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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이란 인질 석방 지연, 카터 재선 막으려한 레이건측 공작"
기사 작성일 : 2023-03-20 14:01:00

경수현 기자 = 1980년 미국 대선 때 지미 카터 당시 대통령의 재선을 막기 위한 공작이 대선 경쟁자인 로널드 레이건 측에 의해 시도됐다는 증언이 나왔다.

카터에게 호재가 될 수 있는 이란 주재 미국대사관 인질 사건의 해결이 선거 이후로 늦춰질 수 있도록 중동 국가들과 접촉해 방해 공작을 했다는 것이다.

퇴임 후 봉사활동에 참여 중인 지미 카터 전 대통령


[AP= 자료사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텍사스주 부지사를 지낸 벤 반스(84)가 대선을 앞둔 1980년 여름 존 코널리 2세의 요청을 받아 중동 국가들을 함께 순방한 사실을 털어놨다면서 18일(현지시간) 이런 내용을 보도했다.

반스는 텍사스 주지사와 재무부 장관 등을 지낸 코널리 2세와 함께 7∼8월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시리아, 이스라엘 등을 돌았다.

반스에 따르면 코널리 2세는 당시 안와르 사다트 대통령 등 중동 지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레이건이 승리하면 더 유리한 협상이 있을 것이니 선거 전에는 인질을 석방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이란에 전달해달라"고 말했다.

코널리 2세는 이어 9월 초께 당시 레이건 측 선거대책본부를 이끌던 윌리엄 케이시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만나 순방 성과를 보고했으며, "케이시는 그들이 인질을 계속 붙잡아둘지를 궁금해했다"고 반스는 회고했다.

반스는 코널리 2세가 이런 일을 한 동기로 "국무부 장관이나 국방부 장관을 희망했음이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카터 전 대통령이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받기로 하는 등 인생을 얼마 남겨두고 있지 않아 역사의 기록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느꼈다고 증언에 나선 동기를 설명했다.

NYT는 반스가 이야기를 만들어낼 이유는 전혀 없다고 전했다.

다만 레이건 전 대통령이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아니면 코널리 2세의 순방이 케이시의 지시에 의한 것인지, 방해 공작이 실제로 효과를 본 것인지 등은 반스의 증언만으로는 알 수 없다고 이 매체는 덧붙였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왼쪽)


[EPA= 자료사진]

코널리 2세나 케이시는 이미 오래 전에 숨졌다.

어쨌든 이란은 인질들을 444일간이나 붙잡아뒀다가 카터 대통령이 선거에서 지고 이임한 1981년 1월 20일 석방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이를 둘러싸고는 각종 음모론이 제기된 바 있다.

특히 카터 행정부에서 일한 게리 식은 인질 석방을 늦추게 하려고 케이시가 1980년 여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이란측과 만나 비밀 협상을 했다는 자료가 있다며 책을 출간하기도 했으나 당시 의회 조사에서는 확인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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