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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언·욕설 노출된 여성폭력 상담사들…"4명 중 3명은 번아웃"
기사 작성일 : 2023-03-19 08:00:34
여가부·법원행정처, 아동·청소년 성폭력 피해자 영상증인신문 시범사업


여성가족부와 법원행정처가 재판 과정에서 아동·청소년 성폭력 피해자 보호를 위해 오는 11일부터 전국 8개 해바라기센터에서 '영상증인신문 시범사업'을 추진한다고 6일 밝혔다. 사진은 지난달 서울고법과 경기남부해바라기센터(화면)를 영상으로 연결해 열린 재판 모습. [대법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계승현 기자 = "피해자 법률 지원 동행을 가면 가해자에게서 '네가 뭔데 여기 왔냐, 저리 가 있어라' 등 언어적 위협과 고성에 시달려요."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시설 4년차 근무자)

"입소자가 '나가겠다, 경찰에 신고하겠다, 자해하겠다' 등 협박적인 언어를 사용하고, 일부 피해자는 '아이X 지가 뭔데 이래라저래라하냐, X발, 미친X' 등 욕설을 하기도 해요." (성폭력 피해자 보호시설 5년차 근무자)

19일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 따르면 최근 경북여성정책개발원(김민아 책임연구원)은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기관 종사자 소진(번아웃) 현황 분석 및 개선방안 연구'에서 성폭력상담소 등 종사자 4명 중 3명가량은 직무에서 오는 만성 스트레스 반응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2022년 7월 20일부터 8월 31일까지 전국 가정폭력상담소, 해바라기센터, 여성긴급전화1366센터 등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기관 672곳 종사자 930명을 대상으로 직무에서 오는 만성 스트레스 반응인 '소진'을 겪은 적 있는지 온라인 설문을 통해 물었다.

설문 대상자 (692명)는 지난 1년간 소진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근무경력에 따른 소진 경험 여부를 살펴보면, 1년 미만의 근무경력 종사자의 경우 소진 경험 응답률이 절반()으로 나타났지만, 1년 이상의 근무경력을 가진 응답자의 75% 이상이 소진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년 이상∼5년 미만의 근무경력을 가진 종사자의 , 5년 이상∼10년 미만의 근무경력을 가진 종사자의 가 소진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종사자 소진의 원인은 '직·간접적 폭력 경험'과 폭력 노출에 따른 '대리외상'으로 분석됐다.

폭력 피해 여파로 공격성을 띠게 된 일부 이용자의 평소 사용언어가 거칠고 욕설이 많이 포함된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특히 이용자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거나 행동에 대한 제재를 가했을 경우 욕설과 폭언을 하는 경우가 잦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매매 피해자 지원시설 근무 2년차인 A씨는 연구진과의 심층 인터뷰에서 "입소자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거나 이미 규칙을 정했는데도 행동에 대한 제재를 가했을 때 직접적인 욕설을 들었고, 입소자에 따라서는 종사자 가족에 대해 욕설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이들은 업무 특성상 폭력 가해자를 대면해야 하는 상황에 종종 맞닥뜨리고, 이때 가해자로부터 위협을 받기도 하는 등 가해자의 직간접적인 언어, 정서, 신체 폭력 위험성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시설 근무 3년차인 B씨는 "입소자 이혼소송 진행 중 조정기일에 함께 가면, 가해자와 직접 대면해야 하는데, 여러 위험부담을 안고 대담자와 동행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용자들이 자살 또는 자해하겠다고 의사를 밝히는 경우도 많아 항상 불안과 걱정을 안고 지낸다는 응답도 다수 있었다.

소속기관에 따른 소진 경험을 보면, 성매매 피해자 지원시설 종사자의 가 지난 1년간 소진을 경험했다고 응답했으며, 이는 전 기관 중 가장 높은 비율이었다.

다음으로 성매매 피해 상담소와 성폭력 보호시설(각 )의 종사자 소진 경험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성매매·성폭력 관련 기관 종사자의 소진 경험이 타 기관보다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속기관에 따른 (지난 1년간) 소진 경험 유무


연구진은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기관 종사자의 소진은 종사자의 인권과도 관련이 있으며, 폭력 피해 당사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쳐 기관 사업의 목표 달성과 관련이 있다"며 "위기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실천적이고 정책적인 지원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기관 종사자들은 2021년까지 여성아동권익증진사업 운영지침에 따라 지원받는 국고보조금으로 1인당 연간 20만원 범위 내에서 소진 예방과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전문상담을 받아왔다.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지난해부터는 여성인권진흥원이 소진방지 프로그램을 통합해서 운영하기 시작했다. 총 1억5천만원의 예산이 편성됐으며, 종사자 500명이 신청해 인당 30만원가량 규모의 소진방지 프로그램이 제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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