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 기자 =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릴 예정이던 국방위원회 전체회의가 더불어민주당 의원석에 게시된 피켓 메시지가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여당 의원들이 불참하면서 파행되고 있다.

김철선 기자 = 17일 소집된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가 한일 정상회담 결과를 비판하는 야당 피켓을 둘러싼 여야 신경전 탓에 결국 무산됐다.

국방위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어 북한이 전날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 관련 국방부의 현안 보고를 들을 예정이었다.

회의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책상에 놓인 노트북에 태극기 문양 아래 '역사를 팔아서 미래를 살 수는 없습니다'라고 적힌 종이를 붙였다.

한일 정상회담이 강제징용 등 과거사 문제 대한 일본의 진심 어린 사죄와 반성 없이 일본 측 요구만 수용한 '굴욕 외교'에 그쳤다며 정부를 비난하려는 의도였다.

이에 김기현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항의하며 오전 10시 시작할 예정이던 회의에 불참했다.

국민의힘 소속 한기호 국방위원장은 "회의장 질서를 어지럽힐 경우 위원장이 경고나 제재를 할 수 있다"며 "피켓 문제 때문에 여당 위원들이 입장하지 않고 있는데 여야 간사가 합의해달라"고 중재를 시도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태극기가 무슨 문제냐'며 주장하자 한 위원장은 "그 문구가 국방위원회와 무슨 관계가 있느냐"라며 "과거에도 피켓 문제로 회의를 못 했는데, 이번에는 진행해달라는 것은 내로남불 아니냐"고 지적했다.

여당 간사 신원식 의원과 야당 간사 김병주 의원이 회의장 밖에서 만났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오후 2시에 회의를 개의하기로 하고서 헤어졌다.

하지만, 피켓을 둘러싼 여야 신경전은 오후에도 계속됐다.

오후 2시 일제히 회의장에 입장한 민주당 의원들은 해당 피켓을 내리는 것을 거부했고, 여당 의원들은 또 불참했다.

정의당 배진교 의원은 이에 "여러 국방 현안을 질의해야 하는데 회의를 열지 못하는 이 상황에 매우 유감"이라며 "여야 간사가 협의해 조속히 회의를 열어달라"고 촉구했다.

이정훈 기자 = 한기호 국회 국방위원장이 17일 오전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장에서 더불어민주당 위원들에게 의원석에 게시된 피켓을 떼 달라고 요청하다 받아들여지지 않자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한 위원장은 회의장 밖에서 여야 간사와 논의한 뒤 이들과 함께 들어와 "오늘 국방위 전체회의를 개의하려 했으나 양당의 여러 견해차로 인해 개의하지 못하게 됐다"며 무산을 선언했다.

김 의원은 "굴욕적인 한일 정상회담으로 우리 국민들의 자존심이 많이 상했고 공분이 일고 있다"며 "굴욕적인 날에 태극기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걸었는데 이를 이유로 회의를 열지 못해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에 신 의원은 "민주당의 비상식적 정치 공세로 국방위가 파행돼 유감"이라며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방탄을 위한 죽창가 선동이 국민의 안전보다 중요한가"라고 비판했다.

여야는 이후 각각 기자회견을 열어 파행의 책임을 서로에게 돌렸다.

민주당 국방위 의원들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 국방위원들이 일방적으로 회의 진행을 거부해 국방위가 파행됐다"며 "민족의 얼과 혼이 담긴 태극기를 핑계 삼아 국방위 개의를 포기한 국민의힘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국방위 의원들도 별도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이 국방위가 개의되는 동안 피켓 시위를 하겠다고 억지를 부렸다"며 "오늘 국방위를 빠지고 본인 재판에 출석한 이재명 대표에 대한 '충성의 방탄쇼'를 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국회에 출석해 회의장에서 개의를 기다리다가 파행 소식을 듣고 퇴장했다. 국방위는 무산된 전체회의를 오는 23일 개최할 예정이다.

이정훈 기자 =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17일 오전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 개의 전 이기식 병무청장과 대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