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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줄대고 흑색선전 난무'…임종룡, 우리금융 고질병없앨까
기사 작성일 : 2023-03-20 07:00:18
우리금융그룹


[우리금융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박대한 기자 = 오는 24일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정식 출범하는 '임종룡'호 우리금융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우리금융 안팎에서는 전 금융위원장 출신 외부 인사인 임종룡 회장 내정자가 한일·상업 파벌 싸움과 자리 나눠먹기, 정치권 줄 대기 등의 고질병을 고칠 적임자라는 기대가 크다.

반면 과거 외부 출신이었던 황영기·박병원 전 회장도 고치지 못한 만큼 임 내정자 역시 높은 벽에 부딪힐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나치게 은행 위주로 구성된 금융지주 포트폴리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증권사와 보험사 인수·합병(M&A) 역시 임 내정자 앞에 놓여있는 숙제다.

◇ '우리금융·은행, CEO 선임 때마다 잡음'…금융당국마저 손들어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임종룡 내정자의 취임 후 최대 과제로는 우리금융과 우리은행 내부의 파벌 싸움과 '줄 대기' 문화가 첫손가락에 꼽힌다.

우리은행은 외환위기 여파로 1999년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의 합병을 통해 탄생했다. 이후 경영진 인사 때마다 두 은행 출신이 경합하면서 파벌 논란이 이어졌다.

상대를 이기기 위한 두 은행 출신 간 경쟁은 단순한 파벌 다툼에 끝나지 않고, 정치권과 금융당국에 대한 줄 대기로 이어졌다. 합병 20년이 지난 현재도 여전하다.

실제 우리금융에서는 이달 말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지난해 말부터 이미 차기 회장직을 노린 물밑 싸움이 벌어졌다.

손 회장이 연임을 위해 정치권 여러 곳에 로비를 하고 있다는 소문이 떠도는가 하면, 한일은행 출신인 손 회장과 이원덕 우리은행장에 밀린 상업은행 출신들이 손 회장 연임만큼은 저지하기 위해 뛰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올해 들어 우리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구성돼 본격적인 차기 회장 선임 절차에 들어가면서 줄 대기와 흑색선전은 더 심해졌다.

우리금융과 우리은행 전·현직 인사들이 자기 이름을 회장 후보 명단에 넣어달라고 청탁하거나, 경쟁 유력 후보의 약점과 비리 등을 흘리는 경우도 이어졌다.

고위 임원 자녀의 우리은행 취업을 놓고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었다.

역시 3월 말 조용병 현 회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조용히 세대교체가 이뤄진 신한금융지주와 대비돼 이런 병폐는 더 극명하게 드러났다.

금융당국이 손태승 현 회장의 연임을 반대한 것도 손 회장 체제에서는 기존의 파벌싸움이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심지어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의 우리금융 회장 내정 이후에도 용산 대통령실과 금융당국에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한 줄 대기를 시도한 이가 있어 금융당국이 황당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기완료를 앞둔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 자료사진]

◇ '외부출신' 임 내정자가 파벌 타파? '변화없을 것' 지적도

당초 차기 회장 후보로 임 전 위원장이 거론될 때 노조를 중심으로 관료 출신 낙하산 인사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기존의 한일·상업 간 파벌싸움에 지친 직원들은 오히려 외부 출신인 임 전 위원장이 차기 회장이 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특히 손 회장 체제에서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상업은행 출신들이 회장 교체를 더 반긴 것으로 전해졌다.

임 내정자가 정식 취임 전인 내정자 신분으로 지난 7일 대폭 물갈이 인사를 실시한 것도 이런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금융은 임 내정자 의지에 따라 9개 자회사 대표 교체, 우리금융 총괄사장제 폐지 및 부문 축소, 우리은행 조직재편 등을 뼈대로 하는 인사 및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당시 우리금융과 우리은행 새 경영진에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출신이 두루 기용되면서 '탕평인사'가 이뤄진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사의를 표명한 이원덕 우리은행장 후임이 정해지지 않으면서 고질적인 줄 대기와 파벌 간 알력 다툼이 여전하다는 우려도 계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잡음을 얼마나 최소화하고 조직이 납득할 만한 인사 결과를 낼 수 있을지 관심사다.

우리금융 내부 관계자는 "주총 전에 예상외 대폭 물갈이 인사가 이뤄지면서 조직이 약간 뒤숭숭한 분위기"라면서도 "워낙 은행에 치중된 조직이다 보니 은행장 인사와 공석이 끝나야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내정자


[ 자료사진]

상업·한일 파벌의 골이 워낙 깊다 보니 임 내정자 역시 갈등을 해소하는데 역부족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또 다른 우리금융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우리은행장이 바뀔 때마다 상대편 인사들을 쳐내는데 몰두하는 바람에 제대로 된 인력 양성을 하지 못했다"면서 "통합 우리은행 세대가 팀장급으로 성장했지만, 그들도 파벌싸움을 보고 자라온 만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의 구속으로까지 이어졌던 채용 비리, 승진 인사를 둘러싼 청탁 문화와 나눠 먹기, 지난해 드러난 700억원대 횡령 사고와 펀드 불완전판매 등 미비한 내부통제 제도 등도 임 내정자가 재임 기간 중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 증권·보험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기대

힘 있는 관료 출신인 임 내정자가 정식 취임하면 우리금융의 숙원사업 중 하나인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가 속도감 있게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우리금융은 과거 민영화 과정에서 경남은행과 광주은행,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우리아비바생명(현 DGB생명) 등을 매각했다.

이로 인해 5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증권사와 보험사가 없어 은행에 과도하게 치중된 포트폴리오가 약점으로 지적돼왔다.

이에 손태승 현 회장 역시 지난 1월 신년사에서 "올해는 증권과 보험, 벤처캐피탈(VC) 등 작년에 시장이 불안정해 보류해 온 비은행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의 속도를 높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우리금융그룹 재무 현황


[우리금융 제공]

우리금융은 이미 지난달 다올금융그룹으로부터 다올인베스트먼트[298870] 지분 52%를 2천125억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해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한 행보를 시작했다.

다올인베스트먼트는 우리나라 1세대 벤처캐피탈인 한국종합기술금융(KTB네트워크)에 뿌리를 둔 업체로, 지난해 말 기준 1조4천억원 규모의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임 내정자는 지난 7일 개편에서 금융지주 조직을 슬림화·정예화하면서도 증권사 인수 등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고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해 미래사업추진부문을 신설했다.

이와 관련해 임 내정자 취임 이후 가장 먼저 증권사 인수를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가에서는 우리금융 인수 후보로 리테일에 강점을 지닌 유안타증권[003470]이 주로 거론된다.

보험사 중에서는 동양생명[082640], KDB생명, ABL생명 등이 우리금융의 인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 여의도 일대 증권가 모습


[촬영 류효림]

지난달 실적발표 당시 전상욱 우리금융 미래성장총괄 사장은 "증권사 M&A는 적정 자본 비율 유지, 주주이익 극대화 관점을 고려하면서 추진할 것"이라며 "종합자산관리 서비스 등 그룹 시너지에 유리하고 균형 잡힌 수익 구조를 보유한 리테일 기반 증권사를 타깃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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