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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의 셰프'가 정계 거물로?…용병수장 프리고진의 신분 세탁
기사 작성일 : 2023-03-15 12:01:07
2011년 프리고진(왼쪽)과 푸틴 대통령(가운데)


[로이터= 자료사진]

신유리 기자 = '잡범 전과자에서 푸틴의 요리사로, 이어 악명 높은 용병 수장에서 이젠 정계까지 진출?'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4일(현지시간) 러시아 용병업체 와그너그룹 설립자인 예브게니 프리고진(62)의 최근 행보를 이같이 주목했다.

사기, 성매매 알선 등 잡범 출신인 프리고진이 신분 상승을 거듭하며 어둠 속 거물로 행세해온 이력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1980년대 복역을 마치고 출소해 무일푼이던 그는 식당을 차리고 요식업에 뛰어들었다가 1990년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눈에 들면서 크렘린궁 연회까지 주도하는 큰손으로 부상했다.

'푸틴의 셰프'로 불리며 승승장구하던 그가 본격적으로 세력을 형성하기 시작한 것은 2014년 용병 업체 와그너 그룹을 세우면서부터다.

와그너 그룹은 러시아군의 그림자가 돼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 병합, 돈바스 지역 친러시아 분쟁 등을 핏빛으로 물들였다.

와그너 그룹은 또 시리아, 리비아 등 아프리카 내전에도 개입해 고문과 학살을 저지른 것으로 국제 사회의 지탄을 받으면서 악명을 떨쳐왔다.

그러던 프리고진이 이번엔 러시아 정계 진출까지 노리게 된 것은 지난해 2월 발발한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이 도화선이 됐다고 NYT는 진단했다.

러시아군의 예상 밖 고전으로 일각에서 군 수뇌부를 겨냥한 무능론이 제기되는 틈을 타 프리고진이 '신분 세탁'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최근 몇달 사이 전쟁터에서 가장 주목받는 러시아 병력 지도자로 올라섰다고 NYT는 진단했다.

그는 최전선에 찾아가 용병을 지휘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러시아 장성들을 겨냥해 군수품 부족을 질책하기도 했다.

와그너 그룹은 최전선 격전지인 바흐무트에서 여전히 피흘리는 소모전을 이어가는 와중에 프리고진은 본토로 눈을 돌려 정계 진출을 시도하려는 듯한 모양새다.

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베일에 가려진 채 용병을 운용했지만 이달 들어 러시아 전역 42곳에서 공개적으로 용병을 모집한다고 발표했으며, 수시로 소셜미디어(SNS)에 등장해 연설을 늘어놓기도 한다.

특히 이달 11일 텔레그램에 올린 영상에서는 와그너 그룹이 "이데올로기를 가진 군대로 변모할 것"이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같은 정치적 야망을 두고 워싱턴의 러시아 전문가인 잭 마골린은 "그는 자신의 미래가 위험하다고 보고 바흐무트 이후 자신의 입지를 확보하려 애쓰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또한 프리고진의 행보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직면한 푸틴 대통령에게도 내부 동력을 다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한 러시아 정치 전문가는 그간 푸틴 대통령이 프리고진의 과감한 발언과 용병 운용을 용인했으며, 이는 바흐무트에서 프리고진의 지휘가 러시아 정규군을 압박하는 효과로 이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프리고진은 일단은 자신의 행보를 둘러싼 확대 해석에 선을 긋고 있다.

그는 지난 14일 텔레그램에 올린 글에서 와그너 용병을 '이념적 군대로 전환한다'는 구상이 정치적 계획이 아니며 용병들의 정치적 훈련을 언급한 것이라고 밝혔다고 NYT는 전했다.

3월 우크라이나 전쟁터 방문 연출한 프리고진


[로이터=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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