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aily

"학교폭력 가·피해 '중복경험 학생' 정서적 문제 위험 커"
기사 작성일 : 2023-03-15 09:00:38

고유선 기자 = 학교폭력 피해 경험만 있는 학생들보다 피해·가해 경험을 모두 가진 학생들이 정서적 문제를 겪을 위험성이 더 크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학교폭력에 실효성 있게 대응하려면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을 이분화해 접근하는 것보다 가·피해 중복경험 학생을 위한 대책까지 종합적으로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교폭력 근절대책 마련 위한 정신건강 전문가 간담회


김승두 기자 =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학교폭력 근절대책 마련을 위해 열린 정신건강 분야의 학계·의료계 및 현장 전문가와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15일 교육계에 따르면 김세원 가톨릭관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2018년 한국청소년문화연구소 청소년문화포럼에 게재한 '청소년기 학교폭력 피해 및 가해 경험이 초기 성인기 발달 결과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이같이 분석했다.

김 교수는 2010∼2016년 한국아동·청소년패널 종단연구자료 가운데 학교폭력 경험과 초기 성인기 발달 결과 정보가 모두 있는 응답자 1천881명의 조사 결과를 분석했다.

이 가운데 학교폭력 가해 경험이 있는 학생은 , 피해 경험이 있는 학생은 였고, 가해 및 피해 경험이 모두 있는 '중복경험 학생'은 였다. 학교폭력 경험이 없는 학생은 였다.

이들 학생은 초기 성인기(대학교 1학년) ▲ 주관적 건강상태(4점 척도) ▲ 지난 1년간 심장질환·당뇨병·비만 등 건강문제 ▲ 음주 횟수 ▲ 우울감(4점 척도) 등에 따라 4가지 그룹으로 분류됐다.

첫 번째 유형은 건강과 정서적 문제 수준이 전체 평균에 근접한 '보통 적응수준 집단'()이었고, 두 번째 유형은 평균 음주 횟수가 많은 '높은 음주 위험 집단'()이었다. 세 번째 유형은 건강문제와 음주 횟수가 가장 적고 정서적 문제도 적은 '높은 적응수준 집단'(), 네 번째 유형은 공격성·우울·위축 등 정서적 문제 수준이 가장 높은 '심리·정서적 문제 위험 집단'()이었다.

학교폭력 경험에 따라 성인기에 어떤 집단에 포함됐는지 따져보면, 청소년기에 한 번 이상 학폭 피해를 본 경우 '보통 적응수준 집단'에 비해 '낮은 건강 심리 정서적 문제 위험 집단'에 속할 가능성이 배가량 높았다.

특히 가해와 피해를 모두 경험한 경우 '낮은 건강 정서적 문제 위험 집단'에 속할 가능성이 약 배 높았다.

이에 비해 가해 경험만 있는 경우 '높은 음주 위험 집단'에 속할 가능성만 약 2배 높았고, '낮은 건강 심리 정서적 문제 위험 집단'에 속할 가능성과는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없었다.


['청소년기 학교폭력 피해 및 가해 경험이 초기 성인기 발달 결과에 미치는 영향' 논문 갈무리]

피해 경험만 있는 경우보다 가해와 피해를 모두 경험한 집단이 정서적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기존의 해외 연구 결과 등에서도 지적된 바 있다.

김 교수는 "학교폭력이 청소년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일이라고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되며 심각한 사회문제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학교폭력 문제 개입은 크게 '피해학생에 대한 보호'와 '가해학생에 대한 선도'로 이분화되어 있는데 가해자의 일부는 피해자이고, 이들은 가해만 한 집단과는 성인기 발달 결과가 다르게 나타난다"며 "피해학생뿐 아니라 가해학생도 자신의 분노나 감정을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심리 정서적 지원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