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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수사본부' 배정훈 PD "처음 경험하는 생생한 현장 담았죠"
기사 작성일 : 2023-03-22 16:00:34
배정훈 PD


[웨이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오명언 기자 = "말하려니 부끄러운데, 사석에서 동료들한테 '국가수사본부'는 제가 만든 작품 중 가장 잘 만들었다고 말했어요. 이렇게 생생한 현장에서 촬영한 건 처음이에요."

대기업 회장의 비자금 의혹을 취재하기 위해 수행원들과 몸싸움을 벌이고, 취재 중 미행이 붙고 뒷조사를 당하는데도 물불 가리지 않는 모습으로 '오늘만 사는 PD'라는 별명까지 얻은 배정훈 PD.

그가 이번에는 카메라 뒤로 한발짝 물러섰다.

배 PD가 최근 선보인 웨이브 오리지널 수사 다큐멘터리 '국가수사본부'는 그가 다양한 탐사보도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느꼈던 대한민국 경찰의 애환을 담아내기 위해 제작된 프로그램이다.

배정훈 PD


[웨이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포스트타워에서 만난 배 PD는 "그동안은 사건 종료 후 사진 자료로 현장을 유추했지만 이번에는 현장에서부터 촬영을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수사 과정을 생생하게 담아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제작 기간이 충분해서 사건의 결말이 어떻게 되는지 질문을 남기지 않고 그 결말까지 보여줄 수 있다는 점도 만족스러웠다"고 짚었다.

"10년 넘게 '그것이 알고 싶다', '궁금한 이야기 Y' 등을 만들었어요. 사실 현장에서 더 많이 목격한 건 경찰분들이 고생하면서 사건을 잘 해결하는 모습이었죠. '왜 이런 값진 이야기는 소재로 활용할 수 없을까?'라는 의문이 항상 있었어요."

그렇게 탄생한 '국가수사본부'는 경찰의 모든 수사를 담당하는 기구인 대한민국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의 24시간을 그려낸 다큐멘터리. 제작진은 사건 발생부터 피의자를 추적하고 검거해 송치하기까지 실제 수사의 모든 과정을 밀착 동행했다.

배 PD는 "다양한 지역 경찰들의 모습을 담아내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며 "형사분들을 섭외하기 위해 전국 경찰서 중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웨이브 '국가수사본부'


[방송화면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섭외와 설득의 과정도 어려웠지만, 일선 형사들의 수사 과정을 따라가는 제작은 예상보다도 고된 일이었다고 한다.

"피의자가 언제, 어디서 나올지 모르니까 늘 인력과 장비를 갖추고 준비 태세로 대기해야 했고, 야간 당직 근무 때도 경찰분들과 함께 자지 못하고 밤을 지새웠어요. 방송에 나간 상황은 촬영 분량 중 20분의 1 정도밖에 안 돼요. 여러 이유로 화면에 담지 못한 분량이 많습니다."

'국가수사본부'는 수사 과정을 보여주는 데 있어서 여느 다큐멘터리 프로그램보다 더 적나라하다.

이웃 주민에게 약물을 탄 도라지청을 건네 살인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를 추적해 검거하는 장면에서 그치지 않고, 신문(조사) 영상까지 보여주며 피의자가 뻔뻔하게 범행을 부인하는 모습을 담아냈다.

웨이브 '국가수사본부'


[방송화면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공개된 영상에서 피의자들의 얼굴은 가려져 있고, 음성 변조도 돼 있지만, 아직 형이 확정되지 않은 피의자들의 영상을 사용하는 것은 무죄 추정 원칙에 반하는 '인격 침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배 PD는 "다큐멘터리에 나온 피의자들은 경찰 조사를 거쳐 모두 기소가 됐고, 재판 1심에서 유죄를 받은 사람들"이라며 "명시적으로 촬영에 반대한 피의자들의 영상은 내보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범행 수법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 탓에 모방 범죄가 우려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모방 범죄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있지만, 범행 수법을 정확하게 알려서 피해를 예방하자는 시각도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콘텐츠 제작자로서 시청자들의 다양한 입장을 환영한다.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부분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런 장르의 다큐멘터리가 어떤 취재 윤리를 따라야 할지에 대한 논의가 별로 없었어요. 특히 콘텐츠들이 방송 심의의 제약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OTT(동영상 스트리밍)로 넘어오면서 이런 논의는 더 중요해졌죠."

배정훈 PD


[웨이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벌써 다음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라는 배 PD는 내일부터 전국을 순회하는 일주일 출장을 떠날 예정이라고 한다.

그는 "일주일 동안 '국가수사본부'에 출연해주신 경찰분들을 만나 삼겹살이라도 같이 먹으면서 감사 인사를 드리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제껏 묵묵히 맡은 일을 해내는 경찰분들이 주인공으로 조명받았던 적은 없잖아요. 다큐멘터리 공개 이후 출연해주셨던 분들이 '가족이 자기를 더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연락해 주신 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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