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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나무 배트가 문제일까…타구 속도는 문제없었던 한국
기사 작성일 : 2023-03-20 10:00:47
김하성 만루홈런


(도쿄= 이지은 기자 = 13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본선 1라운드 한국과 중국의 경기. 5회초 1사 만루 상황에서 한국 김하성이 만루홈런을 친 뒤 그라운드를 달리고 있다.

이대호 기자 = 3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이라는 '참사'로 끝난 한국 야구대표팀의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과를 두고 다양한 진단이 쏟아진다.

이 중 많은 전문가가 지적한 문제 가운데 하나로 고교야구에서의 나무 배트 사용이 있다.

2003년까지 알루미늄 배트를 쓰던 한국 고교야구 선수들은 국제야구소프트볼연맹(WBSC)의 규정 개정에 따라 2004년부터 나무 배트를 쓰고 있다.

알루미늄 배트보다 무거운 나무 배트로 좋은 타구를 만들려면 정확한 타격 기술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콘택트만 신경 쓰는 스윙을 하다 보니 거포가 잘 안 나온다는 주장이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거포인 박병호(37·kt wiz), 최정(36·SSG 랜더스) 등 30대 중반을 넘어가는 선수의 후계자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리가 있는 이야기다.

그렇지만 적어도 이번 대회만 보면, 한국 타자들의 국제 경쟁력이 심하게 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걸 확인할 수 있다.

KBO리그 최고의 타자인 이정후(25·키움 히어로즈)는 일단 강한 타구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타격 지론을 가졌다.

이번 WBC를 앞두고서도 "최대한 빠른 타구를 많이 만들면서 동시에 삼진을 안 당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정후, 또 2루타


(도쿄= 이지은 기자 = 10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본선 1라운드 한국과 일본의 경기. 5회초 2사 1루 상황에서 한국 이정후가 2루타를 치고 있다.

이처럼 타자에게 중요한 덕목은 강한 타구를 생산하는 것이다.

WBC B조 조별리그만 보면, 한국 타자들의 평균 타구 속도는 시속 마일(약 143㎞)로 시속 마일(약 146㎞)을 찍은 조 1위 일본과 큰 차이가 없었다.

한국을 제치고 조 2위로 8강에 진출한 호주가 시속 마일(약 139㎞), 체코가 시속 마일(약 136㎞), 중국이 시속 마일(약 129㎞) 순이었다.

B조 최하위에 그친 중국전 성적을 제외하면 오히려 한국과 일본의 평균 타구 속도 격차는 줄어든다.

22-2로 승리해 역대 WBC 최다 점수 차와 최다 득점 신기록을 쓴 중국전을 제외하면 한국 대표팀의 평균 타구 속도는 시속 마일(약 146㎞)까지 올라간다.

중국전에 번트 안타 2개가 있어서 평균 타구 속도에서 손해를 봤기 때문이다.

중국전을 제외한 일본의 조별리그 평균 타구 속도인 시속 91마일(약 146㎞)과는 불과 시속 마일 차이다.

너무 늦은 만루홈런


(도쿄= 신준희 기자 = 13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본선 1라운드 한국과 중국의 경기. 4회초 2사 만루 상황에서 한국 박건우가 만루홈런을 치고 홈을 향해 달리고 있다.

쉽게 말해서 오타니 쇼헤이(29·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라는 괴물 선수를 보유한 일본과 타구 속도는 큰 차이가 없는 셈이다.

물론 빠른 타구 속도가 결과를 보장하는 건 아니다.

적절한 발사 각도와 운이 따라줘야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

하지만 타구 속도가 빠를수록 수비를 뚫고 안타로 연결될 가능성도 커진다.

MLB 야구 기록 전문 웹사이트 '베이스볼 서번트'에 따르면,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시속 100마일(약 161㎞)이 넘는 타구의 타율은 이었다.

타구 속도 시속 90마일(약 145㎞)부터 99마일(약 159㎞)까지는 타율이 로 떨어지고, 80마일(약 129㎞)∼89마일(약 143㎞) 구간은 타율이 까지 내려간다.

강백호 1타점 안타


(도쿄= 신준희 기자 = 12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본선 1라운드 한국과 체코의 경기. 1회말 1사 1,2루 상황에서 한국 강백호가 1타점 안타를 치고 있다.

콜드게임 대승을 거둔 중국전 성적이 포함됐긴 해도, 한국의 WBC 팀 타율은 으로 20개국 가운데 여전히 1위다.

적어도 이번 대회 부진의 원인을 타선 침묵, 그리고 나무 배트 사용으로 돌릴 수 없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체계적인 근력 훈련과 발사 각도, 타구 속도 향상을 꾀하는 메이저리그식 스윙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성과가 드러난 것이다.

하지만 나무 배트 사용이 투수 성장에도 걸림돌이 된다는 주장은 귀담아들어 볼 만하다.

안경현 해설위원은 "고교 야구에 알루미늄 배트를 쓰면 (조금만 몰려도 안타로 이어지니) 투수 제구력을 향상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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