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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냐후 "사법정비 입법 책임감 갖고 계속…직접 관여할 것"
기사 작성일 : 2023-03-24 06:00:56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AP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카이로= 김상훈 특파원 = 사법부를 무력화하는 이른바 '사법 정비' 입법으로 안팎의 비판을 받아온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갈수록 거세지는 반정부 시위에도 입법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그는 향후 입법 과정에 직접 관여하면서 사법 정비 입법에 반대하는 야권과 시위대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24일 밤(이하 현지시간) TV로 생중계된 연설에서 사법 정비 입법에 대한 찬반 의견이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양측 모두에게 해답을 줄 수 있는 개혁을 이뤄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견제와 균형을 복원하기 위한 민주적 개혁을 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위한 최선의 방법은 대화지만 야권은 대화를 거부했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연정의 사법정비 입법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텔아비브에서 시위하는 모습.


[AP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네타냐후 총리는 이어 논란이 된 사법 정비 입법안 가운데 '법관 임명 위원회' 구성에 관한 절충안을 여권이 마련했다면서, 절충 법안을 다음 주 의회에서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또 사법 개혁을 책임감 있게 추진하겠다면서 "(검찰총장이 지적한) 이해 상충의 문제가 있지만 지금부터는 입법 과정에 내가 직접 개입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결국 그는 야권의 반대를 무릅쓰고 사법 정비 입법을 계속 추진하되, 자신이 직접 개입해 연정 측의 법안에 반대하는 야권과 국민의 뜻을 가능한 한 수용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어 이날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많은 각료를 만나 사법정비 입법에 대한 우려를 들었다면서 "현재 상황을 진정시키고 화합을 유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날 총리의 연설은 집권 연정이 일방적으로 추진해온 사법 정비 입법에 대한 반대 시위가 점차 강력해지고, 이스라엘군 전력의 큰 부분을 담당하는 예비군들의 복무 거부가 확산하는 가운데 이뤄졌다.

예비역 군인들의 저항 확산으로 압박을 받아온 요아브 갈란트 국방부 장관은 이날 별도의 대국민 연설을 통해 사법 정비 중단을 촉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갈란트 장관은 네타냐후 총리를 면담한 뒤 연설 계획을 전격 철회했다. 그는 총리에게 사법 정비 입법이 국가 안보에 미칠 영향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또 정보기관 신베트 수장인 로넨 바르 국장도 네타냐후 총리와 만나 나라가 매우 위험한 곳으로 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야권은 네타냐후 총리의 이날 연설이 대중을 안심시키기 위한 눈속임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사법정비 입법에 반대하며 도로를 봉쇄한 시위대에게 물대포를 발사하는 경찰.


[로이터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야권 지도자인 야이르 라피드 전 총리는 "네타냐후의 말은 거짓"이라고 일축하면서 "책임감 있는 여당 인사들은 사법 정비 입법에 반대하라"고 촉구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주도하는 우파 연정은 최고 법원인 대법원이 국민에 의해 선출된 기관인 의회와 행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대법원의 기능을 축소하는 내용의 입법을 추진해왔다.

이스라엘의 연성헌법인 '기본법'에 반하는 의회의 입법을 대법원이 사법심사를 통해 막지 못하도록 하고, 여당이 법관 인사를 담당하는 위원회를 조종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야당과 법조계, 시민단체 등은 이를 '사법 쿠데타'로 규정하고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이어왔다.

12주 연속 길거리 시위를 이어온 야권과 시민단체 등은 23일을 '업무중단의 날'로 정하고 주요 도시의 도로를 점거하는 한편, 사법 정비 입법을 지지해온 초정통파 유대교도들의 집단 거주지인 텔아비브 외곽 브네이 브라크에서 시위를 이어갔다.

경찰은 시위대를 해산하기 위해 물대포 등을 동원했고, 도로를 점거한 시위 참가자 수십명을 체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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