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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재선발전 개최 놓고 '시끌'
기사 작성일 : 2023-03-14 18:00:43
태권도 장준, 생애 첫 아시안게임 출전권 획득


2020 도쿄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장준(한국체대)이 16∼17일 전북 무주 태권도에서 개최한 항저우 아시안게임 파견 국가대표 선발 3차 평가전에서 생애 첫 아시안게임 출전권을 획득했다. 사진은 남자 58㎏급 장준(오른쪽)과 박태준의 경기 장면. [대한태권도협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배진남 기자 = 1년 미뤄진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을 6개월여 앞두고 한국 태권도가 국가대표 재선발전 개최 문제로 시끄럽다.

대한태권도협회는 지난 1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임시 이사회를 열고 항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재선발과 관련한 안건을 심의해 조건부로 의결했다.

'조건부 의결'인 것은 지난해 이미 선발된 아시안게임 겨루기 국가대표 선수 10중 8명이 이사회 전인 지난 6일 '국가대표 선수 지위 확인 등 가처분'을 법원에 제출했기 때문이다.

협회는 법원이 가처분을 인용하면 재선발전을 치르지 않고 지난해 뽑은 국가대표 선수들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그대로 내보낼 방침이다.

그러나 가처분이 기각되면 협회 경기력향상위원회(경향위)가 정하는 방법에 따라서 재평가전을 치르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재선발전을 치르더라도 기존 국가대표 선수에게는 일정한 어드밴티지를 주는 방식으로 논의 중이라고 했다.

협회는 이미 3차까지 평가전을 치러 지난해 4월에 아시안게임 겨루기 국가대표 10명을 뽑았다.

이후 지난해 5월 중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 등의 이유로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1년 연기됐다. 지난해 9월 개막했어야 할 대회는 올해 9월 23일∼10월 8일 개최된다.

양진방 대한태권도협회장은 이번 이사회에서 "지난해 선발한 국가대표 선수들이 지금 과연 경기력을 유지하고 있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면서 재선발전 개최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아울러 기존 3라운드제에서 3전 2승제로 바뀌는 등 경기 방식도 변한 만큼 선수들을 재평가하는 것이 맞는다고 강조했다.

태권도 박우혁·강보라, 항저우 아시안게임 태극마크 획득


박우혁(한국체대)과 강보라(영천시청)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태권도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남자 80㎏급 박우혁과 여자 49㎏급 강보라는 5일 경북 영천체육관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파견 국가대표선발 2차 평가전 이틀째 경기에서 나란히 1위를 차지했다. 사진은 남자 80㎏급 박우혁(왼쪽) 경기 모습. [대한태권도협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재선발전 개최 찬성 이유로 2020 도쿄 올림픽에서의 성적 부진을 든 이사도 있었다.

우리나라는 역시 코로나19의 대유행 여파로 1년 미뤄져 치러진 도쿄 올림픽에서 역대 가장 많은 6명이 출전했으나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를 수확하는 데 그쳤다.

2000년 시드니 대회에서 처음으로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된 이후 우리나라가 금메달을 따지 못한 올림픽은 도쿄 대회가 처음이었다.

당시 협회는 올림픽 연기 결정 이전에 출전 쿼터를 따온 6명의 국가대표를 그대로 도쿄에 보냈다.

기존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10명 중 오는 5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리는 2023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서 태극마크를 다는 선수가 2명뿐이라는 점도 재선발 필요성을 주장하는 근거가 됐다.

하지만 이번 이사회 결정은 당장 절차상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대한태권도협회는 지난해 10월 4일 국가대표 선발 규정에 '국가대표의 재선발' 조항(제21호)을 신설했다.

'올림픽대회, 아시아경기대회, 각종 종합대회 및 기타 국제대회 등의 개최 취소 및 연기에 따라 기선발된 국가대표의 재선발이 필요한 경우, 경기력향상위원회(경향위)의 제청에 따라 이사회에서 심의·의결할 수 있다'는 조항을 새로 만들어 재선발전 개최의 근거를 마련했다.

태권도 박우혁·강보라, 항저우 아시안게임 태극마크 획득


박우혁(한국체대)과 강보라(영천시청)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태권도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남자 80㎏급 박우혁과 여자 49㎏급 강보라는 5일 경북 영천체육관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파견 국가대표선발 2차 평가전 이틀째 경기에서 나란히 1위를 차지했다. 사진은 여자 49㎏급 2차 평가전 우승자인 영천시청 강보라(왼쪽). [대한태권도협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후 닷새 뒤인 10월 9일 경향위에서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재선발을 제청할지를 두고 논의했으나 부결됐다.

그런데 협회 이사회는 부결된 안건임에도 올해 2월 27일 서면 결의로 국가대표 재선발 건을 경향위가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그러고 나서 하루 뒤 경향위가 회의를 열고 4개월여 전 이미 부결했던 사안을 이사회 요구대로 다시 심의해 재선발해야 한다고 제청하기로 한 것이다.

자율적으로 운영돼야 할 경향위가 제 결정을 스스로 뒤집으며 이사회 입김에 휘둘린 모양새가 됐다.

이사회에서도 이런 절차상의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아울러 새로 국가대표를 선발한다고 해서 좋은 성적을 장담할 수 있는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태극마크를 딴 기존 선수들의 권익을 보호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등 재선발전 개최에 대한 반대 의견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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