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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경제학 개척' 박우희 서울대 명예교수 별세
기사 작성일 : 2023-03-15 12:00:17


[자료사진]

이충원 기자 = 기술 혁신과 경제발전의 관계를 다루는 기술경제학은 1980년대 들어 주목받기 시작했다. 특히 한국·인도·브라질 등 개발도상국이 선진국 기술을 받아들여서 자체 혁신을 이루는 과정이 주목받았다.

1982년 일본 동양경제신보사에서 일본어로 '기술 흡수의 경제학'을 펴내는 등 국내 기술경제학을 개척한 박우희(朴宇熙) 서울대 명예교수가 14일 오전 3시20분께 분당 보바스병원에서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유족이 전했다. 향년 87세(만).

경북 청도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1959년 경제기획원 경제기획관, 1961년 홍콩 부영사로 공직에 몸을 담았다. 제자들에 따르면 잠시 기자로 일한 적도 있다. 학계로 방향을 돌려 1961년 대학원을 마쳤고, 1967년부터 서울대 상대 조교수·부교수로 강단에 섰다. 1969년 영국 맨체스터대 대학원을 졸업한 뒤 서울대와 도쿄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0년대엔 국제경제(무역)에 관심을 두고 신문에 정부의 수출 극대화 정책이나 중화학공업 중복 투자를 비판하는 글을 자주 기고했다. 1974년 한국무역학회 창립 이사를 맡았고, 1978년 조순(1928∼2022) 전 부총리가 한국국제경제학회를 창립했을 때는 한승수, 김기환 박사와 함께 운영위원으로 참여했다가 1981년 회장을 지냈다.

한국의 기술 발전 과정 연구는 1980년 고인 등 서울대 경제연구소 연구진이 나일론, 철강, 석유화학 분야 사례 연구를 한 것을 계기로 시작됐다. 고인은 이를 바탕으로 1982년 11월 '기술 흡수의 경제학'(일본어, 모리타니 마사노리<森谷正規> 공저), 1988년 '수입 기술의 채택과 확산:한국 사례'(The Adoption and Diffusion of Imported Technology: The Case of Korea)(영어, 존 L. 에노스 공저), 1989년 '한국의 기술발전'(일본어) 등을 잇달아 내놓았다. 1985년 창립된 기술경제연구회가 1992년 기술경영경제학회로 변신하는 과정에도 참여했고, 1993년 2대 회장을 지냈다.

2000년 정년퇴직 무렵부터는 '과학, 철학과 한국경제 인식', '경제원리 탐구', '경제학의 기본원리: 과학·철학·예술과 경제원리의 발견', '답을 주는 경제학: 제2경제원론', 경제 원리, 물처럼 흐른다' 등 경제철학·사상 관련 저술을 다수 펴냈다. 1989년 초대 생산기술연구원장, 1994년 한국경제학회 회장, 2009∼2012년 세종대 총장을 역임했다.

제자인 권혁욱 일본대학 경제학부 교수는 페이스북에 "양과 질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스피드로 저서를 출간하셨고, 그 저서를 제게 보내주시면서 연구에 힘쓰라는 말씀을 잊지 않으셨다"며 "불교에서 가톨릭으로 종교를 바꾼 뒤 가톨릭 사상가인 토마스 머튼 연구와 보급에도 힘을 쏟으셨다. 평생 진리를 찾기 위해 최선의 삶을 사셨다"고 썼다.

유족으론 부인 명정자씨와 사이에 1남2녀(박성배·박진영·박종욱)와 사위 이인재(인천대 경제학과 교수)·태인서씨 등이 있다. 빈소는 분당서울대병원 장례식장 2호실, 발인 16일 오전 6시. ☎ 031-787-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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