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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달 잘했다"…공수처, '경찰 뇌물 정황' 진술 확보(종합)
기사 작성일 : 2023-03-14 16:00:30
경찰 로고


[촬영 정종호]

박재현 조다운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경찰 간부 뇌물 의혹'의 공여자로 수사선상에 오른 이상영 대우산업개발 회장이 금품 전달 전후 상황을 주변에 공유한 구체적 정황을 확보했다.

14일 취재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회장이 지난해 5월 하청업체 대표 A씨의 소개로 강원경찰청에서 근무 중이던 김모 경무관을 만나 함께 저녁 식사를 한 정황을 포착했다.

이 회장은 당시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에서 수사 중이던 대우산업개발 분식회계 수사가 회삿돈 횡령 등 개인 비위까지 확대될 것을 염려하며 김 경무관에게 "횡령 부분은 혐의에서 빼달라"는 취지로 청탁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청탁 대가로 김 경무관에게 3억원을 지급하기로 약속한 뒤 한재준 대우산업개발 대표에게서 1억원, 대우산업개발에서 2억원을 각각 받아 뇌물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우산업개발에서 건네받은 2억원은 대여금을 가장해 지인에게 지급한 뒤 현금화하는 방식으로 세탁한 것으로 파악됐다.

공수처는 이 회장이 이렇게 마련한 돈 중 1억2천만원을 김 경무관과 따로 만나 현금으로 전달했다고 보고 있다.

돈을 건넨 날 이 회장이 주변에 "눈치가 보이니 기사 없이 나 혼자 다녀오겠다", "전달 잘했고 얘기도 잘 됐다"고 말했다는 관련자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이 회장이 '선수금' 성격으로 김 경무관에게 돈을 일부만 건네고, 나머지 1억8천만원은 경찰 수사가 원하는 대로 마무리되면 사후 지급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공수처는 최근 대우산업개발 관련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에 부합하는 진술도 확보했다고 한다.

김 경무관의 가족을 회사 고문으로 임명해 월급을 주는 등의 방식으로 추가 금품 지급 방안을 논의한 정황도 포착했다.

첩보를 통해 사건을 인지한 공수처는 지난달 김 경무관과 이 회장의 자택,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며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이 회장은 3억원 모두 뇌물이 아닌 다른 용도로 사용됐다는 입장이다. 한 대표에게 받은 1억원은 개인 채무 변제에 사용했으며, 당시 메신저 대화 내용과 계좌 이체 내역 등을 통해 입증됐다고 주장한다.

대우산업개발에서 받은 2억은 아버지에게 줬는데, 전달 과정에서 증여세를 피하고자 지인인 A씨를 통했다고 설명했다. 이 돈은 현재도 아버지의 개인 금고에 그대로 있고 2억원 중 1억원은 신권으로 교체해 보관 중이라는 게 이 회장의 주장이다.

이 회장은 아울러 김 경무관과 만나 식사를 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사건 관련 청탁이나 금품 지급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공수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공수처는 A씨가 이 회장의 뇌물을 세탁한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한다. A씨는 수사 초기 이 회장에게 받은 2억원을 본인이 썼다고 주장하다가, 최근에는 이 회장 아버지에게 현금화해 넘겨줬다며 진술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는 앞서 A씨가 자금 세탁을 주도했으며 이 과정에 동원된 사람들에게 관련 증거의 인멸을 지시하거나 허위 진술을 교사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 측은 이와 관련해 공수처를 피의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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