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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신검서 1급 받더니 '허위 뇌전증'으로 보충역·면제
기사 작성일 : 2023-03-16 23:00:02
병역판정검사·징병 신체검사 (PG)


[정연주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김잔디 기자 = 허위 뇌전증 진단으로 병역 면탈을 시도해 재판에 넘겨진 스포츠 선수 대부분은 첫 병역 신체검사에서 1급 현역 판정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현역병 입대에 전혀 무리가 없는 신체 등급이었지만 이들은 병역 브로커와 공모, 질병을 꾸며내 보충역이나 면제 판정을 받아냈다.

16일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병역면탈자 공소장에 따르면 프로배구 선수 조재성(28·OK금융그룹), 축구 선수 2명, 승마 선수 1명 등은 모두 첫 신체검사에서 1급 현역으로 분류됐다.

조씨는 2014년 10월 첫 신체검사에서 1급 현역 판정을 받았고, 그로부터 4년 뒤인 2018년 5월 피부과 질환(건선)을 이유로 다시 신체검사를 받아 3급 현역으로 판정됐다.

조씨는 2019년 10월 같은 이유로 다시 신체검사를 받아 3급을 받자 그해 12월 학점은행제 수강을 사유로 입대를 연기했다.

세 번째 검사 14개월 뒤인 2020년 12월 그는 병역 브로커 구모(47·구속기소)씨에게 5천만원을 주고 '허위 뇌전증 시나리오'를 제공받아 병역 면탈을 시도했다.

조씨는 뇌전증 증상이 없는데도 응급실에서 의사에 발작 등을 호소해 2021년 4월 재신체 검사 대상인 7급 판정을 받았다. 이후 뇌전증 약을 지속해서 처방받다 2022년 2월 결국 보충역인 4급으로 판정됐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축구선수 2명도 최초 신체검사에서 1급 현역 판정을 받았다가 병역 브로커와 접촉한 후 뇌전증이 있는 것처럼 연기했다. 1명은 재검 대상인 7급을, 나머지 1명은 전시근로역으로 군 면제인 5급 판정을 받았다.

이밖에 승마 선수, 골프 코치 등 스포츠 선수 모두 첫 신체검사에서 1급 판정을 받았다가 병역 브로커와 공모, 재검 대상으로 분류되거나 보충역으로 바뀌는 등 병역을 감면받는 데 성공했다.

배우 송씨 역시 현역 등급에서 보충역으로 바뀌었다.

송씨는 2013년 2월 첫 신체검사에서 안과 질환을 이유로 3급 현역 판정을 받은 뒤 대학교 재학, 국외 여행 등의 사유로 연거푸 입대를 미뤘다.

송씨는 2021년 3월 신체검사에서도 3급이 나오자 한 달 뒤 브로커 구씨를 찾았다. 송씨는 구씨에게 1천500만원을 주고 허위 뇌전증 수법으로 병역을 감면받는 방법을 전달받았다.

송씨는 발작 등 뇌전증 증상을 꾸며내 허위 진단을 받고 결국 2022년 5월 경련성 질환으로 보충역인 4급 판정을 받았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 13일 뇌전증이나 우울증을 꾸며내 병역을 면탈한 범행에 연루된 총 137명을 병역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겼다.

이들은 137명은 허위 뇌전증 진단을 위한 맞춤형 병역면탈 시나리오를 만들어 범행을 주도한 브로커 2명, 사회복무요원이 병역을 제대로 이행한 것처럼 출근부 등을 조작한 공무원 5명, 병역면탈자 109명과 공범 21명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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