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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결산] ②퇴보한 한국 야구…전임 감독제 재검토 등 폭넓은 고민 절실
기사 작성일 : 2023-03-14 09:00:44
중국전 앞둔 한국대표팀


(도쿄= 이지은 기자 = 13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본선 1라운드 한국과 중국의 경기. 한국대표팀 선수들이 국기에 경례하고 경례를 하고 있다.

(도쿄= 이대호 기자 =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한 한국 야구대표팀이 3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 들게 된 원인은 다양하다.

야구 전문가들은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에 국가대표 전지훈련 캠프를 차린 게 패착이라는 데 의견을 모은다.

WBC 1라운드가 우리와 시차가 없는 일본에서 열리는데도 지구 반대편으로 갔다가 보름 남짓 만에 다시 돌아오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소모했다.

짧은 시간에 시차 적응만 두 번을 했고, 눈과 비바람이 몰아치는 이상 기후에 선수들은 제대로 훈련도 하지 못했다.

미국에서 한국으로 돌아올 때는 선수단 본진이 타기로 한 비행기가 고장 난 바람에 귀국하는 데 35시간이나 허비했다.

WBC에 나선 우리 선수들의 기량이 세계 수준과 비교해 모자라기도 했지만, 컨디션조차 정상이 아니었다.

선수단이 미국에서 한국에 잠시 돌아왔을 때, 갑작스럽게 주전 3루수 최정(SSG 랜더스)의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중국전을 앞두고'


(도쿄= 이지은 기자 = 13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본선 1라운드 한국과 중국의 경기에 앞서 이강철 감독이 상대 감독 및 심판진과 이야기하기 위해 나오고 있다.

어느 곳이 얼마나 아픈지 정확하게 공개하는 대신 대표팀은 '컨디션이 조금 떨어졌다'고만 표현했다.

긴 여정이라는 돌발 변수가 겹쳐 근육통이 온 것이다.

대표팀이 투손을 캠프지로 정한 건 이강철 감독 때문이다.

대표팀이 전지훈련을 치른 투손 스포츠콤플렉스는 이 감독의 소속팀 kt가 전지훈련지로 사용한 곳이기도 하다.

한국 야구대표팀과 kt 지휘봉을 양손에 나눠 쥔 이 감독은 어느 한쪽을 놓을 수 없어서 대표팀 훈련을 투손에서 진행했다.

대표팀만 살피면 되는 전임 감독과는 달리 WBC가 끝나면 2023시즌 KBO리그에서 kt를 지휘해야 하는 처지라 불가피한 선택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당장 2009년 WBC만 해도 김인식 감독은 팀을 준우승까지 견인했지만, 정작 소속팀 한화 이글스 사정을 제대로 살필 수 없어서 팀은 그해 최하위로 처졌다.

이러한 부작용 때문에 한국 야구는 2017년 선동열 전 감독에게 최초로 국가대표 전임 감독 지휘봉을 맡겼다.

이정후, 중국전도 선취 타점


(도쿄= 이지은 기자 = 13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본선 1라운드 한국과 중국의 경기. 1회초 1사 3루 상황에서 한국 이정후가 1타점 적시타를 치고 있다.

그러나 선 감독은 2018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 이후 국회 청문회에 불려 나가는 웃을 수 없는 촌극을 겪고 나서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선 감독으로부터 배턴을 받은 김경문 전 감독 역시 2021년에 열린 도쿄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지 못했다.

이후 KBO 기술위원회가 2022년 7월 현역 프로팀을 맡고 있는 이 감독에게 대표팀을 맡기기로 하면서 전임 감독제는 폐기됐다.

야구계에서는 국제 경쟁을 회복하려면 자주 국제대회에 출전해 경기를 치러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에서 관할하는 아시안게임을 제외하면, 다음 국제 대회는 연말 도쿄에서 열릴 예정인 아시아 3개국 젊은 유망주들의 경연장인 2023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이다.

4년 주기로 치르는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도 2019년 대회에 이어 올해 열려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1년 연기가 유력한 상황이다.

전임 감독제가 부활한다면 24세 이하 선수가 출전하는 APBC를 통해 젊은 선수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이듬해 프리미어12에서 이들을 주축 선수로 활용하는 게 가능하다.

시구 마친 선동열 전 감독


한종찬 기자 = 1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 올스타전' 드림올스타 대 나눔올스타의 경기. 시구를 마친 선동열 전 감독이 팬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장기적인 로드맵을 그리고 실행하는 데 유리한 게 전임 감독제다.

현장에서 물러난 '야인'이 전임 감독을 맡으면 실전 감각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하지만, 이번 대회만 봐도 프로팀을 맡은 현역 감독의 감각이 항상 옳은 선택을 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전임 감독제가 부활한다고 해도 '야인'을 위한 재취업의 무대가 돼선 곤란하다.

한국 야구의 미래를 책임질 조타수를 뽑는 걸 목표로 치열하게 고민하고, 끊임없이 공부하는 지도자를 찾아야 한다.

지난해 국제 기준에 맞춰 스트라이크 존 상하 폭을 넓힌 것처럼, 메이저리그에서 도입한 다양한 변화에도 보조를 맞출 필요도 있다.

올해 시즌부터 메이저리그는 경기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피치 클록을 도입하기로 해 시범경기부터 실험에 한창이다.

타격과 투구 준비 동작 모두 제한 시간을 적용하는 피치 클록 덕분에 메이저리그 평균 경기 시간은 20분 이상 단축됐다.

몸 푸는 한국 선수들


(도쿄= 신준희 기자 = 13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본선 1라운드 한국과 중국의 경기. 경기를 앞둔 한국 선수들이 몸을 풀고 있다.

이와 더불어 메이저리그는 베이스에서 충돌해 선수가 다치는 걸 방지하려고 베이스 크기를 확대했고, 공격적인 경기를 위해 수비 시프트에 제한을 뒀다.

WBC가 MLB 사무국에서 개최하는 대회인 만큼, 다음 대회부터 이러한 규정을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

KBO 사무국도 이에 발맞춰 KBO리그에 피치 클록을 도입하는 걸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KBO 사무국은 한국으로 돌아가면 대표팀의 국제 대회 경쟁력 제고를 위한 방안을 다양한 경로를 통해 들을 참이다.

국제 대회 성적을 위한 단기책을 마련하는 것과 동시에 장기적인 처방도 마련해야 한다.

박용택 KBS 해설위원은 아마추어 야구에 알루미늄 배트를 부활시키자고 말한다.

타자가 나무 배트를 쓰면 투수가 제구력이 떨어져도 빠른 공만으로도 타자를 제압할 수 있어서 투수 기량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온다.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과 이대호 해설위원의 뒤를 이을 '국가대표 거포'를 기르기 위해서라도 타자에게 '치는 재미'를 주는 알루미늄 배트의 부활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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