 골자였다.

이 중 소규모 특화은행 대표 사례로 미국 서부 스타트업의 돈줄 역할을 해 온 SVB를 꼽았다.

당시 금융위는 "미국 SVB는 별도 인가 단위에 따른 특화은행은 아니지만 사실상 고위험 벤처기업만을 고객으로 상대하는 특화은행처럼 기능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1983년 설립된 SVB는 벤처기업·임직원의 예·적금을 받아 다시 유망 벤처기업에 대출 및 벤처기업 금융중개·지분투자를 수행하는 비즈니스 모델 등으로 자산 기준 16위까지 빠르게 몸집을 부풀렸다.

그러나 이런 논의가 이뤄진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SVB가 불충분한 유동성과 지급 불능을 이유로 갑작스럽게 파산한 것이다.

SVB 파산으로 특화은행들의 자산 건전성이나 부실 우려가 부각되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특화은행 도입에도 '신중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고강도 긴축 상황 등에서 경기 변동과 리스크 관리에 취약하다는 약점이 고스란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금융위 실무작업반 논의에서도 이미 "특정 여신 부문에만 집중하는 은행은 해당 부문의 자산건전성 충격을 다른 부문의 여신통해 흡수하기 어려워 더 높은 수준의 자본 적정성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

나아가 특화은행 도입뿐 아니라 은행권 과점 완화 논의 자체에 힘이 빠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은행 과점 체계 완화 방안들의 공통적인 단점들로 꼽히는 '건전성 및 소비자 보호 문제'가 논의 과정에서 더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들은 이번 사태와 은행권 과점 논의가 별개라면서도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달 말 은행권 경쟁 촉진 논의를 한 번 더 하게 될 텐데 SVB 이야기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소규모 전문은행이라고 해서 모두 다 문제가 생길 것이란 우려는 너무 단선적"이라며 "단일 비즈니스라고 해도 조달, 운영, 고객 차원 등에서 다변화를 이뤄내면 관리가 잘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히려 이번 변수가 여러 방안의 장단점을 더 균형감 있게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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