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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의 철새' 뿔제비갈매기에겐 아이돌보미가 있다
기사 작성일 : 2023-03-19 07:00:30
뿔제비갈매기


[국립생태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홍준석 기자 = 봄이면 전남 영광군 육산도에 반가운 손님이 찾아온다.

전 세계에 113∼124마리 남은 것으로 추정되는 여름 철새 뿔제비갈매기다.

번식기가 되면 머리 위를 덮는 검은 뿔 깃과 제비처럼 날렵한 날개가 특징인 뿔제비갈매기는 1937년 멸종된 것으로 여겨졌다가 2000년 대만 마주섬에서 재발견됐다.

이후 중국 지우산섬·우즈산섬, 대만 마주섬·펑후섬, 한국 육산도 등에서만 번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뿔제비갈매기는 여전히 중국 번식지에서의 불법 알 채집, 태풍으로 인한 둥지 소실, 해양오염으로 인한 부화율 저하, 같은 속인 큰제비갈매기와의 교잡 등으로 위협을 받고 있다.

한국에서는 작년 12월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으며,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도 '위급(CR·Critically Endangered) 등급으로 분류돼 있다. 위급 바로 다음 등급이 '야생 절멸'(EW·Extinct in the Wild)이다.

워낙 개체 수가 적어 뿔제비갈매기에 대해 알려진 정보는 많지 않다.

포란 중인 뿔제비갈매기(오른쪽)와 번식 유인을 위해 설치한 새모형(왼쪽)


[ 자료사진]

19일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이렇듯 베일에 싸인 '신비의 새' 뿔제비갈매기가 육추 기간 '아이돌보미'를 두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립생태원 '국제적 멸종위기종 뿔제비갈매기 번식생태 및 서식지 연구'에 따르면 2016∼2022년 육산도에는 매년 뿔제비갈매기 5∼8마리가 찾아왔다.

이 중 1∼2쌍이 번식을 시도했다.

한배에 알을 1개 낳았으며 27일 정도 품었다.

그런데 포란 기간 중반쯤부터 부모새가 아닌데도 같이 알을 품는 제3의 성조가 나타났다.

상흔, 부리 형태, 번식깃 모양 등을 볼 때 부모새와는 다른 개체임이 분명했다.

뿔제비갈매기에게 산란과 육추를 도와주는 '헬퍼'(helper)가 있었다는 뜻이다.

헬퍼가 포란에 참여한 15일 동안의 포란 시간을 비교해보면 헬퍼가 아비새보다도 알을 오래 품었다. 어미새가 764분, 아비새가 258분, 헬퍼가 472분이었다.

헬퍼는 새끼새에게 밥도 먹였다.

급여 성공률도 로 아비새()보다 높았다. 어미새는 였다.

뿔제비갈매기가 헬퍼를 두는 이유와 부모새와 헬퍼의 관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비행 연습하는 부화 43일차 뿔제비갈매기의 모습


[ 자료사진]

뿔제비갈매기만 헬퍼를 두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오목눈이와 물까치도 육추할 때 다른 개체의 도움을 받는다.

주로 태어난 지 1년 된 자녀새들이 부모새의 육추를 돕는다.

몇 살 터울의 형과 누나가 동생을 돌보는 셈이다.

직접 알을 낳지 않고 부모를 돕는 데는 유전적인 측면의 이점이 있다고 한다.

국립생태원 이윤경 전임연구원은 와 통화에서 "본인의 새끼가 아니더라도 번식 성공률을 높여 종 전체적으로 이득을 얻는 데다가 (육추) 경험을 쌓아서 자신의 번식 성공률을 높이는 이점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괭이갈매기 무리 사이에 있는 뿔제비갈매기 가족의 모습


[ 자료사진]

이번 연구에서는 작년 기준 우산도에 1㎡당 마리 사는 우점종인 괭이갈매기와 뿔제비갈매기의 관계도 다소 밝혀졌다.

괭이갈매기는 성격이 사나운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뿔제비갈매기가 괭이갈매기 무리 한가운데 둥지를 트는 점은 학계에서 주목받아왔다.

우선 뿔제비갈매기는 괭이갈매기가 만들어 놓은 둥지에 무단으로 입주해 알을 낳곤 했다. 뿔제비갈매기 번식 시기(4월 중순)가 괭이갈매기(5월 초순)보다 빠르기 때문에 가능한 선택이다.

또 뿔제비갈매기와 괭이갈매기가 서로 경계하거나 싸우는 횟수는 새끼가 부화한 이후부터 급격히 증가했다.

지난 2020년 뿔제비갈매기가 번식에 실패한 것도 괭이갈매기와의 다툼 때문이었다고 한다.

다만 개체마다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다투는 정도도 다르게 나타났다.

이 전임연구원은 뿔제비갈매기와 괭이갈매기의 번식지가 겹쳐 갈등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무리가 커져 매 같은 포식자를 쫓아내는 효과가 발생한다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라고 말했다.

작년 4월 29일 괭이갈매기 무리 사이에 둥지 튼 뿔제비갈매기의 모습


[국립생태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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