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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내연기관 퇴출 난항에 독일 연립정권 파열음
기사 작성일 : 2023-03-24 11:01:01

이주영 기자 = 독일 연립정권 정당들이 2035년부터 휘발유·디젤 등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금지하는 유럽연합(EU) 계획에 관해 이견을 노출하며 파열음을 내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독일 연립정부 녹색당 소속 하베크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 장관


[EPA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올라프 숄츠 총리가 이끄는 중도좌파 사회민주당(SPD), 친기업 성향의 자유민주당(FDP)과 함께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녹색당은 이날 FDP가 EU 내연기관 퇴출 계획을 가로막아 독일의 명성을 도박으로 날려버렸다고 비난했다.

녹색당 소속인 로베르트 하베크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 장관은 이날 바이마르에서 열린 녹색당 회의에서 내연기관 퇴출 계획에 대한 FDP의 반대로 EU 내 독일의 입지가 손상됐다며 "우리는 토론에서 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 정당만 진보를 주도하고 다른 정당들은 진보를 막으려고 하는 그런 진보연합은 있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내연기관 퇴출 계획에 대한 FDP의 반대는 국내 연정 상대들뿐 아니라 다른 EU 회원국들도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EU 최대 경제 대국인 독일이 합의를 파기하면 다른 국가들도 비슷한 방식으로 행동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FDP는 현재의 내연기관 퇴출 계획은 향후 순수 배터리 전기차이 대안으로 현실성 있는 기후 중립적 연료를 제공할 가능성이 있는 독일 제조 산업을 파괴할 위험이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FDP 소속인 볼커 비싱 교통장관은 지난 22일 TV 인터뷰에서 "독일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내연기관 기술을 잘 안다"며 "기후 중립적 이동성에 관한 의문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는 이 기술을 계속 보유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EU 집행위원회는 내연기관 퇴출 계획에 반대하는 측에 '탄소 중립적 연료 자동차' 범주를 만들어 2035년 이후에도 사용할 수 있게 하자는 타협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비싱 장관은 이에 대한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독일 연립정부 파트너 정당들은 이전에도 기후 대응에 관해 이견을 노출했다.

하베크 부총리는 지난 21일 TV 인터뷰에서 FDP와 SDP가 2025년부터 국내에서 신재생 에너지를 65% 이상 사용하지 않는 화석연료 난방장치를 새로 설치하지 못하게 하는 법안의 초안을 고의로 유출했다고 비난했다.

3당은 2021년 12월 연정을 구성하며 2024년부터 새로운 화석연료 난방장치 설치를 금지하기로 합의했으나 녹색당이 법률 제정을 추진하자 FDP와 SDP가 반대 여론을 일으키기 위해 법안 초안을 유출했다는 것이다.

하베크 장관은 "연립정부 내 신뢰를 훼손하기 위해 법안 초안이 유출됐다"며 다른 정당들이 오는 26일 열리는 회의에서 타협을 이루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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