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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없어요"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화재로 주변 상권 타격
기사 작성일 : 2023-03-22 19:00:31

(대전= 강수환 기자 = "화재 이후로 길거리에 사람 자체가 많이 줄었어요."

저녁 시간에 한가한 목상동 먹자골목


[촬영 강수환]

지난 12일에 발생한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대형 화재로 공장 주변이 분진 가루 등으로 불편을 겪는 데다 공장 가동이 중단돼 인근 대덕구 목상동과 석봉동을 중심으로 한 지역 상권의 피해도 커질 전망이다.

22일 취재 결과 타이어 21만 개와 공장 한 동이 모두 불에 타면서 화재 열흘 가까이 지난 지금도 인근 상권에서는 분진 가루·탄내 등으로 직접적인 피해를 보거나, 공장 가동 중단으로 인한 간접적인 영업 피해도 나타나고 있다.

공장과 맞닿아 있어 큰 피해를 본 석봉동 아파트 상가에서 스크린 골프 교습소를 운영 중인 한 업주는 "화재 이후로 이 동네뿐만 아니라 대덕구 전체적으로 거리에 사람들이 많이 없다"며 "세종시나 테크노밸리 등 다른 동네 고객들이 약 30%를 차지했는데 이분들을 비롯해 이용 고객이 많이 줄어서 매상이 60% 가까이 감소했다"고 전했다.

그는 "지금도 매일 청소하지만 분진 가루가 여전히 날아든다"면서 "9년 전 화재 당시에도 따로 배상이 없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냥 넘어갈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세탁소를 운영하는 다른 업주는 "세탁한 옷에 씌운 비닐 위로 분진 가루가 날아들고 옷에 고무 탄 냄새가 배어 다시 세탁한 옷들이 정말 많았다"면서 "영업은 계속하고 있지만, 손님이 없다 보니 불이 난 이후로 저번 주 매출이 평상시보다 80% 급감했다"고 하소연했다.

공장 인근에 있는 피트니스센터나 학원 등도 화재 탓에 피해를 보고 있다.

'한국타이어 이전하라!'


지난 20일 대전 대덕구 목상동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 인근 아파트 입주민 100여 명이 모여 한국타이어 공장 화재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고 공장 이전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 자료사진]

상가에서 피트니스센터를 운영하는 업주는 두통 등을 호소하며 퍼스널트레이닝(PT) 회원권 환불을 요청하거나 센터 이용권을 정지하는 회원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PT 회원권을 등록했던 회원 6명 정도가 의사 소견서를 받아와 냄새 때문에 운동을 할 수 없을 것 같다며 환불을 요청했는데 이 금액만 해도 2천만 원이 넘는다"면서 "1년 이용권을 정지한 회원들도 있고 하루에 센터를 이용하는 회원들이 200여명 정도 됐었는데 지금은 70명도 채 안 된다"며 하소연했다.

인근 무용학원 업주도 "저번 주 내내 타이어 타는 냄새가 진동했는데 지금도 학생들이 밖에서 타이어 냄새가 난다고 해서 문을 닫고 마스크도 당분간 쓰고 수업을 진행하기로 했다"며 "화재 다음날 70% 이상의 학생이 결석했고 일부 학부모는 당분간 아이를 학원에 보내지 않겠다고 연락한 분들도 있다"고 털어놨다.

화재 이후로 대전공장 가동이 중단돼 재가동 시점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직원들을 상대로 장사를 해온 목상동 상권도 타격을 입고 있다.

목상동에서 찌개와 국밥집을 운영한 업주는 화재 나흘 뒤인 16일 결국 영업을 중단하고 가게를 정리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저녁 시간에 찾은 식당가는 대부분 한산한 모습이었다.

공장 바로 맞은편에서 코다리조림 식당을 운영하는 박현익(55) 씨는 화재 이후로 손님이 뚝 끊겨서 코로나19 시기보다 지금이 더 힘들다고 했다.

박씨는 "손님 중 공장 직원 비중이 70% 정도 되는데 손님이 이렇게 없는 건 처음"이라며 "직원 교대 시간인 아침 6시, 오후 2시와 저녁 시간대에 손님들이 꽤 몰렸는데 지금은 매출이 평상시의 20% 수준으로 떨어져서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장사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식당 구석구석을 닦아도 계속 나오는 분진 가루


[촬영 강수환]

고깃집을 운영하는 업주는 기자가 가게를 찾았을 때도 가게 곳곳을 닦으며 청소 중이었다.

그는 분진 가루가 묻어나온 티슈를 보여주며 "매일 닦고 닦아도 이렇게 분진 가루가 묻어나오고, 다른 동네에 살고 있는데 가게 영업하려고 목상동으로 넘어오면 냄새가 마스크를 뚫고 들어올 정도로 여전히 심하다"면서 "환기를 위해 가게 문을 열어놓는 건 엄두도 내지 못하고 손님들이 들어올 때마다 냄새가 계속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목상동 같은 자리에서 30년 넘게 해장국집을 운영하는 업주는 화재로 인한 냄새와 분진 가루로 헛구역질과 두통이 있어 병원에서 처방받은 일주일 치 약봉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는 "2014년 화재 때에는 뜨겁다고 느껴질 정도에 불과했지만, 이번엔 비교도 안 될 만큼 규모나 피해가 훨씬 심한 게 직접 체감된다"며 "건강도 염려되는데 매출도 60% 가까이 떨어져 걱정이 이만저만 아닌데 비라도 좀 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덕구는 매출 감소 위기에 직면한 목상동과 석봉동 등 골목상권을 돕기 위해 3개월간 점심이나 모임 장소로 이들 매장을 활용하는 소비 독려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지만, 다른 업종에 대한 지원책은 부족한 실정이다.

대전지방변호사회는 지역 주민을 위해 법률지원단을 꾸려 인근 지역 주민과 상인들의 건강 문제, 환경오염, 재산 피해 등에 대한 상담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항의하는 한국타이어 화재 피해 주민


(대전= 이주형 기자 = 한국타이어 대전 2공장 화재로 피해를 본 대전 대덕구 석봉동의 한 아파트 주민이 22일 오후 이 아파트에서 열린 주민공청회에서 한국타이어 측 관계자들에게 항의하고 있다.

지자체나 한국타이어를 통해 접수된 화재 피해 건수는 지금까지 200여 건으로, 주민들과 상인, 인근 비닐하우스 농가 등에서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장 재가동을 원하는 주민과 공장 이전을 원하는 주민 등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한국타이어는 화재 피해를 보지 않은 1공장 재가동을 위한 준비에 들어간 상황이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24일까지 일차적으로 피해 상황을 접수한 뒤 보험사와 실사를 나가 보상해드릴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보상해드리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공장 재가동과 관련해서는 "인근 상권과 직원들을 생각하면 공장 재가동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안전 점검을 거쳐 노동 당국 허가를 받아야 하기에 재가동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조속히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보험업계에서는 피해를 증빙할 수 있는 자료를 최대한 모아놓는 게 좋지만, 상권 매출 감소에 대한 보상은 보험금으로는 지급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분진 가루 등 피해는 사진으로 최대한 남겨놓고 피해로 인한 수리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선 견적서 등을 보관해 놓거나 화재 전후로 매출 감소한 부분에 대한 증빙도 남겨놓는 게 좋다"면서도 "상권 매출 감소는 '기대수익'이기 때문에 한국타이어에서 예견할 수 없었던 부분으로, 민법상 통상적 손해배상에 해당하지 않아 한국타이어 측에서 자체적으로 보상하지 않는 이상 보험사에서 배상해줄 확률은 낮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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